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망증 / 강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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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09회 작성일 18-11-20 00:59본문
건망증 / 강경호
바람이 불자 상수리나무가
아나 먹어라
툭, 상수리 몇 개를 떨어뜨리자
다람쥐 한 마리
한참 동안 맛있게 식사하고
몇 개를 입에 물고 언덕 위로 올라가더니
나뭇잎 속에 재빨리 숨긴다
눈이 내린 날
먹을 것이 궁한 다람쥐
언덕 위 눈밭을 뒤지다 그만둔다
저토록 앙증맞은 것이
숨겨놓은 식량을 찾지 못하다니
쯧쯧, 어린것이 벌써 건망증이라니,
사람인 나도
나이 들수록 기억력이 없어지는데,
책을 읽다가 책장을 넘기면
앞장이 생각나지 않고
아내는 벌써 솥을 몇 번이나 태워먹고
팔순의 어머니는 손에 들고도 찾으신다
사람의 건망증은
사람 구실을 못하게 하는데
다람쥐의 건망증은
언덕을 푸르게 한다
* 강경호 : 전남 함양 출생, 1997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 <언제나 그리운 메아리>외 다수
< 감 상 >
언젠가 뉴스에서 들은 적이 있다
새로 이사 온 사람이 방에 도배를 하다가 벽 속에서 금괴를 발견 했다 하던데
전 사람이 숨겨놓고 건망증 때문에 잊고 갔다는 웃지 못할 뉴스,
누구나 나이 들면 건망증이 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화자는 사람에게 있을 건망증을 다람쥐에게도 있다고 설정, 이야기를 재미있게
꾸려간다
무엇보다 마지막 두 행이 詩의 백미(白眉)이며 화룡점정(畵龍點睛)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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