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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 김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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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48회 작성일 18-09-13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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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 김연필

 

 

 

 

     우주에서 푸른 꽃이 떨어지고 우리는 비탄에 잠겼다

 

     꽃이 떨어지며 떨어진 모든 것들이 우리의 비참을 깨우고, 우리의 비참 속에서 우리는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었다

 

     밤 공기를 나눠 마시며 걸어도 조금도 비참해지지 않았다, 푸른 꽃이 떨어졌는데, 모든 것이 떨어졌는데, 모든 것이 떨어지고 난 뒤에도 조금도 비참하지 않은 이상한 우리는

 

     우리의 비참 속에서 걷고 있었다 비참에서 나오는 푸른 꽃을 알고 있었다 우리의 우주에서 푸른 꽃이 떨어지고 또 떨어졌다 더 이상 걸어갈 곳이 없어 더는 걸어갈 수 없음을 깨달을 때쯤 우리는 우주 속에서 슬픔을 경험하고

 

     모든 것이 우리 속에서 잠겨간다 모든 것이 떨어진 후에도 우리는 모든 것이 잠기도록 끝없는 물을 내린다 우리는 물로 만든 과수이다 물이 다 빠지고 나면 우리는 푸른 꽃이 될 것이다 푸른 꽃이 되어 멀리 떠날 것이다

 

     멀리 우주 너머에 너무 아픈 꽃이 있다 꽃나무가 있다 푸른 꽃이 피고 푸른 희망이 피고 푸른 비참과 절망의 씨앗이 자라고

 

     모두 푸르러서 더는 말할 수 없는 꽃잎을 휘날린다 더 많은 행성으로, 성운으로, 마음으로, 세포로, 그리고 저 문 너머로

 

     아프다고 해도 아프지 않은 날들이 계속되고, 우리는 우리의 멸종을 부르는 날을 반복하기 시작한다

 

 

 

鵲巢感想文

     詩 질병을 본다. 여기서 푸른 꽃과 우리의 비참은 대립각을 이룬다. 푸른 꽃이 을을 대변한다면 우리의 비참은 갑이라 해도 되겠다. 우리의 비참은 고정 불변적이며 부러질 수 없는 정책과 같다. 말하자면, 소득주도 성장인가 뭔가 하는 것과 아주 다름이 없다. 그러니까 정책을 실현하는 주체는 그들의 비참 속에서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는 현실을 맞닥뜨리고 있으며 그 슬픔은 과수처럼 물만 반영한다.

     푸른 꽃은 민중이다. 우리의 비참(소득 주도 성장론)을 맞은 민중은 꽃이 떨어지는 것과 같이 비참을 일깨우고 가능한 방향을 모색하자며 울부짖는다. 민중은 푸른 꽃이 피고 푸른 희망이 피고 푸른 비참과 절망의 씨앗은 끝끝내 배척하자며 조금도 비참하지 않은 우리의 비참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그러나 밤공기는 차며 이 길 걸어도 조금도 비참해지지 않는 우리의 비참을 본다. 푸른 꽃이 떨어졌는데 모든 것이 떨어졌는데 모든 것이 떨어지고 난 뒤에도 조금도 비참하지 않은 이상한 우리의 비참, 도대체 푸른 꽃을 알고나 있는 것인가?

     역사의 발자취는 이만하면 됐다. 우리의 비참,

     아아 차이콥스키의 비창이 흐른다. 끊임없이 흐르는 저 선율, 푸른 꽃은 어디에 발맞춰 걸어야 하는가! 아프다고 해도 아프지 않은 날들은 계속되고, 우리는 우리의 멸종을 부르는 날을 반복하기 시작한다. 기어코 수정하지 않은 정책들, 소득 주도 성장론 소득 1달러도 되지 않는 북한까지 들먹이며 논하는 이 우스운 시나리오 속에서 오늘도 푸른 꽃은 울부짖는다.

     아무런 희망조차 가질 수 없는 푸른 꽃은 이 흐린 날씨 속에 조금도 비참해지지 않는 우리의 비참한 현실을 뛰어 나가 푸른 꽃이 푸른 희망을 갖는 그 세계를 묵도黙禱만 해야 하는가!

     서글픈 현실이다. 우리의 비참悲慘!

     지구 반대쪽 나라 베네수엘라 국가 부도 사태를 푸른 꽃은 똑똑히 목도했다. 우리의 비참悲慘! 실업률은 사상 최대며 경기는 좋지 않은데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까지 심각한 비탄의 증상이다.

 

     子曰 能以禮讓爲國乎? 何有? 不能以禮讓爲國, 如禮何?

     공자께서 이르시길 예와 겸양으로써 능히 국가를 위한다면 무슨 일 있겠습니까? 예와 겸양으로써 능히 국가를 위하지 않으니 예는 있어 뭐합니까?

     우리의 비참은 예와 겸양을 갖춰 푸른 꽃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으면 좋겠다. 완벽한 검증도 없는 정책 이론 같은 것은 이제는 됐다. 이건 완전 질병이었다. 여기서 더는 진행했어도 안 되며 아집과 고집은 벗어야 할 때다. 푸른 꽃에 믿음을 저버리는 행위다. 無信不立이라 했다.

     카페는 최근 몇 달 상간에 최저 매출을 올렸다. 비참!

     솔직히 이건 너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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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필 1986년 대전 출생 2012 시와 세계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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