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솝 / 테라야마 슈우시(寺山修司)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나의 이솝 / 테라야마 슈우시(寺山修司)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72회 작성일 18-05-30 17:54

본문

 

의 이솝   
                        테라야마 슈우시(寺山修司) 
  
1. 

초상화 속에 
그만 실수로 수염을 그려 넣어버렸으므로 
할 수 없이 수염을 기르기로 했다. 

문지기를 고용하게 되어 버렸으므로 
문을 짜 달기로 했다.
 
2.

일생은 모두가 뒤죽박죽이다 
내가 들어갈 묘혈(墓穴) 파기가 끝나면 
조금 당겨서라도 
죽을 작정이다. 

정부가 생기고 나서야 정사를 익히고 
수영복을 사고나면 여름이 갑자기 다가온다. 
어릴 때부터 늘 이 모양이다. 

한데 
때로는 슬퍼하고 있는데도 슬픈 일이 생기지 않고 
불종을 쳤는데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을 때가 있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 지 알 수 없게 되었다. 

하여 개혁에 대해서 생각할 때도 
바지 멜빵만 
올렸다 내렸다 하고 있는 것이다. 
  
3.

눈물은 
인간이 만드는 가장 작은 바다이다. 

개가 되어 버렸다. 

법정에서 들개사냥꾼이 증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도대체 누가 개가 되어 버렸을까? 
개가 되기 전에 당신은 나의 아는 사람 중의 누구였습니까? 
크로스워드 퍼즐 광인 교환처(交換妻) 
선원조합 말단회계원인 부친 
언제나 계산자를 갖고 다니는 여동생의 약혼자 
수의(獸醫)가 못되고 만 수음상습자 숙부 
하지만 누구든 모두들 옛날 그대로 건재하다. 

그러면 개가 되어버린 사람은 누구인가? 

세계는 한 사람의 개 백정쯤 없어도 가득 찰 수 있지만 
여분인 한 마리의 개가 없어도 
동그랗게 구멍이 뚫리는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다윈의 진화론을 사러 갔다가 
한 덩이 빵을 사서 돌아왔다. 
  

4. 

고양이 ......다모증(多母症)의 명상가 

고양이 ......장화를 신지 않고는 아이들과 대화가 되지 않는 동물 

고양이 ......먹을 수 없는 포유류 

고양이 ......잘 안 써지는 탐정소설가 

고양이 ......베를리오즈 교향악을 듣는 것 같은 귀를 갖고 있다 

고양이 ......재산 없는 쾌락주의자 

고양이 ......유일한 정치적 가금(家禽) 
 

5. 

중년인 세일즈맨은 갑자기 새로운 언어를 발견했다. 
마다가스칼語보다 부드럽고 셀벅로찌어語보다도 
씩씩하고 꿀벌의 댄스 언어보다 음성적이며 의미는 
없는 것 같고 표기는 될 것 같으면서도 안 되고 새들에게는 
전혀 모르는 것 같은 
새로운 언어다. 

<새로운 세계> 
라고 세일즈맨은 그 언어로 말을 하고 나는 해석하여 감상했다. 
그리고 얼마 후 중년인 세일즈맨은 
가방을 든 채 벤치에서 죽고 
친척도 없이 신분증명서만이 
그의 죽음을 증명했다. 

나는 그가 발견한 새로운 언어로 
그의 죽음을 증명했다. 

말을 걸어 봤으나 
아이들은 웃으며 도망치고 
일꾼들은 귀를 기울이지도 않고 
빵집에서는 빵도 팔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세계> 
가 새로운 언어로 되어 있는 것인지 새로운 언어가 
<새로운 세계>에서만 사용되고 있는 것인지를 알기 위하여 
말을 거는 것을 그만둘 수는 없는 것이다. 

<새로운 세계> 
라는 새로운 언어가 통할 때까지 

지나가는 그들 
사물의 folklore 
가라앉는 석양을 향해 

나는 

말을 건다 

말을 건다 

말을 건다 

말을 건다 

말을 건다 

말을 건다 
  

6. 

불행이란 이름의 고양이가 있다. 

언제나 나에게 바싹 붙어 있다. 

  
7. 

도포이송한 와우여 

한도포이송 여와우 

송도포이한 우여와 

포송이한도 우와여 
  

여우와 한 송이 포도를 종이에 쓰고 
한 자씩 가위로 잘라 
흩뜨렸다가 다시 아무렇게나 나열해 봅니다. 

말하기 연습은 
적적할 때의 놀이입니다. 

  
 
* folklore : 1. 《집합적》 민속, 민간 전승. 
                 2. 민속학, 민간 전승학. 
                 3. 민속 신앙, 신화. 
                 4. (의상 따위의) 민족풍, 민속조.
  

