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外界) / 김경주
페이지 정보
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27회 작성일 18-11-08 01:57본문
외계 (外界) / 김경주
양 팔이 없이 태어난 그는 바람만을 그리는 화가(畵家)였다
입에 붓을 물고 아무도 모르는 바람들을
그는 종이에 그려 넣는다
사람들은 그가 그린 그림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붓은 아이의 부드러운 숨소리를 내며
아주 먼 곳까지 흘러갔다 오곤 했다
그림이 되지 않으면
절벽으로 기어올라가 그는 몇 달씩 입을 벌렸다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색(色) 하나를 찾기 위해
눈 속 깊은 곳으로 어두운 화산을 내려보내곤 하였다
그는, 자궁 안에 두고 온
자신의 두 손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 김경주 : 1976년 전남 광주 출생, 2003년 <대한매일> 신춘문예
등단, 시집 <기담> 외 다수
# 감 상
- 양팔 없이 태어난 그는 입으로 바람만을 그리는 화가
- 그의 붓은 아이의 부드러운 숨소리를 내며 아주 먼 곳까지 흘러갔다 왔고
- 그림이 되지 않으면 절벽에 기어올라가 몇 달씩 입을 벌렸고
- 자궁 안에 두고 온 자신의 두 손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텍스트의 흐름이 그로데스크하고 18.9 세기 유렵 문예 사조인 낭만주의와
상징주의 요소가 강하여 독자로 하여금 깊은 충격에 빠지게도 하고 흥미롭게도 한다
이치를 따져도 성립이 되지 않고 인과 관계가 탈구되는 맥락들은 시인의 특성,
제목에서도 풍기는 바와 같이 독자는 어느 낯선 外界에 홀로 떨어진 기분이다
특히 마지막 두 행이 신비롭고 흥미롭다는 생각이 드는데,
자궁 안에 자신이 두고 온 두 손을 그리고 있다는 것은, (두고 왔기 때문에) 두 손의 생김
새를 이미 알고 있으며, 알고 있는 것을 그린다는 것은 떠나 온 본향에 대한 그리움의
표시 아니겠는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