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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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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의 관능 / 김행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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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86회 작성일 18-12-01 00:07

본문

.

     연못가에 쪼그리고 앉아 있으면 세계의 차원이 바뀌는 순간이 온다. 친구여, 식물세계에서 약을 찾는, 제약회사에 다니는, 밤잠이 줄어드는, 점점 줄어들 어서 언젠가 없어지는 순간이 올 거라고 말하는.

 

     인간은 정원을 만들고, 연못을 파고, 두 개의 삶 중에서 하나는 숨기고, 하나는 수면에 젖는 종이배 같은.

 

     무역회사에 다니다가, 보험회사에 다니다가, 집에서 노는 친구여, 연못가에 쪼그리고 앉으면 눈빛이 몽롱해지는 친구여, 우리는 제한적이다, 저 잉어가 그리는 삶의 둘레처럼. 그러므로 비밀이 필요한 우리는 서로의 혀를 깨문다.

 

     연못을 한 바퀴 돌고, 하릴없이 다시 한 번 연못가를 거니는 동안, 세계가 변했거나, 내가 바뀌었거나, 보이던 게 안 보이고, 안 보이던 게 보인다. 이를테면 수면에 뽀글거리는 저 기포들, 구멍들. 누구, 누구의 입술이 밤새 끓고 있는가?

 

                                                                                                         -연못의 관능, 김행숙 詩 全文-

 

     鵲巢感想文

     고등어다. 사실 일기는 저등어다.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일상의 얘기다. 시는 좀 고차원적이며 사색적이고 사각 링에 오른 권투선수다. 문과 벽의 관계는 이진법이다. (on)-오프(off).

     일기를 좀 더 고등어로 옮길 수 있는 재능은 있어야겠다. 이 시를 읽고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10년 뒤에도 30년 후에도 분명 무슨 뜻인지 알 수는 있어야겠다.

     시의 내용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다만, 여기서 시에 좀 더 접근하고 누구나 읽어도 시를 생각할 수 있는 문장이 되어야겠다.

     시 1연을 보면 시의 무기력함을 느꼈다. 가령 연못가에 쪼그리고 앉아 있으면 세계의 차원이 바뀌는 순간이 온다는 어떤 희망적 기대를 담았다. 그러나 현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식물 세계나 다름없는 오로지 약만 기대하고 약을 기대하는 밤잠은 줄고 언젠가는 어떤 기대 같은 일이 있을 거라고 믿는 막연한 기대감 같은 것으로 점철되어있다. 시는 희망이다. 희망의 메시지를 담는다. 어떤 영감을 찾는 것도 분명 저와 같을 것이다.

     시 2연은 우리는 마치 종이배와 같다. 인간은 자기만의 정원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 정원을 만들기 위한 현실의 삶은 마치 연못에 띄운 종이배와 같다. 하나를 숨기고 하나를 위해 매진해야 하는 우리의 삶이다.

     시 3연을 읽고 있으면 이상 시 운동이 떠오른다.

 

     1층우에있는2층우에있는3층우에있는3층우에있는옥상정원에올라서남쪽을보아도아무것도없고해서옥상정원밑에있는3층밑에있는2층밑에있는1층으로내려간즉동쪽에서솟아오른태양이서쪽에떨어지고동쪽에서솟아올라서쪽에떨어지고동쪽에서솟아올라서쪽에떨어지고동쪽에서솟아올라하늘한복판에와있기때문에시계를꺼내본즉서기는했으나시간은맞는것이지만시계는나보담도젊지않으냐하는것보담은나는시계보다는늙지아니하였다고아무리해도믿어지는것은필시그럴것임에틀림없는고로나는시계를내동이쳐버리고말았다.

 

     시간은 반복적이다. 이상의 시는 연못에 든 잉어가 그리는 삶의 둘레처럼 별 다른 것이 없었다. 그러므로 어쩌면 우리는 비밀이 필요하고 서로의 혀를 깨물 듯 사색만 즐기는 것이다. 시는 소통을 추구한다. 하지만, 이러한 세계에서는 연못 같은 자아만 그릴뿐 그 밖으로 뛰쳐나가는 일은 죽음일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연못만 뱅뱅 도는 삶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세계에서도 세계는 변하고 미세한 역량이지만 나 또한 변화해 간다. 조금씩 진보적인 삶은 전에 보이던 것은 보이지 않게 되고 안 보이던 것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를테면 수면에 뽀글거리는 저 기포처럼 구멍처럼 누가 누구의 입술이 밤새 끓고 있는지 분간은 서지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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