 


daum_net_20180526_094123.jpg


테라야마 슈우시(寺山修司 1935-1983) : 일본의 혁신적인 포스트 모던 시인이라 할까. 
아무튼, 그만의 언어에 의한 성스러운 사원을 완성하였다. 영화감독, 소설가, 평론가 등으로 
활동하며 평범한 사람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상력을 발휘한 작가. 
1935년 일본 아오모리 현에서 출생. 1952년 아오모리 고등학교 문학부를 거쳐 
1954년 와세다대학 교육학부에 입학, 2년 뒤 지병으로 중퇴. 
1959년 라디오 드라마 '나키무라 이치로'로 민간방송제 대상 수상 이후 
많은 저서와 영화, 연극을 발표하며 전세계에 극작가 연출가로 명성을 얻기 시작. 
수필형식으로 쓴 그의 잡문,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를 영화로 제작하였다. 
18편의 독립영화, 7편의 장편영화, 200여권의 저서를 남기고 1983년 47세로 절명. 
그의 死後, 그의 詩는 다시 한 번 몰아친 대폭풍처럼 나태하던 일본문단을 흔들었다.

---------------------------------------------

<감상 & 생각>  
 
 
시인의 경험, 지식, 감각 등은 모두 
시의 요인要因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교직(交織 : 혼직混織의 의미로) 되는 것이겠지만 

이 시의 비밀스러움은 하나의 감정感情이라기 보다는 
아무래도, 시인의 개인적(정신 내면의) 내밀內密한 경험에서 
비롯된 것 같다 

이 시를 지식의 퇴적堆積인 이성理性으로서만 이해하려 한다면, 
꼬약 꼬약 하품만 나올 터.. 

더욱이, 이 시는 친절한 설명 같은 건 아예 없으며
온통 암시暗示와 유추類推인 까닭에 한 인간의 <영혼 구조>를 
들여다 본다는 시각으로 감상할 것을 권하고픈 마음 

아무튼, 이채異彩로운 시인의 시 한 편이다 

(개인적 느낌으론, '일본의 이상' 같다고 할까 --- 李箱의 수준에는 다소, 
못미치는 感이 있지만) 

이 시를 읽으며, 한 생각 꼽아보자면.. 

오늘 날, 과도한 물질문명에로의 집중은 그 댓가로 
광범위한 <인간정신의 상실>을 불러왔는데 

즉,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해서 생활의 편리성은 
증대된 대신에 오로지 경제적 타산성과 공리성(功利性 : Utility)에만 
매달리게 되어 결과적으로 인간정신의 꿈과 환상을 
상실하는 것과 동시에 <의식意識의 자아自我>마저 망각하는, 
비참한 상태에 이르게 된 것도 같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오로지 돈 버는 일에만 
전력투구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보자면, 
뭐 이건 거의 돈을 벌기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過言은 아니겠다 

그런데, 이 점에 관해서는 사람들만을 탓할 일은 아니다
 
인간의 삶을 그런 형태로 몰아가는 사회 시스템 System 앞에서 
인간의 심층深層과 원천源泉을 상실하지 않을 者가 
과연 얼마나 될까

이런 인간상실人間喪失 . 정신상실精神喪失에 대항하는 건 
그 누구보다도 이 시대의 詩人들 몫이겠고.. 

오늘 소개한 시도 시인의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읽어본다

특히, 현대를 살아가는 리얼리티 Reality를 
인간의식의 내면으로 조준照準을 맞추어가는 것으로써 
물질에 짓눌린 인간정신의 자유와 해방을 도모한다 할까 

(내 안의 이솝이라는, 우화적寓話的 상징성을 통하여) 

그런데, 그도 李箱만큼은 아니지만... 비교적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아무튼, 기지(奇智 : 기발한 슬기)에 번득이는 시인들은 대체로
세상을 일찍 떠나가는 것도 이 詩만큼이나 흥미롭다 


                                                                - 희선,

  

                                 
                                 各自의 밤         -     Epitone Project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63건 1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366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 0 10-22
366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 0 10-22
366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 0 10-22
366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 1 10-22
365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 0 10-21
365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10-21
365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 0 10-21
365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 0 10-21
365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 0 10-20
365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 0 10-20
365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8 0 10-20
365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 2 10-20
365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 0 10-19
365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1 0 10-19
364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10-19
364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 0 10-19
364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 1 10-19
364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 2 10-18
364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 0 10-18
364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8 1 10-18
364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 1 10-17
364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8 0 10-17
364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 0 10-17
364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 0 10-17
363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 0 10-17
363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 0 10-17
363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0 10-16
363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0 10-16
363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 0 10-16
363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 1 10-16
363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 0 10-16
363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0 10-15
363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 0 10-15
3630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 0 10-15
362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 0 10-15
362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0 10-15
362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 0 10-15
362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 0 10-14
362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 10-14
362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4 0 10-14
362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1 0 10-14
362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 0 10-14
3621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 0 10-14
362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 0 10-14
361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 0 10-14
361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3 3 10-13
361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 0 10-12
361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9 0 10-12
361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0 10-12
361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 0 10-1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