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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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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회색 구두 / 이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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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61회 작성일 18-10-29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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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구두 / 이기성

 

 

 

     회색 구두를 보여줄까? 그것은 퍼런 놋쇠 숟가락과 함께 오동나무 관 속에 누운 할머니의 것 회색 구두는 가장 검은 밤 속으로 걸어가네

 

     거리에서 입이 일그러진 노파를 만났네 배고픈 양탄자를 짜던 노파가 말하네 네 구두를 벗어주렴 그럼 나의 춤추는 원숭이를 네게 줄게

 

     원숭이는 비를 맞고 있었네 손을 내밀자 단단한 이빨로 내 팔뚝을 꽉 깨물었네

 

     나는 피를 많이 가지고 있지 그것은 붉고 따뜻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니 네게 나눠 줄게

 

     노파의 촛불이 나의 얼굴을 비추었네 네 구두를 주면 노래를 줄게 촛불들이 갑자기 흔들리고 양탄자 속에서 노래를 잃은 새가 울부짖고 있네 누군가의 발이 회색 구두 속으로 쑥 들어오네

 

     할머니는 오동나무 관 속에 있지 퍼런 놋쇠 숟가락을 쥐고 쥐고 있는 그녀는 영원히 맨발이라네

 

 

 

鵲巢感想文

     시인 이기성의 글은 처음 접했다. 동인 문** 형께서 소개하여 보게 됐다. 가끔 시를 접할 때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띄우는 경우가 있다.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무언가 강렬하게 당기는 매력 같은 것이 있다.

     시 회색구두에 나오는 시어가 그렇다. 가령 양탄자라든가 노파, 오동나무와 놋쇠 숟가락 그리고 춤추는 원숭이까지 촛불과 울부짖는 새는 어떤 동화책을 읽는 기분이다.

     그러나 시는 재미를 이끌며 독자의 상상을 유발한다. 한마디로 펀(fun)이다. 시에서 주어와 동사 목적격과 소유격, 주체와 객체 즉 갑과 을을 파악하면 대충 어떤 의미인지 가려질 수 있다.

     시제가 회색구두다. 회색은 어떤 타협적인 색상이 아니다. 흰색도 아니고 검정도 아닌 분간이 안 가는 혼돈이다. 구두는 일차적인 뜻은 양화洋靴를 뜻하나 그 속뜻은 구두口頭. 역시 시인은 따로 애인을 두지 않는다. .

     오동나무 관 속에 할머니가 있다. 이 할머니가 소유한 것은 놋쇠 숟가락과 회색구두다. 실은 오동나무 관까지 할머니께서 소유한 유일무이한 재산이겠다. 여 안에 든 회색구두는 어떤 특정인에게 눈에 든 물체며 이것은 점점 검은 밤 속으로 걸어간다.

     어떤 영화를 보듯 시작이 묘하게 얽히며 얘기를 푼다. 마치 어두컴컴한 밤길을 할머니는 처음 본 사람과 함께 걷게 됐으니까!

     거리에서 입이 일그러진 노파를 만났다. 여기서 거리는 화자와 즉 회색구두와 독자와의 간격이다. 입이 일그러졌다는 말은 시 접촉에 해당하는 말로 누구나 그 첫인상은 내면을 보지 못한 어떤 선입관 같은 것이 있으므로 우리는 일그러졌다고 한다.

     배고픈 양탄자를 짜던 노파가 말한다. 시는 언제나 배고프다. 특정 독자를 만났을 때는 이를 해소가 되겠지만, 그전까지는 굶고 지내는 것과 다름없다. 구두를 벗어달라는 말은 교감이겠다. 시를 읽는 행위는 있어야겠다는 말이다.

     춤추는 원숭이가 참 재밌다. 원숭이는 어떤 모방이나 흉내의 상징물이다. 시를 처음 대할 때 우리는 aa라고 즉시 읽는 이는 잘 없을 것이다. 여러 가지 변수를 띄우고 붙이며 그러면서 어떤 논리를 전개한다. 그 일련의 과정을 노파(=主體)는 원숭이를 꺼내 주는 행위다. 결국 알고 보면 독자가 그 원숭이를 이끈 셈이 된다.

     원숭이는 비를 맞고 손을 내밀자 단단한 이빨로 내 팔뚝을 꽉 문다. 비를 맞는 행위는 순탄한 길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빨의 색상을 보자. 희고 하얗다. 종이를 제유했다. 이빨이 팔뚝을 문 것인지 팔뚝이 이빨을 문 것인지 역시 자아도취다.

     나는 피를 많이 가지고 있지 그것은 붉고 따뜻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니 네게 나눠 줄게, 이 문장은 시적 교감이다. 그 어느 쪽도 가능한 얘기다. 그 매개체는 이빨이다. 하얀 종이다.

     노파의 촛불은 더디어 시적 승화를 상징한다. 양탄자 속 노래를 잃은 새가 울부짖는 것은 시 해독이자 시의 탄생이다. 누군가의 발이 또 회색구두 속으로 쑥 들어간다. 시를 읽은 셈이다.

     할머니는 오동나무 관 속에 있지, 퍼런 놋쇠 숟가락을 쥐고 쥐고 있는 그녀는 영원히 맨발이라네. 시를 읽지 못한 상태는 회색구두다. 시를 읽었다는 것은 맨발이나 다름없다. 오늘도 시인은 끊임없는 회색구두를 만든다. 사회가 그만큼 진보했다는 말이다. 동화 같은 시를,

     그나저나 우리 경제가 점점 어둠으로 치닫고 있다. 오늘도 주식시장은 회색빛 구름이었다. 몇 년 만인지는 모르겠다. 코스피 지수는 2000포인트 이하로 떨어졌다. 우리의 미래를 올 시월 들어 약 250조 가량을 날린 셈이다. 그만큼 상부의 경제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이 나라 경제가 언제까지 추락하면 이 정부는 회색구두를 벗을 작정인가!

     큰 나무가 쓰러지려 할 때 한 가닥 밧줄로 버틸 수 없고(大樹將顚非一繩所維), 큰 집이 넘어지려 하는 것을 나무 한 그루로 지탱할 수 없다(大廈將顚非一木所支)고 했다. 국가가 장차 망하려고 하면 한 사람의 힘으론 감당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중국 수나라 때 왕통이 편찬한 문중자文中子의 경책이다.

     오늘 신문에 난 사진 한 장이었다. 멕시코 남부 국경지대다. 중남미 여러 국가의 경제난으로 떠나는 수천만의 실향민은 남의 얘기로 보이진 않는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잘못된 경제정책은 바로잡고 국민의 울부짖는 소리도 이제는 들어야 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대북정책은 이제는 그만할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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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성 1998문학과 사회로 등단.

     시집 :타일의 모든 것』『채식주의자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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