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싹 / 성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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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874회 작성일 15-07-30 11:54본문
감자 싹 / 성영희
지펠 속 신선 실
덮어 놓은 신문지를 밀고 뾰족
감자 싹이 올라왔다
굵고 싱싱할수록
단단하고 탐스럽던 감자는 쪼글쪼글
쓴물 단물 다 바치고
녹말가루 묻어 날 듯 부드러워진
팔순 어머니 뱃가죽 같다
저 춥고 어두운 서랍 안에서
어떻게 싹을 틔웠을까
절망이 깊을수록 더욱 간절해
식어가는 심장에 꽃불 켜는가,
제 몸 소진해서라도 다시 살고 싶은 생이
껍질을 뚫고 깨어나
덩굴을 이루듯 어둠을 밀어냈다
도려낸 싹 차마 버릴 수 없어
화분에 옮겨 심고
흙 꾹꾹 다지는데
자신을 바쳐 뽑아 낸 또 다른 생이
불끈, 힘줄처럼 팽팽하다
* 지펠 Zipel : 냉장고 브랜드
초현(初弦) 성영희
충남 태안 출생
한국 문인협회 회원
한국 수필문학 회원
갯벌문학 회원
좋은문학 詩부문 신인상
서곶예술제 수필부문 장원
시흥문학상 전국 公募에서 시部門 우수상
한국서정문학 작가회의 회원 및 편집간사
詩集 <섬, 생을 물질하다> 2010 서정문학刊
*共著* [우표없는 편지][맨발로 우는 바람] 等
<감상 & 생각>
냉장고 안에서 잊혀진듯 숨어있던,
감자에서 우연히 발견한 새 싹.
이 눈부신 생명의 반짝임은
결국 이 시의 테마 Theme와 관련이 되고,
끈질긴 생명력에 대한 경외敬畏로움으로
승화昇華되고 있네요.
춥고 어두운 냉장고 서랍 안에서
감자가 품었던 그 깊은 절망,
그 죽음과도 같았던 깜깜한 시간 속에서,
아무도 보아주지 않는 차가운 고독 속에서,
저 홀로 솟아난 새 싹은
죽음에 이르러 生 또는 재생再生으로 다시 일어서는
경이驚異로움, 그 자체일 것입니다.
시들어 죽어가는 자신을 바쳐 뽑아 낸,
또 다른 生.
이는 소멸消滅로부터 비롯되는 소생蘇生의
비범非凡한 방정식方程式(팔순 어머니 뱃가죽)이기도 하며,
생사生死를 관통貫通하는 대목이기도 하며,
생명이 지향指向하는 <영원에의 갈증渴症>이 싹 틔운,
고통 있는 희열喜悅의 절정絶頂이기도 합니다.
(이 시의 핵核이라 할까)
무심히 스쳐 지날 수도 있는,
생활 속의 평범平凡한 사물事物이
시인의 사려思慮 깊은 시선視線에 의해서
비범한 사물로 다시 태어나고 있네요.
청신淸新한 새 생명의 파아란 희열이 되어...
- 희선,
댓글목록
뒤에서두번째님의 댓글
뒤에서두번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선생님의 글 항상 감사하게 읽고 있습니다
그냥 흘러 버리기 쉬운것도 차근차근 설명해주시고
덕분에 작가의 시심도 느낄수 있었습니다
전 시인도 그렇다고 시인 지망생도 아닌 그저 독자지만
시마을 이란곳에서 많은 휠링을 하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글 올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안희선님의 댓글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뒤에서 첫번째라 안 하시고,
두번째라고 하심에 선생님의 겸허한 삶의 자세가 읽혀집니다
- 왜?
보는 시각에 따라, 뒤에서 첫번째는 정말 자기가 첫번째란 말을 은근 과시하는 것이므로
늘, 마음에 걸리는 거지만..
좋은 시들을 지 맘대로 감상해서 시에 누累를 끼친단 느낌요
근데, 모.. 글벗인 시인들도 너그런 맘으로 이런 저를 이해해 주시겠지요
귀한 걸음으로 머물러 주심에 먼 곳에서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