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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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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스 / 여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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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44회 작성일 18-09-18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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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스 / 여성민

 

 

 

 

     애인이 비밀번호를 바꾼 후부터 나는 웨하스를 먹어요

     이유를 말할 수 없어야 슬픔이구요

 

     타인이라는 말을 그럴듯하게 써먹어서 시인이 됐죠 타인과 귤나무 이런 시도 썼는데요 타인과 타자를 설명할 수는 없어서 연애도 평론도 못하지만

 

     고마워요

 

     나는 과자처럼 예뻐요

 

     그리고 당신을 설명합니다 당신도 나처럼 관념적인 사람이라면 이별한 후에 우는 당신은 타인입니다 울고 나서 이별하는 당신은 타자입니다

 

     타살인가요

 

     괜찮아요 나는 내 집에 살아요 타인은 타인의 집에 살고요 그것이 문득 슬픈 날 있듯이

 

     조금 전에 나는 애인의 방에서 훼하스를 먹고 있었죠

 

     웨하스를 만드는 사람은 누굴까

 

     예쁜 사람일 거야 연애도 잘 하고 하모니카도 잘 불 거야 하모니카를 불고 나면 쓸쓸해져서 애인을 바꿀 거야 충분히 내가 그 애인인 것 같아

 

     웨하스를 먹으면 울었죠 이유를 말할 수 없어야 애인이구요

 

     모두 웨하스 씹는 소리나구요

 

 

 

鵲巢感想文

     좋은 한 편은 무한한 상상력과 기쁨을 안겨다 준다. 애인이 따로 있을까 싶다. 타인과 타자를 구별하며 자타가 공인하는 둥근 벽시계로 웨하스를 날리는 날 나 역시 비밀번호를 바꾼 채 문을 닫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가 열어줄까만, 영원히 묻는, 아예 사장된 것처럼 까마득히, 그럴 바에야 오늘도 그 비밀번호를 캐며 웨하스를 씹겠다.

     여기서 애인과 웨하스는 동질감을 갖는다. 역시 타자다. 타자는 打字겠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글자를 쳐 넣은 고체화된 과자다. 웨하스다. 이유를 말할 수 없어야 슬픔이라는 말, 시 해석은 비밀번호를 캐는 것과 같기에 모르면 애인을 면접할 수 없으니깐, 곧 슬픔이다.

     타인이라는 시어에 좀 헷갈린다. 타인은 他因으로 일단 보자. 다른 원인을 만들어 적당히 둘러친 것에 우리는 시인이 될 수 있겠다. 타인과 타자를 설명한다는 것은 참 애매하다. 원인과 결과를 뚜렷이 밝힐 수 있다면 연애도 평론도 우리는 쉽게 쓸 수 있겠다.

     하여튼, 고마워요 왜? 일단 오늘만큼은 당신은 나의 애인이니까? 요렇게 다듬고 글로 치며 당신을 어루만질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웨하스자 과자다. 나는 과자처럼 당신을 씹고 있으니까! 영혼을 잠재우며 스파크와 같은 불꽃을 피울 수 있으니까!

     그리고 당신을 설명합니다. 당신도 나처럼 관념적인 사람이라면 이별한 후에 당신은 타인입니다. 이별은 웨하스자 과자와의 이별이다. 그것은 타인의 타자라 하나의 교본을 벗어나 자기 교본을 만드는 작업의 순서다. 그러므로 타자打字에서 벗어나니 타인他人이 되는 것이며 타인他人으로 본 자아발견은 또 타인他因이 되는 것이다. 즉 타인他因을 발견한다는 얘기다.

     울고 나서 이별하는 당신은 타자입니다. 이는 진정 자아의 타자다. 울었다는 표현은 자기 합리화를 이룩한 단계다. 또 다른 타인을 위한 웨하스자 과자가 된 것이다. 그러므로 이는 타자다.

     타살인가요? 그러게 말이다. 본인이 읽고 즐기고 어루만지며 문대기까지 했던 그 순간은 웨하스자 과자가 행한 행위는 결코 아니었다. 일방적이었음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안다. 그러니 이는 넉살 좋은 일 배 일 잔이다.

     괜찮아요. 나는 내 집에 살아요. 타인은 타인의 집에 살고요. 그것이 문득 슬픈 날 있듯이. 결국 애인은 그 비밀번호를 몰라야 유지가 되는 것이니까 이해하고 넘어가면 영영 다시 볼 수는 없으니깐, 슬픈 일이다. 그런 날이 언젠가 있다는 얘기다.

     웨하스를 만드는 사람은 누굴까? 웨하스를 좋아하고 일방적 소통으로 그 희열을 맛보는 사람이 아닐까! 그 사람은 분명 예쁜 사람일 거야 연애도 잘 하고 하모니카도 잘 불거야. 하모니카를 불고 나면 쓸쓸해서 애인을 또 바꿀 거야.

     맞아! 바꿀 수밖에 없는 필연이다. 여기서 하모니카는 원고지를 제유했다. 하모니카처럼 즐겁게 쓰며 노래 부르듯이 글을 썼다는 것을 내포한다. 글이란 무언가 읽어야 나온다. 어떤 한 세계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빛과 그림자를 분명히 하여야 한다. 그리고 비유다. 시적 세계에 들어가는 것이겠다.

     웨하스를 먹으며 울었죠. 이유를 말할 수 없어야 애인이구요.

 

     아! 거즈를 덮다가 오늘 나는 웨하스를 씹고 말았다.

 

     草似小年常結客

     花如隣女欲窺臣

 

     위 시는 독립운동가 정찬조의 율격이다. 소년을 닮은 풀은 늘 상춘객과 어울리고 이웃집 여자와 같은 꽃은 나를 엿보려 한다. 타자는 꽃이다. 제대로 친 글자 타자라야 신은 엿볼 수 있겠다. 미숙한 소년과 같은 글 즉 잡초는 흔히 지나는 객만 볼 것이다.

     그 아리따운 애인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어찌 쉬운 일일까! 오랫동안 가슴에 머물 수 있고 타인의 가슴에도 오래 머물 수 있는 애인, 웨하스

     과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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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민 충남 서천 출생 2012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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