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 김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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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47회 작성일 18-07-24 03:26본문
길 / 김기림
나의 소녀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호져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
을에 함북 자주 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번 다녀갔다,
까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 둔덕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 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마을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
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
* 김기림 : 1908년 - 미상, 함경북도 학성 출생, 호는 片石村, 대표작 <기상도>
<바다와 나비> 등
# 감상
화자는 마음 속 길을 통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더듬어 가는데 "어머니의 상여" "마을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누런 모래 둔덕" 등 향수젖은 어휘로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하다
윤슬빛 어리는 애월의 바닷가
바라보는 언덕에 올라
활짝 핀 억새꽃 사이로 올레길 걸으며
바람에 일렁이는 꽃무리 바라보자니
먼 옛날 순이하고 뛰놀던 억새꽃 핀 언덕이 생각생각나더군
그때는 몰랐어!
억새꽃 정취가 이렇게 쎈테멘탈 한 것을
그때는 정말 몰랐어!
살랑 살랑 흔들어대는 억새꽃 흰 머리가
이렇게 가슴 속 파고드는 것을
그저 순이가 좋아서 언덕을 달렸을 뿐이야
지금 순이는 어디 있을까?
순이도 그 언덕 생각하고 있을까?
그 언덕엔 지금도 억새꽃 피고 있을까?
까지 생각하는데,
파란 낮달이 얼굴 가리고 킥 킥 웃고 있더군
- 졸작, 애월의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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