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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제를 사랑한(-매혹을 소묘하다) / 김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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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20회 작성일 18-10-02 13:13

본문

오브제를 사랑한 / 김추인

-매혹을 소묘하다

 

 

 

     바람을 지운다

     소리를 지운다

     창을 설핏 열어 빛을 소환한다

     하오의 잔광이다

     동쪽문은 유리의 켄버스

     물의 입자들이 캔버스 위에서 응결되는 중이고 보얗게 채색되는 중이고 무거워진 몇 개 물방울들 중력 쪽으로 가파르게 하강하며 긴 발자국을 남긴다 물의 족적, 물의 붓질

     켄버스 위 몇 개의 길고 투명한 금줄들은 스크레치 기법일 것이다 샤워실에선 더 촘촘해진 김, 아지랑이

 

     시계소리는 화면 밖에서 뚝딱이게 두어라

     소녀가 물에서 오고 있으니

 

     젖은 살내, <타올을 든 소녀>* 쪽으로

     쏠리는 펄럭이는 후각들

     팔 하나가 불쑥 액자 속으로 들어가 몸을 반쯤 가린 무명 타올을 벗겨내며 빛을 조금 더 불러 앉힌다

     전라全裸의 소녀

     어디선가 휘리릭~날아오는 입파람 소리들

 

     아니다 역시 설렘은 은밀하고 순연해야.. 과한 것은 금기, 팔에 걸치고 있던 무명 타올을 그녀에게 돌려 준다 무채색으로 일어서는

     ‘타올을 든 소녀

     아직 더운 김 날고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고독과 허무의 잿빛, 권옥연의 잿빛은 언제 봐도 눈이 부시다 제 본성의 색감으로 소녀를 감고 도는 추상의 오브제들도 빛난다 움직이는 수증기며 시계소리 그리고 유리를 달리는 물의 발자국들이

     세상의 덧칠된 시간을 지우며

     존재의 물음을 던지고 있다

     절대 미감美感의 영속성에 대하여

 

 

 

鵲巢感想文

     詩人畵家 권옥연의 그림 타올을 든 소녀를 보며 마음을 얹었다. 세상과는 격리된 자아의 모습이다. 오로지 타올 한 장으로 다 벗은 몸을 가리고 있다. 다만, 물방울의 흔적이라든가 어딘가 들어올 것 같은 빛과 아지랑이가 오를 것 같은 모습만 연상케 한다.

     소녀는 젖은 몸으로 고개 숙이며 바닥만 본다. 이것은 무겁고 어둡고 고독과 허무를 벗는 본성의 색감인 잿빛으로 모든 시간을 잠재우고 오로지 유리처럼 무언의 발자국만 남긴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는 오로지 맨 몸으로 그 어떤 세상의 때를 벗고 다시 선 이 고독은 시인에게는 잿빛만큼 더 강렬하게 와 닿는 것도 없다. 오로지 투명한 금줄들로 스크레치한 세상을 벗어던지며 샤워처럼 지나온 시간을 모두 감금하고 세상의 화면을 이탈하고픈 진정 미적 아름다움은 무엇이란 말인가?

     팔 하나가 불쑥 액자 속으로 들어간다. 무명 타올마저 벗긴다. 빛을 더 불러 앉히며 어디선가 들려오는 무언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은밀하고 순연하면서도 그 어떤 색감이 아닌 밝은 영혼을 가질 수는 없는 것일까!

     오늘도 시계 소리는 똑딱거리며 우측을 지향하며 걷고 물의 발자국은 세상 덧칠된 시간만큼 바닥에 닿을 뿐이다.

 

     이 시는 한마디로 말하면 존재의 물음이다. 영속성과는 동떨어진 개념이다. 한충절절초간어寒蟲切切草間語 결월휘휘천제류缺月輝輝天際流라 가을벌레 애절하게 풀 속에서 하소연하고 조각달은 희부옇게 하늘 끝에서 빛이 흐른다. 미물은 가을에 저리 울어도 자연의 깨진 조각달은 하늘 끝에서 빛이 난다.

     자연의 영속성이다.

     노자는 도덕경 41장에 대음희성大音希聲이라고 했다. 큰 소리는 소리가 거의 없다는 말이다. 지구는 오늘도 돌고 있지만 그 소리는 들을 수 없고 이 가을 풀벌레처럼 우는 단명短鳴에 절대 미감美感의 영속성은 어쩌면 과욕過慾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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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추인 경상남도 함양 출생 1986년 현대시학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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