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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가는 동전의 경우 / 안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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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04회 작성일 18-06-20 02:44

본문

굴러가는 동전의 경우 / 안태현

 

틈의 관자놀이에 교묘하게 숨는다 깊숙이

너는 더 깊숙이

자취도 없이, 시침 뚝 떼고, 조명처럼 꺼진다

 

네가 주머니에서 흘러나와 굴러가버린 저녁 어떻게든 일어서 보려던 영장류가 마포대교에서 투신했다

비는 쏟아지고

너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

빗방울이 깨지는 난간에서 날개를 잃고 추락했다

 

너는 네 뒤를 의식하지 구르지 않으면 어김없이 뒤돌아보지 길을 잃지 않으려고

언제든 돌아갈 채비를 하듯

문고리마다 다족류의 냄새를 묻혀두지

 

내가 너에게 굴러가는 게 이상하다 문득 너를 옹호하느라 꽃들의 저녁을 잊은 것도 이상하다

외각에서 빙빙 돌다

너를 향해 돌진하는 불나방들도 이상하다

 

사람들은 너로부터 최초의 위선을 배우고

다발로 묶어서 숨기기 좋은 너의 검은 손가락이 심장을 콕 찌를 때마다 숨소리가 가빠진다

부푼 꿈들이 어지럽게 살벌한 거리에 넘쳐난다

 

어둠 속에서 납작하게 엎드려 뒤꿈치를 들고 찾아보는 너의 맹독성

대체로 모두 어디로 사라진 거지?

 

한 번 굴러가면 돌아오지 않는 일생은 검고, 틈이 많고, 나는 자주 너의 냄새를 좇는다

 

* 안태현 : 전남 함평 출생, 2011년 계간 <시안> 으로 등단, 시집 <이달의 신간> 등

 

# 감상

마루바닥에 떨어지면 또르르 굴러서 틈과 틈사이로 빠져 사라지는  어린이 놀이 같은 동전의 속성과

富의 절대적 권위를 발휘하면서 현대사회를 압권하는 금전의 속성에 착안 화자는 텍스트를 엮어간다

네가 주머니에서 흘러나와 굴러가버리면 어떻게든 일어서보려고 빗속에서 너를 애타게 부르는 영장류

는 끝내 마포대교에서 몸을 던진다

너의 맹독성에 취해 죽는지도 모르고너를 향해 돌진하는 이 불쌍한 불나방들,

그들은 너로 인해 위선을 배우고, 첫사랑을 잃기도하고, 서로를 불신하며 본연의 존엄성도 잃어가고 있다

너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절대 악, 그러나 오늘도 너는 천연스럽게 어린이 놀이처럼 또르르 마루바닥을

굴러 틈과 틈사이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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