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 김주대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장마 / 김주대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96회 작성일 18-07-03 08:55

본문

 

장마

 

김주대

 

 

아버지만 당신의 생애를 모를 뿐

우리는 아버지의 삼개월 길면 일 년을

모두 알고 있었다

누이는 설거지통에다가도 국그릇에다가도

눈물을 찔끔거렸고

눈물이 날려고 하면 어머니는

아이구 더바라 아이구 더바라 하며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열어놓고 했다

아직은 아버지가 눈치 채지 못했으니

모두들 목구멍에다가 잔뜩 울음을 올려놓고도

내뱉지는 않았다

병원 출입이 잦아지면서 어느 때보다

무표정해진 아버지 얼굴에는

숨차게 걸어온 오십구 년 세월이

가족들을 물끄러미 쳐다보곤 했다

전에 없이 친절한 가족들의 태도를

의심하고 있는 것 같았다

또 모를 일이다 아버지는 이미

당신의 남은 시간을 다 알고 있으면서

가족들을 위해

살아온 생애가 그렇듯 애써 태연한 건지도

여름내 아버지 머리맡에 쌓이는

수많은 불교서적들에서

내가 그걸 눈치 챌 무렵

어머니가 열어놓은 창 밖에는

긴 장마가 끝나가고 있었다

 

 

 

시집꽃이 너를 지운다(천년의 시작, 2007)

 

    

 

  우리네는 부모님이 불치의 병에 걸리면 그 사실을 당사자인 환자에게 알리지를 않았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병을 알고 나면 더 악화될 것을 염려한 탓이다. 우리 어머니도 그랬다. 가족들이 병명을 거짓으로 알려주거나 다르게 알려 주어 자신이 정작 무슨 병이 어떻게 걸렸는지 얼마를 살 것인지 알지도 못하고 그냥 앓다가 돌아가시었다. 이런 거짓말을 백색의 흰 거짓말이라고 한다. 상대방에게 해가 되지 않는 선의의 거짓말이지만 이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의견도 분분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알려주는 쪽이 낫다는 추세다.

 

  물론 우리네와 정서가 다른 서구 쪽은 다르다. 불치의 병이 진단이 되면 의사는 가족뿐 아니라 당사자인 환자에게 병의 종류와 경과를 자세히 설명을 하고 거기에 따른 적절한 치료와 환자의 마음가짐을 일러준다. 환자는 완쾌와 생의 연장을 희망하며 한편으로는 죽음을 대비한다정신이 맑을 때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자신이 처리해야할 일들을 다 해놓고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보고 있는 가족들에게 장마는 길고도 길었을 것이다. 죽음 중에 육친의 죽음을 지켜보는 것만큼 괴로운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고 있는 어머니의 슬픔이 억제된 과장의 너스레와 아무리 숨기고 싶어도 어쩌지 못하는 누이의 감정의 눈물은 설거지통, 국그릇을 가리지 않고 아버지 몰래 떨어진다. 무거운 침묵의 공기가 온 집안을 휩싸며 시간이 가는 건지 밥을 먹는 건지 알 수가 없는 무력의 시간이 긴 장마처럼 길기만 하다.

장마 시 모음-신경림/천상병 /김사인/김주대/안상학/황인숙/강해림 ...외

http://blog.daum.net/threehornmountain/13743912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57건 10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370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 0 11-02
3706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 0 11-02
3705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 2 10-31
370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9 0 10-31
370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 0 10-31
370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 0 10-30
370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 0 10-30
370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 0 10-29
369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7 0 10-29
369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 0 10-29
369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 10-29
369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 0 10-28
369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 0 10-28
369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 0 10-28
369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 10-28
369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 0 10-28
369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 1 10-28
369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 0 10-27
368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 0 10-27
368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 0 10-27
368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 0 10-27
368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 0 10-27
368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 0 10-26
368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 0 10-26
368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 0 10-26
368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 0 10-26
368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0 10-25
368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 1 10-25
367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0 10-25
367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 0 10-25
367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 0 10-25
3676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 1 10-25
367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 0 10-24
367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 0 10-24
367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 0 10-24
367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 0 10-24
367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 0 10-23
367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3 0 10-23
366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 0 10-23
366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 0 10-23
366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 0 10-23
366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9 0 10-22
366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7 0 10-22
366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 0 10-22
366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 0 10-22
366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1 0 10-22
3661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 1 10-22
366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 0 10-21
365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 0 10-21
365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 0 10-21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