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 송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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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44회 작성일 18-11-29 01:49본문
복사꽃 / 송찬호
옛말에 꽃싸움에서는 이길 자 없다 했으니
그런 눈부신 꽃을 만나면 멀리 피해 가라했다
언덕 너머 복숭아밭께를 지날 때였다
갑자기 울긋불긋 복면을 한
나무들이 나타나
앞을 가로막았다
바람이 한 번 불자
나뭇가지에서 후드득 후드득,
꽃의 무사들이 뛰어내려 나를 에워쌌다
나는 저 앞 곡우(穀雨)의 강을 바삐 건너야 한다고
사정을 했으나 그들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그럴 땐 술과 고기와 노래를 바쳐야 하는데
나는 가까스로 시 한 편을 내어놓고 물러날 수 있었다
* 송찬호 : 1987년 <우리시대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붉은 눈, 동백>등 다수
< 감 상 >
화자는 복사꽃 피는 봄이 오면 꽃싸움 하는 계절이라 하면서
그럴 땐 술과 고기와 노래를 바쳐야 하는데 가까스로 시 한 편
내어놓고 물러날 수 있었다, 한다
봄은 하르르 하르르 온산 가득 불질하는 미친 여자의 불장난 같은 것
복사꽃은 열 아홉 수줍은 처녀의 파닥이는 속 가슴 같은 그리움이다
차라리 두 눈 꼭 감고 불타는 세상 떠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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