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걱 / 이정록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주걱 / 이정록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21회 작성일 18-11-27 22:01

본문

題冲庵詩卷 제충암시권 / 金麟厚 김인후

 

 

 

 

     來從何處來 去向何處去

     去來無定蹤 悠悠白年計

     래종하처래 거향하처거

     거래무정종 유유백년계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가고 오는 것이 정한 곳이 없거늘

     백년 살 계획으로 뭘 그리 걱정하는가

 

 

     시인 박종만의 시가 스쳐지나간다.

 

         終詩 / 박종만

 

         나는 사라진다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

 

     사라지는 우주宇宙는 사각지대死角地帶도 없으며 후방을 보는 거울도 없다. 그냥 지나간 것이다. 다 부질없는 일이다. 원래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가 인간이었다가 다시 돌아가는 고향 같은 집, 로 돌아간다. 그러나 인간은 오늘도 그 잘난 명예를 위해 관계를 맺고 뜻을 세우고 나아간다.

     한 달이 어찌 가는지도 모르게 한 달 또 지나갔다. 그 더웠던 여름날도 지나갔다. 내 나이를 떠올리면 내가 언제 이렇게 나이를 먹었나 싶을 정도로 가끔 놀라기도 한다. 이미 산 것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적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 시간이 얼마나 아까운 것인가! 물 쓰듯 지나갔으니까! 그래도 순간 뿌듯한 때도 있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내 좋아하는 책을 읽을 때 가장 행복했으며 여건이 좋지 않아도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했다. 남들이 인정하는 는 아니지만, 그래도 책이라고 한 권씩 낼 때가 행복했고 이 책도 누구는 또 읽고 과찬의 말씀까지 주시는 先生이 있었으니 여타 말할 것도 없이 좋았다. 그냥 내가 좋아 했으면 됐다.

     詩人 박종만의 終詩처럼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 갈 날도 가만 생각하면 몇 년 채 남지 않았다. 우리 모두는 그 시기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하나씩 하나씩 사라져 갈 것이다.

 

.

     주걱은

     생을 마친 나무의 혀다

     나무라면, 나도

     주걱으로 마무리되고 싶다

     나를 패서 나로 지은

     그 뼈저린 밥솥에 온몸을 묻고

     눈물 흘려보는 것, 참회도

     필생의 바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뜨건 밥풀에 혀가 데어서

     하얗게 살갗이 벗겨진 밥주걱으로

     늘씬 얻어맞고 싶은 새벽,

     지상 최고의 선자(善者)에다

     세 치 혀를 댄다, 참회도

     밥처럼 식어 딱딱해지거나

     쉬어버리기도 하는 것임을,

     순백의 나무 한 그루가

     내 혓바닥 위에

     잔뿌리를 들이민다

 

                                                                                                         -주걱, 이정록 詩 全文-

 

 

     이 는 윤회사상輪廻思想을 깃들었다. 내가 나무라면 주걱이 되고 싶다. 흰 밥을 오지기 펄 수 있는 주걱 말이다. 어떤 희생을 말한다. 시인들이 밥 같은 시를 온전히 쓸 수 있는 종이가 되고 싶다. 살갗이 벗겨져도 좋다. 오로지 선자의 세 치 혀에 경전 같은 삶의 위안과 안정을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참회도 밥처럼 식으면 딱딱하며 쉬어버리고 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한때 유명 시집도 그 시대에 인정과 명예는 누렸을지는 모르나 세월은 눈처럼 쌓여 소복이 덮고 말았다. 그래도 미치도록 쓰고 싶은 이 순백의 나무 한 그루 같은 종이는 오늘도 버젓이 맨몸으로 날 바라보고 있다. 내 혓바닥에 잔뿌리를 슬며시 들이민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57건 3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405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 0 06-13
405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 0 06-13
405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 0 06-12
405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 0 06-12
405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6 0 06-09
405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 0 06-09
405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2 0 06-09
405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5 1 06-08
404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 0 06-08
404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2 0 06-07
404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 0 06-06
404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0 06-06
404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 0 06-05
404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 0 06-05
4043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4 0 06-05
404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 0 06-04
404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 0 06-03
404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5 0 06-01
403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5 1 06-01
403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0 05-31
403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 0 05-31
403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 0 05-30
403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 0 05-30
403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5-29
403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8 0 05-29
403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0 05-28
403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3 0 05-28
403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 0 05-27
402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0 05-27
402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7 1 05-25
402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 0 05-24
402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5 0 05-23
402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 0 05-23
402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 0 05-22
402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 0 05-21
402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0 05-21
402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 0 05-21
402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 0 05-19
401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0 05-19
401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2 0 05-19
401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9 0 05-18
401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 0 05-18
401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 0 05-17
401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 0 05-17
401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 0 05-16
401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 0 05-16
401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 1 05-16
401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 0 05-15
400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 0 05-15
400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9 0 05-14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