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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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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관타나모 포르노 / 서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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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81회 작성일 18-11-25 23:26

본문

.

     구멍에 손을 집어넣는 것으로 시작하자 가장 깊게 들어간 손마디에 씻을 수 없는 냄새가 밴다 여기는 섬이고 축축한 바람이고 떨리는 동굴이다 제임스 일병이 석양을 등진 국가에 거수경례한다 씻을 수 없는 것은 씻지 않은 채로 둬야 한다고 장엄한 연주는 가르쳐 준다 구멍에 손을 넣었다 빼고 다시 넣는 것으로 시작하자 글로리 랜드, 글로리 랜드 빠르게 되뇌자 제임스는 상병이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알몸으로 비누나 음모를 줍는 일, 부탄이나 네팔 사람들과 마시는 위스키, 마늘이나 향신료 속에서의 고문을 상상해 본다 이 땅은 영광으로 가득하고 제임스는 귀 옆을 동아시아의 샤면처럼 파르라니 정리했다 바람의 눅눅함이 머리의 맨살을 스치고 지난다 구멍에 혀를 마주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하자 이 구린내가 구멍의 것인지, 손의 것인지, 섬의 것인지 제임스는 알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그냥, 킁킁거리기로 한다

 

                                                                                                        -관타나모 포르노, 서효인 詩 全文-

 

     鵲巢感想文

     여기서 시제로 쓴 관타나모는 지역 이름이다. 쿠바 동남부에 있는 항구 도시다. 에서는 그렇게 낭만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마치 폭력과 강간, 음모나 부패 같은 것을 생각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별로 유쾌하지 않은 .

     관타나모Guatanamo에는 미국법도 국제법도 적용받지 않는 지구상에 유일한 무법지대(無法地帶)로 알려져 있다. 미군기지가 있고 이곳은 실효적實效的 지배支配는 있다고 하나, 미국이 아니기도 하고 미국이기도 한 땅이다.

     詩에서 내용은 아무래도 관타나모 수용소에 엮인 일들로 인권이 무시당한 처사를 시적 묘사로 쓴 것이다. 물론 詩人은 관타나모에서 벌어지는 일을 일례로 쓴 것이지만,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자 인류사 극단의 비극을 얘기한 거나 다름없다. 詩人이 쓴 詩集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으로 이 속에 든 는 모두 세계의 암울한 어떤 사실을 고발한다. 는 이 중 한 편이다. 그건 그렇고,

     詩를 보면 우선 시적 묘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사실, 관타나모가 어떤 사실이 있었는지 모른다 하여도 로서는 조화가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를 읽는 독자는 글의 앞뒤 관계와 문맥에 따른 글짓기 또한 파악하며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관타나모는 일단 접어두자. 포르노와의 연관성과 글과의 조화는 아주 탁월하다. 사실 여기서 좀 더 나간다면 포르노보다는 강간이 더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인권 모멸적인 행위가 버젓이 벌어지는 관타나모의 현실을 두고 직시直視했으니까 말이다.

     마치 글을 읽으면 가해자로서 읽는 기분과 피해자로서 읽는 감정까지 묘하게 얽히는 것도 사실이다. 처지를 바꿔 생각하면 글의 극성을 살필 수 있다. 연필이 하나의 가해자로 보면 종이는 이에 극을 이룬다. 어느 것이 구멍이 되느냐는 독자의 눈에 맡길 처사다.

     그나저나 이 는 독자의 관심을 끌기에는 성공한 것 같다. 구멍 깊숙이 손가락을 찔러보는 행위와 씻을 수 없는 냄새가 배는 것과 여기는 섬이자 축축한 바람이 일고 떨리는 동굴이라는 사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구멍 같은 世界에 손가락을 찔러보았든가! 얼마나 많은 詩人의 체취에 또 며칠씩 앓다가 실실 웃고 다녔던가! 말이다.

     한 때는 이곳이 섬이었고 언제나 섬일 것 같고 이러한 섬에서 또 다른 상상의 섬을 생산하기도 한 우리의 영혼이다. 그러므로 글로리 랜드, 글로리 랜드 되뇌면서도 하루는 비누처럼 미끄러지거나 음모처럼 확실한 실오라기 같은 를 건져내기도 하니까!

     나는 오늘도 확실한 이 보지報知 구멍에다가 입맞춤했다. 아주 매매 핥았다. 더디어 고단백질을 뽑고 오늘을 마감하며 바나나 주스 한 잔 갈아 마신다. 지독한 냄새처럼 한동안 내 몸에 배일 것이다. 또 한 며칠 앓을 것이다. 그냥 킁킁거리다가 음모 하나 뽑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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