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을 감기세요 / 김이듬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내 눈을 감기세요 / 김이듬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73회 작성일 18-09-05 10:00

본문

 

  내 눈을 감기세요

 

  이듬

  

   

   구청 창작교실이다. 위층은 에어로빅 교실, 뛰고 구르며 춤추는 사람들, 지붕 없는 방에서 눈보라를 맞는다 해도 거꾸로 든 가방을 바로 놓아도 역전은 없겠다. 나는 선생이 앉는 의자에 앉는다. 과제 검사를 하겠어요. 한 명씩 자신이 쓴 시 세 편을 들고 와 내 책상 맞은편에 앉는다. 수강생과 나는 머리를 맞댄다. 어깨를 감싸는 안개가 있고 나는 연달아 사슴을 쫓아가며 총을 쏘는 기분이다. 전쟁을 겪은 후 나는 총을 쏘지 못하게 되었다.   

 

   이건 너무 상투적이고 진부하잖아요. 이렇게 쓰시면 안 됩니다. 노인이 내민 시에 칼질을 한다. 깎고 깎여서 뼈대만 남은 조각상처럼 노인은 앉아 있다. 패잔병의 앙상한 뺨을 타고 곧 눈물이 흘러내릴 것 같다. 분노로 불신으로 이글거리는 눈동자는 아니다. 선생님, 방금 그 작품은 내가 쓴 게 아닙니다. 아무리 애써도 시를 쓸 수가 없어 유명한 시인의 수상 작품을 필사해봤어요.   

 

   내 머리는 떨어진다. 책상 위에는 첨삭하느라 엉망이 된 유명 시인의 작품이 있다. 그것은 마치 왜 그렇게 비싼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명품 브랜드 가방 같다. 노인이 나를 보며 웃지 않으려 애쓴다. 위에서 춤추는 사람들, 이름을 가리면 걸작을 못 알아보는 내 식견으로 누구를 가르치겠다고 덤빈 걸까?

 

 

시집히스테리아(문학과지성사, 2014)

 

--------------------------------

   쓰는 시마다 안타를 치고 홈런을 치면 좋겠지요. 하지만 시인들은 본인 스스로도 기대에 못 미치는 시를 쓰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표절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많은 시를 두고 비교 검토해보면 유사한 시도 참 많습니다. 유명 시인들이라고해도 다를 것도 없고요.

 

   어떤 패기 넘치는 젊은 평론가가 한 원로시인의 시를 있는 그대로 소신대로 평을 하였는데 오프에서 만나 혼쭐이 났다고 합니다. 그 뒤 원로시인은 시를 쓰다가 불이 나가는 바람에 잘 못하여 미처 못다 쓴 다른 시를 잘못 보냈다고 합니다. 문학지에 실렸을 때 이 젊은 평론가는 온갖 미사여구를 다하여 골목 평을 했다고 합니다. 그것을 읽은 원로시인 스스로 얼마나 민망했을까 싶습니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63건 7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386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 0 03-10
386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8 0 03-10
386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 0 03-09
386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 0 03-09
385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 0 03-09
385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 0 03-09
385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 0 03-08
385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 0 03-07
385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 0 03-07
3854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 0 03-06
385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 0 03-05
385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 0 03-05
385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5 0 03-05
385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 03-04
384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 0 03-04
384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 0 03-03
384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 0 03-03
384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 0 03-03
384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 03-03
3844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 0 03-03
384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0 03-03
384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 0 03-02
384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 0 03-02
384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4 0 03-01
383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5 0 03-01
383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3 0 03-01
383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0 0 03-01
383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 0 03-01
383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 02-28
383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9 0 02-28
383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 0 02-28
383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6 0 02-28
383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3 0 02-28
383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2 0 02-28
382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 0 02-27
382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 02-26
382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 0 02-26
382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 0 02-26
382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3 0 02-26
3824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5 0 02-24
3823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6 0 02-22
3822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57 1 02-19
382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9 0 02-17
382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9 0 02-10
381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89 0 02-06
3818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 0 02-05
381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2 0 02-04
381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 0 02-01
381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8 0 01-30
381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1 0 01-30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