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사는 없다 / 이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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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긴강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41회 작성일 18-06-11 08:56본문
직지사는 없다
이희은
도랑을 따라 돌돌,
물소리가 흘러나왔다
낮고도 단조로운 리듬
생각의 마디마디를 거쳐 오면서
음색이 점점 맑아졌다
부은 발등에 한 모금 적시니
발가락 끝까지 환해졌다
물이 몸에 스며드는 동안
직지사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고
풍경 속 물고기만
물결 사이에
향기로운 호흡을 풀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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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애지>로 등단
시집 『밤의 수족관』(2018년, 도서출판 지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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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잡념으로 마음이 무거울 때 가끔 찾아가는 산사
자연의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무거운 마음을 뚫고
돌돌돌, 단조롭고 부드러운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면
(온 몸에 스미는 둥근 소리)
모나고 아픈 마음이 점점 부드러워질 거다.
발걸음이 느려지고, 잡념도 사라지고... 나도 사라지고...
오직 소리의 부드러움에 감싸여
여기가 어디인지, 왜 왔는지 아무런 상관없을 거다.
직지사라는 특별한 장소도 이미 의미가 없어지고
풍경 속 물고기도 향기로운 소리를 전해줄 뿐...
짧지만 깊은 치유의 시간인 거다
시집 『밤의 수족관』(2018년, 도서출판 지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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