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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선물 / 김이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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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62회 작성일 18-11-30 00:07

본문

靜夜思정야사 / 李白이백

 

 

 

 

     床前明月光 疑是地上霜

     擧頭望明月 低頭思故鄕

     상전명월광 의시지상상

     거두망명월 저두사고향

 

 

     침상 머리에 밝은 달빛

     땅 위 서리 내렸나 했네

     머리 치켜들고 밝은 달 보니

     고개 숙여 생각하니 고향뿐이네

 

 

     詩人 이백은 당나라 詩人이다. 701년에 하여 762년에 하였다. 땅 위 서리 내렸나 싶어 의구심을 가지고 바라보는 시인의 눈빛과 달은 왜 그리도 밝은지, 고향 생각은 더욱 더하다.

     전에 읽었던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이 생각이 난다. 白髮三千丈 綠愁似箇長 不知明鏡裏 何處得秋霜 삼천 발 되는 흰머리 하나같이 근심발이 이리 길다. 밝은 거울 속 알 수 없지만 어찌 저리도 가을 서리 얻었을까! 서리와 백발을 교모하게 섞은 언술이다.

     가을은 이미 끝자락에 와 있다. 올 가을은 무엇을 했나!

 

 

.

     어둠은 노래를 선물한다

     그림자는 뾰족한 부분을 가지고 있다

     뾰족하고 갸름한 형태로 지상에 한순간 퉁명스레 엎드린다

     상냥한 바람일수록 촛불은 잘 사윈다

     너의 그림자가 내 마음을 찌른다

     사라질 수척함이여

 

     어두운 강을 따라 걸어갈 때

     누군가 지나간 유행가를 불렀다

     그렇게 어두운 건 아니라는 듯이

     그렇게 늦은 밤이 아니라는 듯이

     우리 모두는 노래하고 싶어졌다

     어두웠기 때문에

     촛농이 심지를 덮은 후에도

 

                                                                                                         -어둠의 선물, 김이듬 詩 全文-

 

 

     鵲巢感想文

     어느 날이었다. 나는 공포영화를 좋아해서 밤늦게 공포스릴러 영화 한 편 다운받아 본 적 있다. 제목은 제인 도’, 만약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다운 받아 보시길 권해 본다. 그냥 끔찍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 이상야릇한 게 있다. 몇 백 년 전의 시체지만, 엊그제 죽은 시체 하나를 해부하듯 칼을 들고 서 있는 기분이다. 그러고 보니까 전에 부검소와 관련한 시였던가! 검시관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이에 관한 시 한 편 감상해 본 적도 있다만, 시를 놓고 이리저리 파헤쳐보는 것도 좋은 취미다. 이건 나와의 대화며 他者打字와의 거리를 좁혀나가는 작업이자 킬링타임이기도 하다.

     우선 위 를 보면 크게 두 단락으로 나눠 볼 수 있겠다. 어둠의 형태와 속성이 하나며 어둠의 인식부족이거나 혹은 부재가 그 하나다.

     어둠은 죽음의 세계다. 하나의 죽음은 또 다른 생명을 불러오는 밑거름이자 토대다. 그러므로 시인은 어둠은 노래를 선물한다고 했고 시제도 어둠의 선물이다. 그림자는 뾰족한 부분을 가지고 있다. 아주 날카롭다. 정물화하고 고체화된 어둠은 이미 뾰족하다. 창 끝처럼 곤두 서 있다. 물론 이 어둠을 바라보는 미지의 세계도 그 그림자는 뾰족한 형태를 지향한다. 이러한 언어유희言語遊戱는 모두 시를 제유한다.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고도 하고 퉁명스러울 정도로 맑다. 어폐가 있지만, 시는 침묵이며 바람에 휘날리는 버드 나뭇가지와 같아서 다만 갸름할 뿐이다.

     상냥한 바람일수록 촛불은 잘 사윈다고 했다. 여기서 촛불은 열정의 은유다. 사윈다의 기본형은 사위다로 불을 끄다 죽이다 삭다 다. 그러니까 시는 절대 상냥해서는 안 되겠다는 어떤 교훈적인 문구다. 너의 그림자가 내 마음을 찌른다. 여기서 찔렀다는 것은 교감이겠다. 를 읽었던 읽지 못했던 내 마음을 들여다보았으니까! 교감은 그 오해와 의문이 풀리는 것으로 의 이해는 사라질 것이다. 그 가냘프고 파리한 상태, 즉 수척瘦瘠으로 넘어가겠다. 여기서 마음을 찌른다와 사리질 수척함과는 행 가름으로 되어 있었어, 우리가 설명할 수 없는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한다. 오해와 의문의 두께가 줄었다는 것(파리하게 되었으니까)으로 아니면 그런 오해와 의문이 담긴 어떤 손가락마저 사라진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어두운 강을 따라 걸어갈 때, 강은 시간을 은유한 것으로 시 인식의 발전과정을 묘사한다. 누군가 지나간 유행가를 불렀다. 지나간 유행가처럼 어떠한 사실을 묘사한다. 그러면서도 그렇게 어두운 것은 아니었고 그렇게 늦은 밤은 아니었다는 게 시인의 정론이다. 시의 경향을 논한다. 어둠과 밤은 속성이 같다. 어떤 한 세계를 말한다. 우리 모두는 노래하고 싶어졌다. 시 인식이다. 어두웠기 때문에 촛농이 심지를 덮은 후에도 열정은 그 명확한 사실을 깨뜨린 후에도 심지처럼 남아 있다.

 

     이 에 대한 열정보다는 어떤 치정의 내연을 다루는 것으로 읽을 수도 있겠다. 내가 모르는 사실은 모두 어둠이다. 하나를 두고 내가 잘 아는 것 같아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모두 어둠이기 때문이다. 그 어둠의 그림자는 바늘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더욱 상냥한 말 한마디는 일말의 촛불 같은 마음마저 저버리게 할 수도 있다. 그럴수록 내 마음은 따갑고 아프다.

     그 어둠의 강을 따라 거닐다 보면 누군가 지나간 유행가가 떠오르고 그렇게 늦은 건 아니야 하며 함께 따라 부르고 싶다. 희망을 품고 싶다. 그때는 모든 사실이 어두웠기에 나도 몰랐고 너도 몰랐기에 촛농이 심지를 덮은 후에도 이미 마음은 떠났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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