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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삵 / 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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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674회 작성일 15-07-2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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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산



  죽은 자의 붉은 영(靈)이 내 몸에 점점이 찍혀 이 밤은 습하다.

  밤이면 구름을 뚫고 가장 반짝이던 유성이 가장 먼저 물가로 내려온다. 나는 당신의 천 년 전생을 이해하기 위해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물의 거울을 들여다본다. 사랑했지만 단 한 번도 사랑을 말하지 못했던 불온한 한 생이 두 눈을 껌벅거리며 나를 본다. 한 다리를 잃고 어깨에 피를 흘리던 젊은 병사가 눈물을 소매로 훔치며 나를 본다. 하얀 수수꽃다리를 귀에 건 가는 팔의 누이가 한 모금의 물을 손바닥에 적시며 나를 본다. 천 년 전이거나 혹은 천 년 후이거나 단단한 열매를 궁글리던 줄다람쥐 몇이 산과 들과 밭의 물가에서 풍덩, 작은 손을 맞대고 있다. 한 치의 혀로 차마 발설하지 못할 것들이 밤이면 물 위에 어리어 있다.

  뭍의 짐승들은 나를 가끔 삵이 아니라 삶이라 부르기도 한다.





>감상<

 김산은 시치미 떼기와 능청 외줄타기 달인이다. 추상을 구상으로 데려와 잘 논다. 그는 경쾌하되 리듬이 현장에 발을 묶고 있다. 지루하면 우주로 날아가 놀다 온다. 외계가 온다면 그것은 생명체가 아니라 고도의 지능을 가진 기계일 것인데, 우리 지구는 생체 리듬이 분명한 외계인을 두고 있다. 그가 공학도가 아니라 다행이다. 전생으로 달려가 미래를 설계하고 축성에 앉아 우라늄 우라늄 반감기 동안 눈 하나 꿈적하지 않고 세상을 살피다가, 이즘의 삵은 어떠할 것인가, 명랑한 질문을 던질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연필에서 간을 빼내 먹는 시인도 있고 시공을 거침없이 걸어다니는 시인도 있다. 그는 히말리야 모서리에서 공룡이나 익룡의 뼈를 수거해 불을 피우다가 마침맞게 내린 숫눈에 커다란 발자국을 찍다가 여의주를 물고 여의봉을 펼치고 솟구칠지도 모르겠다.
추천1

댓글목록

안희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에서 너스레라는 건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는 (개인적) 생각이지만..

그 너스레란 것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그 질감은 확연히 달라지는 법
(그것 역시 시인의 역량에 관한 거겠죠)

시를 읽은 느낌은 우선 언어의 젊은 힘이 좋고, 詩力 또한 팽팽하다는 점

아무튼, 그만의 시어를 통해 삵과 삶이 드리우는 경계의 묘를 잘 짚어낸 거 같네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눈물꽃생각님의 댓글

profile_image 눈물꽃생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은
천국과 지옥을 가리지 못하는
바보입니다

하여,
그 어느 곳에서도
노래를 부르곤 합니다

그 노래에
뜻과 의의가 그 무엇을 가르킨다 할지라도
사용하여 부르지 못할 노래는
더 더욱 없습니다

시인은
그 누구도 감정안에 가두지 않는
신도 부러워 하는
자유를 지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인은
경계가 없는
바보입니다

시인이
얼마나 바보였으면
생명을 가진 것들이거나
가지지 못한 것들이거나
가리지 못하고 사랑하겠습니까
시인은 그렇게 바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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