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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잘 익은 시 / 심재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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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34회 작성일 18-12-03 11:44

본문

.

     밭에서 돌아와 아궁이 앞에 앉은 외할머니가 무명 치마에 묻은 호미와 괭이질의 무늬를 불에 털어 넣어 한 끼 저녁을 차렸지 꺾어온 보릿대를 아궁이 불에 적당히 태워 검댕이 묻은 손으로 껍질 벗긴 보리알을 건네주셨지

 

     옛날처럼

     여름을 세웠던 입하(立夏)의 양식처럼

     불에 그을린 말들을 비벼 말껍질을 벗겨버린다면

 

     시는 어쩔라나

 

     배고픈 날

     잘 익어 푸르스름한 보리알은

     오래 씹을수록 달았었는데

 

                                                                                                         -잘 익은 시, 심재휘 詩 全文-

 

     鵲巢感想文

     입하立夏는 여름 들어선다는 이십사절기 중 하나다. 보릿고개 시절 얘기다. 지금의 사오십 대는 모두 겪은 얘기다. 물론 도시에 산 사람은 모를 수도 있겠지만, 촌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새카맣게 그을린 보리알뿐일까, 콩서리해서 화톳불 피워 손과 입술이 새카맣게 구워 먹었던 일도 심지어 닭서리도 했으니.

     서울에 사시던 고모할머니가 있었다. 촌에 내려오시어 며칠을 묵은 적 있었다. 저녁이면 두터운 손으로 늘 밀가루를 쭈물딱쭈물딱 반죽하였다. 어린아이 하나가 그 할머니 옆에 쪼그리고 앉아 유심히 바라보았다. 참 신기했다. 어느 정도 반죽이 다 됐다 싶을 때 할머니는 홍두깨로 밀고 칼로 쓸고 펄펄 끓는 물에 풀어헤쳤다. 마술 같았다. 경상도 말로 누른국수라 했다. 그 누른국수 하는 날은 정말이지 그 어느 집 잔칫날보다 더 좋았다. 세월은 벌써 40년이 훌쩍 지났다. 그때 그 고모할머니도 할머니도 이제는 내 곁에 없다. 추억 속에 늘 살아계시는 분이다.

     시인은 옛 추억을 되살리며 아궁이 불에 적당히 태웠던 보리알을 외할머니께서 벗겨 주시던 기억처럼 시가 그러했으면 한다.

     그 두텁고 검댕이 묻은 손처럼 나는 누구를 위해 무언가를 벗겨준 적 있었던가! 모르겠다. 따뜻한 글쓰기도 검댕이 묻은 손처럼 한 끼 저녁으로 닿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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