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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죄를 위하여 / 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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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00회 작성일 18-10-08 21:43

본문

입문 / 문신

-죄를 위하여

 

 

 

     사과 껍질을 깎기 위해서는 칼자루를 짧게 쥐어야 한다

 

     칼날은

     세상을 동강 낼 기세로 사과를 파고들어야 하고

     과육과 껍질 사이

     서먹한 여지를 남기며

 

     날이 저물어가듯 칼날의 숨을 죽여야 한다

 

     문풍지를 잡아 뜯는 소소리바람도 잦아드는 밤

 

     어느 행성이

     불쑥

     지구 궤도에 진입한 것처럼

     사과껍질은

     둥근 절망으로 나동그라져야 한다

 

     무릎에 올려놓았던 손수건이 무심코 흘러내리는 사이

     사과의 윤회는

     귀머거리처럼 캄캄해져야 하고

     죽음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서

 

     당신의 몸은

     칼자루가 아니라 칼날 쥔 손을 만나야 한다

 

     신혼 방 탁자 위

     나무쟁반에 담긴 사과 한 알과 칼날 얇은 과도가

     정물처럼 흑백이 될 때까지는

 

 

 

鵲巢感想文

     좋은 한 편을 읽었다. 사과와 칼자루와 칼날의 대응이다. 보조관념으로 문풍지와 어느 행성과 그것의 지구 궤도 진입도 있었으며 무릎에 올려놓았던 손수건이 무심코 흘러내리는 일과 귀머거리처럼 캄캄해져야 하는 일을 예시했다. 또 신혼 방 탁자 위 나무 쟁반에 담긴 사과 한 알과 칼날 얇은 과도도 좋은 비유다.

     문풍지는 종이와 어감이 같으면서도 바람막이의 역할을 하듯 어떤 경계의 지점이라 색다른 공간미를 자아낸다. 굳이 더 말하자면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의 세계다. 그 경계에 문풍지가 있다. 어느 행성이 불쑥 지구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글쓰기를 묘사했다면 그만큼 무게를 실은 뜻이겠다.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글이 아니라도 좋다. 무언가 마음을 이끌거나 마음과 비슷한 그 무엇도 좋겠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사과껍질을 도려내듯 둥근 절망으로 나동그라져야 한다. 본질을 캐기 위한 헛것을 버리는 것이다.

     무릎에 올려놓았던 손수건을 보라! 형태와 공간 그리고 색감까지 절묘하다. 여기에 사과를 놓았다. 우리는 하루를 살아도 이 하루가 사과처럼 맺고 그 사과를 깎고 사과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면 공자께서 말씀하신 조문도朝聞道하면 석사가의夕死可矣겠. 아니 저녁에 도를 들어도 기어코 죽음은 두렵지 않겠다.

     사과를 한 꺼풀 도려낸다.

     귀머리거리처럼 캄캄하다. 도려낸 그 열매다. 죽음으로 우리는 장례의 예까지 치렀다. 문 앞에서 문풍지가 뜨는 그 바람을 꺾고 차안에서 피안으로 넘어갔다.

     이제 우리는 칼자루가 아니라 칼날 쥔 손을 만나며 홈런을 쳐야 할 때다. 방망이가 아니라 하얀 공을 보라는 말이다. 신혼 방에 들어가듯 탁자를 대할 때다. 굳은 쟁반 같은 그 속에 영원히 먹을 수 있는 사과 한 점, 아주 얇은 칼날 같은 종이에 정물처럼 흑백 뚜렷한 단도 이도 다완을 만들 때다.

 

     맹자의 말씀이다.

     說詩者 不以文害辭 不以辭害志 以意逆志 是爲得之 如以辭而已矣

     시를 설명한 자가, 글자 때문에 한 구절의 뜻을 잘못 해석해서는 안 되고, 한 구절 때문에 작자의 뜻을 해쳐서는 안 된다. 자기의 뜻으로서 작자의 뜻을 맞이해야, 이것이 얻음이 있다고 했다.

     意는 읽는 독자의 뜻이며 는 작가의 뜻이다. 제주도에 계시는 강** 선생님께서 주신 글이라 여기에 보탰다. 문자에 관한 말씀도 있어 감사하게 읽었다. 讀體字(, 상형자 , )合體字(). 이를 합하여 文字라 한다.

     하여튼, 蛇足이 길었다.

     위 를 설명하기에는 鵲巢는 글이 미천하고 얕다. 詩人가 될 일이다만, 이렇게 쓰는 이유는 공부다. 를 읽는다는 것은 근본적인 목적은 내 마음을 얻기 위함이다. 마음 하나 없이 하루를 닫는다는 것은 無責任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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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신 1973년 전남 여수 출생 200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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