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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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56회 작성일 18-08-22 02:40본문
잠 / 이영주
문이 언제 열릴지 모르니 담요를 덮읍시다 담요가 좋아요 무수한 총격과 해일이 덮치고 간 후에도 담요를
우리는 어둠으로 밀려난 게 떼처럼 열심히 기었습니다 가도 가도 서로의 옆구리
새로운 페허의 시대가 도래한것일까요 우리는 서로의 뼈를 찾아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기차 안에서도 담요를 덮어요 낯선 도시에 내릴 때에는 담요를 두르고 눈빛을 숨겨야 합니다
이런 저녁에는 바람이 안으로 들어와 긴 울음뼈 하나 세우고 갈지도 몰라
우리는 어둠 속에 남겨진 게 떼처럼 배를 뒤집었습니다 반군과 정부군은 알 수가 없지만
안쪽으로부터 싸움은 시작되고 있어요 배를 까뒤집고 등으로 진창을 기어가는 우리 몸 속에서부터 차갑게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방공호에서 담요를 나눠 덮고 우리는 바닥 밑에서 손을 잡습니다 자도 자도 잠의 바깥
모든 것이 무너져도 우리는 살아 있습니다 담요를 둘러쓰고 영원히 끝나지 않는 이 허기 때문에
* 이영주 : 1974년 서울 출생, 2000년 <문학동네>로 등단
# 감상
전쟁은 인간이 스스로 만든 최고의 악이다
전쟁은 자기끼리의 싸움, 게 걸음처럼 서로의 옆구리 찌르기, 가도 가도 제자리 모두 고통,
인간의 존엄성은 박탈되고 참혹함과 잔인함 그리고 굶주림등 절망만이 난무한다는 것인데,
화자가 전쟁 시대에 담요가 좋다는 것은, 잠(평화)이 필요하다는 것을 力說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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