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物유물 / 徐敬德서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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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29회 작성일 18-11-17 11:51본문
有物유물 / 徐敬德서경덕
有物來來不盡來 來纔盡處又從來
來來本自來無始 爲問君初何所來
유물래래불진래 래재진처우종래
래래본자래무시 위문군초하소래
이 세상 모든 물건은 생겨 생겨나 다함이 없이 생겨나는데
재주가 다되었다 싶으면 또 뒤따라 생겨난다.
생겨 생겨나고 본시 스스로 시작도 없이 생겨나
물어나 보자 군은 처음 어찌 오게 되었던가?
서경덕은 1489년 조선 성종 20년에 生하여 1546년 명종 1년에 卒한 조선 중기의 학자다. 이(理)보다 기(氣)를 중시하는 독자적인 기일원론(氣一元論)을 완성하여 주기론(主氣論)의 선구자가 되었다. 황진이(黃眞伊)의 유혹을 물리친 일화가 전해지며, 박연폭포(朴淵瀑布)·황진이와 함께 송도삼절(松都三絶)로 불린다.
有物유물은 세상 만물을 일컫는다. 纔재는 어려운 字다. 부수가 실 糸사다. 그 옆은 약은 토끼 毚참이라는 글자인데 토끼 하나가 다른 토기 하나를 앞질러 가는 형국이다. 이 字는 부수가 견줄 比비다.
참字를 몇 字 가만히 보면, 讒참은 참소하다. 儳참은 어긋나다. 劖참은 새기다. 嚵참은 부리. 巉참은 가파르다. 攙참은 찌르다. 瀺참은 물소리, 艬참은 큰 배. 酁참은 땅이름. 鑱참은 보습, 돌침. 饞참은 탐하다로 파생된 字가 여러 字가 있다.
詩를 생각하면 근본을 따지게 된다. 우리의 뿌리는 어디인가? 우주를 생각하면 아득하고 생명의 기원은 참 신가할 따름이다. 어찌 보면 운이다. 수많은 별들 중에 지구라는 특수조건을 갖춘 것과 생명의 태동은 운이었다. 조물주가 만들었던 그렇지 않든 간에 아득한 氣의 세계를 논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니까 雲운이자 運운이겠다는 말이다. 서경덕은 다스림의 세계 理리보다 氣기의 세계를 우선했다는 것도 알아두자.
벽에 뚫린 환기구를 통과하려면
숲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어야 한다
환기구에 걸린 채 죽은 바람의 시체는
방 안에 흩어져 있던 몸뚱이를 추슬러 솟구치는 순간
숲에서의 희미한 유년에 온 생을 걸어버린 것이다
애초부터 푸른 플라스틱 프로펠러는 돌고 있었다
느리게 혹은 빠르게 붙박인 날개를 파닥이며 썩은 숨을 내뱉는다
밖에서는 벌써 낙엽이 지고 일 세기 만에 회귀하는
혜성이 나타날 때다
한때 방생이라고 여겼다
환기구는 일그러진 입을 열고 방을 빤다
네 개의 날개 뒤로 후광처럼 번득이는 풍경은 너무 오랫동안 고해 성사 중이다
어느 날은 느린 날개 사이로 술렁이는 숲이 보였다
분명 부연 달이 떠올라 있었다
환기구는 저들의 뿌리다
또 한 가닥의 바람이 홀연히 일어나 머리를 디민다
-환기구, 윤의섭 詩 全文-
換氣口환기구는 탁한 공기를 안에서 밖으로 빼내는 구멍이다. 무엇을 빼내느냐는 것이다. 숲에 대한 기억과 희미한 유년의 생을 걸어보고 그러는 와중에서도 프로펠러는 계속 돌고 있다. 이 날개는 네 개다. 사의 관점론이다. 사(四, 死)는 네 각의 반듯한 형체일 수도 있으며 죽음을 의미한다. 더나가 사(絲, 事, 思)는 시인의 일이며 관계며 사고다. 이러한 사(舍)의 집결과 온당한 집 짓기는 시인의 의무다. 밖은 이미 낙엽이 지고 일 세기 만에 회귀하는 혜성이 나타났다. 그것만큼 사정(事情)은 드물고 힘이 든다. 무엇이? 詩의 세계 말이다. 이것은 방생이며 후광처럼 번득이는 풍경으로 고해성사와도 같다. 분명 달이 있었고 詩人은 모두 달만큼 긴 총구를 향해 저 우주 밖으로 나가고자 하는 욕구를 그렸다. 한 가닥의 바람이 분다. 홀연히 머리만 자꾸 디밀어 본다.
詩가 벌떡 일어서서 저 홀로 갈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詩의 完成이겠다. 그러면 이것은 만인의 표상이며 사의 경지라 할 수 있겠다.
공식적으로 사정한 시인의 마음은 어떨까? 나는 정말이지 자위만 했다. 아주 멋지면서도 정갈하며 아주 길게 맛나게 강하게 디밀어 보는 시를 쓰고 싶다. 딱 한 편이라도 좋다. 언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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