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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새를 위한 메모 / 송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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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51회 작성일 18-08-17 20:35

본문

죽은 새를 위한 메모 / 송종규

 

 

 

 

     당신이 내게 오는 방법과 내가 당신에게 가는 방법은

     한 번도 일치한 적이 없다

     그러므로 나는 어떤 전언 때문이 아니라, 하나의 문장이 꽃봉오리처럼 터지거나

     익은 사과처럼 툭 떨어질 때

     비로소 당신이 당도한 걸 알아차린다

     당신에게 가기 위해 나는 구름과 바람의 높이에 닿고자 했지만

     당신은 언제나 내 노래보다 높은 곳에 있고

     내가 도달할 수 없는 낯선 목록에 편입되어 있다

     애초에 노래의 형식으로 당신에게 가고자 했던 건 내 생에 최대의 실수였다

     이를테면, 일종의 꿈이나 허구의 형식으로 당신은 존재한다

 

     모든 결말은 결국 어디에든 도달 한다 자, 이제 내가 가까스로 당신이라는 결말에 닿았다면

     노래가 빠져나간 내 부리에 남은 것은 결국 침묵,

 

     나는 이미 너무 많은 말을 발설했고 당신은 아마

     먼 별에서 맨발로 뛰어내린 빛줄기였을 것이다

 

     오랜 단골처럼 수시로 내 몸에는

     햇빛과 바람과 오래된 노래가 넘나들고 있다

 

 

 

鵲巢感想文

     순간 易地思之라는 말이 생각이 났다. 처지를 바꾸어 생각한다는 말이다. 시제가 죽은 새를 위한 메모다. 죽은 새는 지금 살아 있는 새와는 다르다. 한때는 있었지만, 지금은 없는 그 무엇이다. 그러니까 과거다. 과거를 돌이켜보며 시인은 간략히 메모한다. 물론 시인이 간략히 메모한 것이지만, 시인은 우리를 대변한다.

     우리는 과거 속에 연연하지 않고 장래를 위한 무언가 생각하고 또 도전하면서 꿈을 그린다. 그러니까 오늘은 어제의 꿈이었다. 오늘은 어제 그 무엇의 결과인 셈이다.

     당신이 내게 오는 방법과 내가 당신에게 가는 방법은 / 한 번도 일치한 적 없다. 언제나 당신을 만나기 위해 들려도 당신은 없고, 내가 있을 땐 당신이 없는 것과 같다. 가령, 내 책상 위에는 영양제 한 병이 있다. 여기에 마음을 놓는다면,

 

     가슴이 꽉 닫혔습니다. 숨 쉴 수가 없습니다.

     서재에 장식용처럼 바라보나요. 그렇다고

     장총의 탄환처럼 폭력은 행사하지 말아요.

     쑥쑥 콩나물 다리만 생각할 겁니까,

     끝없이 통증만 오가는 망막은 흐릿하기만 합니다.

     부풀어 오른 고름처럼 병실의 물만 마셨습니다.

 

     장미꽃 가득 담은 병에 고름만 자꾸 흘러요.

 

     간단하게 지은 시다. 아니 라기보다는 그냥 써본 글이다. 처지를 바꿔 생각해보자는 뜻이다. 약이 든 병의 처지는 우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그 약이 미치는 영향과 효능을 생각하고 이러한 영향과 효능을 시와 이미지를 겹쳐놓는 것 그 외, 한두 줄 정도는 쓰는 자의 마음까지 곁들여 놓는다면 좋은 시가 되겠다.

     시인이 쓴 문장이다. 당신에게 가기 위해 나는 구름과 바람의 높이에 닿고자 했지만 / 당신은 언제나 내 노래보다 높은 곳에 있고 / 내가 도달할 수 없는 낯선 목록에 편입되어 있다

     만남은 어떤 목적이 있겠지만, 만남 이전은 구름과 바람으로 교차한다. 한 줄 글귀가 보고 싶다고 해서 바로 읽히지 않듯이 수많은 사색을 통해 도달하는 어떤 교감이 따라야 한다. 아주 절친한 친구도 어떤 목적이 아닌, 일정에 없는 만남이 더 반가움을 조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종의 꿈이나 허구의 형식으로 당신은 존재한다. 그러니까,

     달을 보자. 어제의 달은 오늘의 달과 다르다. 해는 변화가 없지만, 달은 매일 변한다. 달과 우리 인간은 항상 낯선 곳에 있다. 마주할 수도 없으며 태곳적에는 달의 예측까지 할 수도 없었다. 달은 둥근 모양을 하다가도 어느 시일이 지나면 없어지기도 했다. 그러므로 고대인들은 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건 재생의 의미였다. 재생은 늘 희망을 안겼다. 희망은 다시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지나가는 얘기지만, 한자에 육자와 월자는 뜻은 다르지만, 함께 쓰일 때가 있다. 신체의 여러 장기나 살과 고기 등 육체적인 곳에는 모두 함께 쓰인다. 달이 변하듯이 동물은 성장이 있고 죽음을 맞듯 그 변화를 대변한다. 곧 달은 우리의 육체에 그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겠다.

 

     모든 결말은 결국 어디에든 도달한다. 달빛은 누구든 가리지 않듯이 우리가 어떤 달을 기대하며 우리의 역량을 발휘하듯이 인체에 피를 돌게 하고 새로운 배춧잎에 무를 심듯이 우리만의 농장을 가꾸는 능력은 있어야겠다.

     나는 이미 너무 많은 말을 발설했고 당신은 아마 / 먼 별에서 맨발로 뛰어내린 빛줄기였을 것이다.

     개구리가 우는 시절이 있고 귀뚜라미가 우는 시절이 있다. 인간은 어느 때와도 특정한 시기 같은 것은 없다. 개인의 희망은 언제든 표현하기 쉽고 인터넷은 이를 뒷받침하기까지 한다. 제도권의 글쓰기와 표현은 달이었다면 달빛을 무한하게 보며 쬐는 우리는 먼발치에서 나마 한줄 빛줄기로 희망을 품는다.

     오랜 단골처럼 수시로 내 몸에는 햇빛과 바람과 오래된 노래가 넘나들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변화한 세계에 단골처럼 나를 편안하게 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그것처럼 우리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종교를 가진 사람은 종교에 귀의할 것이며 시를 믿는 사람은 시에 뜻을 두고 마음을 안정시켜 나갈 것이다.

 

     야광천저수野廣天低樹 강청월근인江淸月近人이라 했다. 들이 넓으니 하늘이 나무보다 낮아 보이고 강이 푸르니 달이 사람께 가까워 보인다는 말이다. 마음이 들처럼 너르고 흐르는 세월에 푸른 강물처럼 맑다면 외롭진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덕불고德不孤 필유린必有隣이라 했다. 덕이 있는 사람은 이웃이 늘 있기 마련이다.

     시인의 시에서 죽은 새에 대한 미련 같은 것도 없지 않아 있어 보이며 밤하늘에 저 홀로 반짝이는 별빛처럼 고독 같은 것도 있어 보인다. 우리는 모두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별이라는 것을 조회 수도 없고 관심도 없는 별 밭에서 오늘도 옥수수 한 알 심는다는 것은 고독 같은 것을 없애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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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종규 경북 안동에서 출생 1989년 심상 신인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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