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는 고양이과다 / 최정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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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51회 작성일 18-07-21 03:43본문
호랑이는 고양이과다 / 최정례
고양이가 자라서 호랑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장미 열매속에
교태스런 꽃잎과 사나운 가시를 감추었듯이
고양이 속에는 호랑이가 있다
작게 말아 구긴 꽃잎 같이 오므린 빨간 혀 속에
현기증 나는 노란 눈알 속에
달빛은 충실하게 수세기를 흘러내렸을 것이고
고양이는 은빛 잠 속에서
이빨을 갈고 발톱을 뜯으며
짐승 속의 피와 야성을
쓰다듬고 쓰다듬었을 것이고
자기 본래의 어두운 시간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처럼
고양이,
눈 속에 살구빛 호랑이 눈알을 굴리고 있다
독수리가 앉았다 날아가버린 한 그루 살구나무처럼
* 최정례 : 1955년 경기도 화성 출생, 1990년 <현대시작>으로 등단
제14회 백석문학상, 제15회 미당문학상, 제8회, 오장환
문학상 수상
# 감상
생물학적 분류법에는 호랑이는 고양이과에 속한다, 당연한 것인데
이상한것 같다. 강자가 약자 속에 속해 있어서 그런 것이리라
아름다운 장미꽃이 독한 가시를 감추고 있듯이 길들여진 얌전한 고
양이에서 야성 강한 호랑이가 감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모든 사물은 이질적 요소를 품고 있는데, 우리는 대상을 현상만 보고
표상하므로 그 사물의 실체를 못보는 경우가 종종 있으나
그러나 화자는 고양이 모습에서 호랑이 모습을 단지 상상하였을 뿐이다
즉, 형상만 비슷하였지 질료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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