낙수 / 조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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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86회 작성일 18-02-21 03:34본문
낙수 / 조정인
느리게 구르던 수차가 덜컹, 깊은 바퀴자국을 남깁니다
사랑하는 동안 이곳은 늪지입니다
전선에 맺힌 빗방울 하나가, 제게 다가오는 때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은 수밀도 익어가듯 깊어갑니다 말갛게 바닥을 탐색하던 빗방울이
깜박 저를 놓으며 온몸으로 찰나의 광휘를 둘렀습니다
빗방울이 제자리를 찾는 데는 삼천년이 걸린다는데 삼천년 너머,
빗방울 하나가 허공에 떨고 있었을 그날에도 하늘은 저리 푸르렀을까요?
연일 소소한 바람이 많아진 비 개인 오후, 흰 종이 위에
- 종일 나뭇잎 웅성거린다고 적어봅니다, 깊어진 여백으로
물푸레나무가 들어섭니다 다 셀 수 없는 마음입니다
# 감상
전깃줄에 맺혔다 무심코 떨어지는 물바울 하나가 땅에 떨어지기까지의
시간적 공간적 사유가 이중의 은유로 언뜻언뜻 속내를 비추기도 합니다
- 전선에 맺힌 빗바울 하나 땅에 떨어지는 때를 기다리는 동안 시간은
수밀도 익어가듯 깊어갑니다
- 빗방울이 제자릴 찾는 데는 삼천년이 걸린다는데
- 빗방울 하나가 허공에 떨고 있었을 그날에도 하늘은 저렇게 푸르렀을까요?
전깃줄에 동글동글 맺힌 물방울이 떨어질듯 망설이는 것은 어디로 떨어질까?
어떻게 떨어질까? 떨어져 무엇을 할까? 생각 하는 중일껩니다
물방울 하나의 생 속에서 인간의 생을 유추해 보며 시력 깊은 화자의 내공을
새삼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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