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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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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 신화 / 윤의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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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96회 작성일 18-11-30 00:03

본문

.

題畵蘭竹제화난죽 / 鄭燮정섭

 

 

 

 

     日日臨池把墨硏 何曾粉黛去爭姸

     要知畵法通書法 蘭竹如同草隸然

     일일임지파묵연 하증분대거쟁연

     요지화법통서법 란죽여동초예연

 

 

     날마다 연못 물 담아 먹을 가는데

     어찌 일찍 채색하며 아름다움을 다투고

     요거는 알겠지 화법이 서법과 통한다는 것

     난과 대나무가 초서나 예서 같은 것

 

 

     詩人 정섭鄭燮1693(청 강희 32)년에 하여 1765(청 건륭 30)년에 하였다. 중국 청대 중기의 화가. 양주 8괴의 한 사람. 자는 극유(克柔), 호는 판교(板橋). 장쑤성 흥화 사람. 건륭 원년(1736)의 진사. 산둥성 범현(笵縣), 이어서 유현(濰縣)의 지사를 역임했고 치적이 있다고 하나 원래 시와 술을 좋아하여 건륭 17년에 퇴직하고 귀향했다.

     임지臨池는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기 위하여 먹을 가는데 연못의 물을 다 사용할 만큼 정진한다는 뜻이다. 분대粉黛는 얼굴 화장에 쓰는 분이나 눈썹을 그리는 먹, 여기서는 채색을 가리킨다. 초예草隸는 서체의 구분이다. 초서와 예서를 말한다.

 

 

.

     문을 열자 그때서야 햇살 사이를 너울질하는 먼지와

     창틈으로 기어드는 바람에 흐느적거리기 시작하는 커튼과

     이 순간을 기다려 무너져 내리기로 정한 듯 금이 가는 벽

     화분의 치자 꽃은 방금 피어난 게 분명하다

     식탁에 놓인 찻잔은 아직 온기가 남아 있고

     구석에선 언제 켰는지 알 수도 없는 선풍기가 돌고 있다

     펼쳐진 신문지가 후다닥 페이지를 넘기더니 점잖아진다

     화장대 거울에 지워져 가는 입김이 남아 있다

     달력에 동그라미 쳐진 내일 날짜는 이 집에 영영 오지 않을 것이다

     어쩌다 들어온 나비는 나가면서 휘몰아치는 폭풍으로 변하고

     베란다에서 떨어진 물방울은 강물이 되어 먼 산을 돌아가는 중이다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자 금세 백발이 되어 버린다

     나는 가을이 차오르는 풍경을 찬찬히 관음한다

     사계는 빠르게 흘러 도무지 처음 보는 가을이다

     누군가 또 문을 열고 들어설 쯤이면 이제 막 사라진 창문 너머

     난생 처음 보는 풍경 속에서 낯익은 얼굴 하나 떠올릴 가을이다

 

                                                                                                         -백색신화, 윤의섭 詩 全文-

 

     鵲巢感想文

     위 를 읽고 있으면 마치 삼각대 위에다가 도판을 놓고 왼손은 팔레트 들며 붓으로 팔레트에 놓인 색감을 한 점씩 찍어 가을이라는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다.

     시제가 백색신화다. 백색은 한 가지 색상을 지닌 그 무엇을 얘기하기도 하고 여러 색상을 표현하기도 한다. 한자로 표기하면 白色도 되고 百色도 된다. 신화는 신을 중심으로 엮어나가는 하나의 이야기다. 는 약간의 탐미적인 색채가 다분히 있기는 하지만 가을과 , 이것을 도판에 담기에는 충분한 색감을 들어내 놓았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가 를 읽을 때는 시어와 시어가 문장에서 하는 역할을 떠올리면 시인의 마음을 엿볼 수 있으며 그것은 우리들의 초상이자 대변이겠다.

     위 詩語를 보면 먼지와 커튼, 창틈, 금이 가는 벽, 돌고 있는 선풍기, 폭풍과 창밖은 어느 경계점에서 어떤 혼돈을 제공한다. 이들 詩語는 가을의 정감情感을 표현하는 데 부족하지는 않다.

     시적 화자의 처지에서 보면 가을의 색감을 하나씩 들어내는 것 같은 기분이다. 가령 문을 열자 그때서야 햇살 사이를 너울질하는 먼지, 그러니까 이 먼지를 제거한다는 암묵적인 메시지가 있다. 시는 부정적인 것을 얘기하면서도 긍정적 사고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다음 단락을 보면 더욱 분명하다. 창틈으로 기어드는 바람에 흐느적거리기 시작하는 커튼과 이 순간을 기다려 무너져 내리기로 정한 듯 금이 가는 벽, 이때 화분의 치자 꽃은 피어난 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詩 認識과 더불어 胎動이다. 가을은 그렇게 우리에게 왔다.

     여기서 잠깐, 詩人 김종길 선생께서 옮긴 흄의 가을을 잠시 보자.

 

     가을밤의 싸늘한 감촉-

     밖을 나섰더니

     얼굴이 붉은 농부처럼

     불그레한 달이 울타리를 넘어다보고 있었다.

     나는 말은 걸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주위에는 생각에 잠긴 별들이 있어

     도회의 아이들처럼 얼굴이 희었다.

 

     詩人백색 신화와 다소 이미지는 다를지는 모르겠지만, 그 내용을 보면 가을을 표현하는데 비슷한 감이 영 없지는 않아 보인다. 흄의 가을을 보자. 불그레한 달과 그것은 도회의 아이들처럼 얼굴이 희었다고 했다. 물론 달은 유일무이한 자연물이지만 그것은 또 2차적 해석을 낳을 수 있는 어떤 상징물이라면 우리가 품는 희망은 를 읽는 독자께 각기 다른 가을의 정취를 가져다준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그냥 달이다.

     위 백색 신화를 보자. 구석에선 언제 켰는지 알 수도 없는 선풍기가 돌고 있다. 에 대한 혼돈과 무질서다. 저 밑에 보면 창밖으로 머리를 내밀자 금세 백발이 되어 버린다. 불그레한 달이 울타리를 넘어다보고 있는 것과 얼핏 비슷한 느낌이지만 조각의 방법은 영 틀리다. 하나가 음각이라면 나머지는 양각한 것처럼 다르다. 前者에 대한 同化. 자발적이다. 그러나 후자는 타의적인 어떤 정취를 제공한다. 구태여 가을을 만끽하는 것이 아니라 가을이니까 가을인 것이다.

     난생 처음 보는 풍경 속에서 낯익은 얼굴 하나 떠올릴 가을이다. 보름달과 같은 가을의 , 그 얼굴 하나 떠올리며 제대로 된 풍경하나 그리고 싶은 게 詩人慾望이다. 그러니까 달력에 동그라미 쳐진 내일 날짜는 이 집에 영영 오지 않아도 좋다. 나비가 나가면서 휘몰아치는 폭풍을 태동한다고 해도 이 가을은 그냥 보내고 싶지는 않다. 누구나 처음 보는 그런 ,사계가 빠르게 흘러도 도무지 이게 뭐지 하는 , 화분의 치자 꽃이 아니라 정원에 분수대처럼 솟구치는 , 선풍기는 이제 그만 돌고 후다닥 펼친 신문新門을 보듯 안정이 되었으면 싶다.

     에휴 물방울은 돌고 돌아서 먼 산만 자꾸 끼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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