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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참詩讖 / 김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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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03회 작성일 18-10-03 01:07

본문

시참詩讖 / 김호준

 

 

 

 

     너의 까만 눈동자 어딘가에

     방벽의 휘청거림이 있고

     속치마의 똑같은 체온을 지닌 천장이 있다

 

     보다 더 깊이

     깊숙이 솟아난 울타리는 우리의 집이다

     차디찬 너의 혈관들은 잎맥처럼 일어나 검고 무성한 숲을 이루었다지

     구불구불 뒤엉킨 일가들이 그곳에서 흘러나오곤 하였지

 

     너의 눈시울이 붉게 물든 것은

     우리가 죽인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해후하지 못한 채 집을 빼앗긴 그들에게는 참 많이 미안하다

 

     미래야

     온몸에 젖은 나의

     사랑스런 친구야

     이제부터 내가 부를 목가牧歌

     눈 감을 때까지 너와 함께할 굳은 불씨이다

 

     텅 빈 폐가에서 불안한 호흡으로 춤을 추라

     담배 연기 비집고 허연 유골 드러나게

     분가루로 온몸 칠하고 있어 창백하기만 한 나의 미래야

     영원히 나의 손들어 너의 고개를 어루만질 것이다

 

     어둑해지면 네 하얀 치마 결타고 미끄러질 모닥불

     그곳이 아니라면 어디에서 너와 헤어지겠느냐

     미래야

     그리운 나의 영혼아

 

 

 

鵲巢感想文

     시참詩讖은 무심(無心)히 지은 자기(自己)의 시가 우연(偶然)히 뒷일과 꼭 맞는 일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전적 의미다. 易地思之. 마치 싸늘하게 드러누운 바닥에서 나를 들여다보는 또 다른 아()를 상상하며 글 짓거나 글을 읽을 필요는 있다. 마치, 먼 미래의 아()를 대하듯 그 느낌이 온다.

     너의 까만 눈동자는 를 제유한 문구다. 방벽의 휘청거림과 속치마와 똑같은 체온을 지닌 천장은 의 속성屬性이다. 방벽放辟은 아무 거리낌 없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동으로 시의 이해와 오해를 두고 표현한 것이다. 지금 체온을 지닌 천장이 이 를 바라보며 쓰고 있다.

     문장은 울타리처럼 나를 보호하는 심리적인 효과가 있다. 타인의 오해에서 벗어나 이해의 최소한 울타리다. 이 안에서의 한 생명은 잎맥처럼 일어나 혈관처럼 희망을 품는다. 이리하여 이룬 무성한 숲은 시집을 구성하는 최소한의 一家를 형성한다.

     너의 눈시울로 표현한 일이지만 나의 눈시울이다. 우리가 죽인 사람들은 의인화擬人化 수법이다. 어쩌면 글도 생명이라서 굳이 따지자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우리는 실지 많은 문장을 교살하며 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게 시인의 책무임은 틀림없다. 결국 시인은 해후하지 못한 채 집 빼앗긴 그들에게 사과한다.

     불씨가 어찌 굳을까만, 살아서 한 생명을 부여하는 일은 불씨에 비유할만하다. 그러므로 많은 양을 몰며 생활의 터전을 북돋우는 牧歌라 해도 되겠다. 그러나

     슬퍼할 필요는 없다. 텅 빈 폐가에서 불안한 호흡일 수 있으며 하얀 미라처럼 영원히 깨어날 수 없는 무덤일 수도 있다. 담배 연기 비집고 허연 유골이 드러나게 분가루로 온몸 칠하며 창백한 하늘 보는 일은 千萬多幸한 일이다.

     어둑한 그을음에 하얀 속치마를 타고 모닥불과 같은 열정을 지피면 오늘을 보냈던 를 결국, 결별하고 미래를 향한 를 위하는 것이겠다.

 

     我欲長驅十萬兵 秋風雄鎭九連城 아욕장구십만병 추풍웅진구연성     

     大呼蹴踏天驕子 歌舞歸來白玉京 대호축답천교자 가무귀래백옥경

     나는 원하노라. 십만 군대를 멀리 휘몰아 가을바람 뚫고 구련성에 주둔하고

     크게 외쳐 교만한 오랑캐를 짓밟고서 춤추고 노래하며 백옥경으로 돌아오리라!

 

     朝鮮 孝宗大王. 북벌을 주장하며 실행에 옮겼지만, 국내 정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孝宗의 기개氣槪와 뜻은 이 한 수만 보더라도 분명히 알 수 있겠다.

     문자는 십만 군대 그 이상이다. 누구나 장열하게 몰 수 있으며 그 어느 곳도 뚫을 수 있는 파괴력도 갖는다. 이를 진두지휘하는 것은 . 열심히 살다 간 하루를 잊고 미친 듯이 을 사열하며 몰아보자. 그 어떤 방벽도 뚫을 수 없는 것이 있을까! 모르겠다. 나는 수억만의 병을 사열했다만, 내벽은 시원히 뚫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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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준 1988년 서울에서 출생 2014년 시와 사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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