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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봉 / 강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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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06회 작성일 18-08-18 21:26

본문

밀봉 / 강해림

    -깡통 속에서

 

 

 

     스스로를 장사지내고 관뚜껑 같은 방에 나는 담겨 있다 단 한번도 발설되지 않은 죽음의 자궁 속은 늪이다 유폐된다는 건 날 방사放射 하는 일, 깡통처럼 대답은 없고 질문만 던져지는 허공을 닮아가는 일, 이제 살아서 내 것이었던 것들은 없다 손가락뼈가 으스러지도록 두드리던 헛된 노크도 날 벌세울 벽도 없다 나는 사망함으로써 사망思望하기 시작한다 적막이 수의처럼 날 덮어 죽은 심장이 뛰고, 눈과 귀가 열린다 환하다 진공의 방, 없는 공기처럼 나는 아무 데나 있고 아무 데도 없다 가공한 몸이 피워대는 고독은 가공할만한 것이어서 썩어도 썩지 않는다 유통기한이 없다 이대로 한 백년쯤 참고 견디다 보면 말이 말을 버리듯, 불화와 불화가 서로 등 돌리듯 제대로 고독할 수 있을까 잡귀가 되어 내 제삿날 슬그머니 다녀갈 수 있을까 그때의 내 독백은 흰빛일까 검은빛일까 아무 데서나 살 수 있고 대량생산된 고독이 고독이라고 우기지 않고 겸허해질까 상상만으로도 무한리필 고독 속에서 뼈마저 흐물흐물, 맛있게 익어간다

 

 

 

鵲巢感想文

     밀봉된 깡통을 보았다. 깡통은 유통기한이 과연 얼마쯤 될까? 한 백 년은 갈까? 그렇게 잊어도 혹여나 누가 또 이 깡통을 따는 사람은 있을까? 깡통을 맛본 사람은 또 그 고기 맛은 알까? 고독으로 가득한 이 육질의 를 말이다.

     이 시를 읽으니 詩人 조말선 가 생각나 덧붙여놓는다.

 

     나는 나를 맛볼 수 없었다 / 조말선

 

     달칵, 불 위에 압력솥을 올렸다 달칵, 잠금장치가 분량의 나를 잠갔다 달칵, 잠금장치가 여분의 나를 풀었다 나는 안이 되었다 나는 밖이 되었다 잠긴 나와 풀린 나는 조리되었다 잠긴 나는 한없이 긴장하였다 풀린 나는 한없이 이완하였다 압력솥이 나를 조리하였다 나는 나를 두 개의 선로처럼 압축해서 달렸다 나 이외의 모든 것은 풍경이었다 꽤액 기적이 울렸다 나는 나를 만나야만 이 경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는 나를 맛나게 해야만 이 경주를 끝낼 수 있었다 압력솥이 들들 볶았다 경주가 극에 달했다 잠긴 나는 한없이 이완되었다 풀린 나는 한없이 긴장되었다 들들들 압력솥이 들볶았다 둘 중 하나는 무조건 밖에 있어! 나는 나를 만날 수 없었다 달칵, 압력솥을 열고 나는 나를 맛볼 수 없었다

 

 

     詩 全文이다. 의 수축과 이완 속에 압력솥은 열렸다. 깡통 같은 고독을 요리조리 유폐하거나 방사하는 일, 허공을 닮아가는 일, 이제 살아서 내 것이었던 것들은 없다. 손가락뼈가 으스러지도록 두드리던 헛된 노크도 날 벌세울 벽도 없다.

     시는 하나의 압착기처럼 견디다가 유통기한이 없는 나방으로 간다.

 

     현대인은 를 보며 나름의 유익한 시간을 보내겠지만, 옛사람은 어떻게 보냈을까? 아래는 이덕무의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에 나오는 문장이다. 한 대목을 발췌하여 본다.

 

     을유년 겨울 11월 공부방이 추워 뜰 아래 작은 띳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집이 몹시 누추하여 벽에 언 얼음이 뺨을 비추고 방구들의 그을음 때문에 눈이 시었다. 바닥은 들쭉날쭉해서 그릇을 두면 물이 엎질러지곤 했다. 햇살이 비쳐 올라오면 쌓였던 눈이 녹아 스며들었다. 띠에서 누런 국물 같은 것이 뚝뚝 떨어졌다. 손님의 도포에 한 방울이라도 떨어지면 손님이 크게 놀라 일어나는 바람에 내가 사과하곤 했다. 하지만 게을러 능히 집을 수리하지는 못하였다. 어린 아우와 함께 석 달 간 이곳을 지켰지만 글 읽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세 차례나 큰 눈을 겪었다. 매번 눈이 한 차례 오면 이웃에 키 작은 늙은이가 꼭 대빗자루를 들고 새벽에 문을 두드리며 혀를 끌끌 차면서 혼자 말하곤 했다. 불쌍하구먼! 연약한 수재가 얼지는 않았는가? 먼저 길을 내고는 그 다음엔 문밖에 신발이 묻힌 것을 찾아다가 쳐서 이를 털고 재빨리 눈을 쓸어 둥글게 세 무더기를 만들어놓고 가곤 하였다. 나는 그 사이에 이불 속에서 옛글 서너 편을 벌써 외우곤 하였다.

 

 

     이덕무는 서자였다. 조선은 적자와 서자를 유별나게 구별하였다. 정조는 그나마 서얼 차별을 다소 없앴다. 이덕무는 서른아홉에 규장각 검서관으로 임명되어 일을 할 수 있었다. 이것도 그의 식견과 사람됨을 아끼던 벗들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었다. 가난한 선비는 책밖에 몰랐다.

 

     맑았다. 날이 좀 풀린 것 같다. 태풍의 영향 때문이지는 모르겠다. 꽤 더운 날씨는 아니었다.

     오전에 커피 문화 강좌를 진행하고 오후에 조감도에 필요한 자재를 올렸다. 그 외, 어떤 사람도 만난 적이 없다. 직원과 옛사람을 제외하곤 찾아온 사람도 없었다.

     오늘 만난 옛사람은 김득신과 이득무, 박제가, 김영, 노긍, 이정, 허균을 잠깐 만났다.

     옛사람은 처절한 가난에도 맑은 삶을 살려고 무척 노력했다. 요즘 사람은 책 한 권 보지 않는다. 지금의 가난과 옛사람의 가난은 비교도 할 수 없겠지만, 출판문화가 옛 것과 비교하면 요즘은 다양하고 호화롭기까지 하다. 간서치 이덕무는 책을 살 돈이 없어 빌려보고 깨알 같은 글자로 베껴 놓기도 했다.

     깡통 같은 시()에 파묻히는 것은 이름도 아니고 재산도 아니었다. 오로지 내 몸을 닦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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