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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소금 / 이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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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41회 작성일 18-06-19 00:59

본문

 

 

        소금 / 이경록



        나는 발표했어, 오늘 아침
        저 바다에 관한 새로운 교서를,
        오늘 아침 나는 발표했어.
        지금까지는 너무 수월했어. 나도 알아.
        너무 적에게 말려들었어.
        한여름 내내 뜨겁던 여론, 뜨겁던
        햇빛만으로 되는 줄 알았어.
        어떤 국지전에도 견대낼 수 있는 강건한,
        짜디짠 소금이 구워지는 줄 알았어.
        나도 알아. 그게 나의 취약성이야.
        부삽에 떠올려진 조수 속의 염분을
        언제나 객관적으로만 보는 버릇,
        사태의 핵을 뚫어보지 못하는 점,
        그게 나의 고쳐지지 않는 결점이야.
        물론 이번의 참패는 아무것도 아냐. 나는 발표했어.



        전 해안은 이미 봉쇄되었어. 끝났어.
        이제 내게 필요한 건 바다의 총면적, 아니
        퍼렇게 끓고 있는 바닷물의 총량이야.
        그 속에 숨어있는 적들의 분포도, 희고 단단한
        이마, 변하지 않는 소수의 강경파.
        그들의 뿌리를 뽑고 구워내는 일이야.
        그리고 나는 다시 휘어잡고 다스리겠어.
        저 맹물만 남은 바다, 정신이 죽은 바다를......,

         





        李炅錄 (1948 ∼ 1977)

        1973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
        1974년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아 등단
        1976년 大邱 지역을 중심으로 모인 박정남, 이태수,
        이하석, 정호승 등의 시인들과 더불어 [자유시] 동인을 결성
        1977년 백혈병으로 사망
        1979년 遺稿시집으로 <이 식물원을 위하여>와
        1992년 <그대 나를 위해 쉼표가 되어다오>
        2007년 <나는 너와 결혼하겠다>가 상재됨



        ------------------------------------

        <감상 & 생각>

        나에게 있어, 소금이란 무엇인가?

        짠맛의 하얀 결정체, 모든 음식물의 간을 맞추는데 꼭 필요한 것,
        산화와 부패를 방지시키는 것, 바다와 사람의 눈물에 똑 같은
        농도로 녹아있는 염화나트륨, 과다한 섭취를 하면 혈압을 정직하게
        상승시키는 기제(機制), 그리고.......  아, 또 뭐가 있을까?
        맞다, 생명에 결핍되면 속절없이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
        사실, 이게 제일로 중요하겠지
        그래서, 종교판에서 걸핏하면 그리도 자주 인용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대체로 이상(以上)과 같은 것들이 소금에 관한 나의
        선입견이자 고정된 관념이겠다
        그런데, 이 같은 생각의 태도는 꼭 소금에만 한정될까?
        세상의 사물(事物)과 현상(現象)을 바라보는 일, 그리고 인간관계에 있어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일에는?

        뭐, 관념에 따른 생각이야 그렇다고 치자
        (살다보면, 누구나 제 나름대로 관념의 세계는 구축하기에)

        정작 중요한 건 정말 결정적인 사태에, 대상(對象)에 관한 판단과
        그에 따른 행동을 해야할 때에, 내가 지닌 생각이 올바른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그 어디에도 없을 터

        왜냐하면 나란 존재가 생각과 행동의 완전한 일치와는 거리를
        조금이나마(? !) 두고 있기에 (좀 더 쉽게 풀어 말하자면 말 따로,
        행동 따로, 살아오며 그럴 때도 솔직히 있었단 거)

        그렇게 한 생각 접고 보니, 실로 나란 존재에 깃든
        관념적 경직성과 실제로 드러내는 행동의 기만성에 참담한
        무력감까지 느끼게 된다

        정말 나의 가장 큰 적(敵)은 바로 내 안에 나도 모르게 살고있는,
        행동 없이 입으로만 상하지 않는 소금을 줄기차게 말하는,
        소수의 강경파인 것을

        오늘의 이 詩를 읽으니, 그같이 경직되고 기만된 삶에
        팽팽하게 대결하고 있는 시인의 자세가 느껴진다

        그저 입에서만 맴도는, (단지 무능한 관념으로서)
        정신이 죽은 바다에서 눈부신 흰빛의 소금을 말하는
        기만, 독선, 허위의 공소(空疎)한 세계가 아니라,
        진정한 정신의 양심으로서 세상의 소금이
        돠어야 한다고 외치는 거 같다

        특히 한참 썩어가는 세상에 살고있는 시인들이라면,
        더욱 더 그래야 한다고......부르짖는 거 같다

        개인의 살풀이 일기장 내지 넋두리 같은 글만 풀어낼 게 아니라...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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