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속의 잠 / 김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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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50회 작성일 18-02-28 02:45본문
잠 속의 잠 / 김다호
차단기 앞에 서면 텅 빈 가슴속에서 기적 소리 들린다
저무는 노래들 바람에 휩싸여 레일위로 눕고
빛인 듯 바람인 듯 흘러가는 철길을 멍하니 바라볼 뿐
눈을 감으면 장자의 껍질을 깨고 나와 날갯짓 하는
나비들 까마득 하늘을 뒤덮는데
거친 매듭을 닮은 나비 떼들 속에서 허둥대는 사이
가물가물 춘몽을 향해 흘러가는 기차
잠자고 싶을 때 잠들 수 없고
낮에도 밤에도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하는 것은
풀리지 않는 매듭으로 가득한 내 몸 때문일 테지만
철길 위로 나비되어 퍼붓는 함박눈 보고 있으면
더욱 간절한 잠, 잠, 잠
꼬여진 매듭을 더듬을수록 잠은 잠 속으로 숨어버리고
차단기 너머 스멀대는 잠의 소리를 깨물고 있으면
밤은 이승도 저승도 아닌 채 깊어간다
내 머릿속에는
벌겋게 녹슨 채 열릴줄 모르는 차단기다 있다
# 감상
모자라는 잠(존재 속의 어떤 허기) 속에서 장자의 胡蝶之夢처럼 허덕인다
삶의 궁핍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풀리지 않고 내면 속에 엉켜 빙빙 돌아 결
국 제자리로 오고마는 잠 속의 잠(내면 속의 업보 같은 내면)을 화자는 이
야기 하고 싶은 것이다
벌겋게 녹슨 채 닫혀있는 차단기 너머 기적소리 울리며 레일 위를 지나가는
기차처럼 채울 수 없는 세월진 허기가 화자의 가슴 속을 휙-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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