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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지구의 덧없는 여름 / 조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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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50회 작성일 18-12-07 23:43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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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는 허공의 발목에 마지막 원호를 그린다. 숨 죽은, 잠시 후 사라질 나무의 다락방에서 나는 어떤 고백을 들었다. 오래된 철근에서 땀이 줄어들 때 나는 기쁜 꿈을 안고 태양 아래를 걷는다. 그리워하지 말 것, 꽃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말 것. 풋과일보다 싱싱한, 연인의 머리핀, 붙어 있는 머리칼 몇 개, 보라색과 연초록의 글씨로 ‘Hello Kitty', 내 치유는 그렇게 탄생했다. 우연히 우는 아이의 얼굴을 만졌다가 손을 자르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다.

 

     여름의 나무는 영원히 더럽혀진다. 찌그러진 잎새들이 태양을 무능하게 펼쳐놓지 않았다면 지하방들은 얼마나 자욱해졌을 것인가. 아이들이 손바닥 위에 우연의 이름으로 공기돌을 엮는다. 자명한 꿈 좁은 틈마다 여름이 못처럼 박혀올 때, 가족들이 술빵을 뜯어 먹을 때, 슬픈 아이에겐 젖니가 없었다.

 

     언덕길을 저녁의 입구로 만들던 고요한 철사들. 사랑스런 것들, 니네 할머니가 죽었을 때, 그날은 닭백숙을 먹었지. 깨끗이 뼈를 발라 먹으며 벽에 튀기는 아이들의 농구공 소리를 듣는다. 내가 가장 많이 잃은 공은 여름으로부터 와서 여름으로 가는 공. 철사들, 사랑스런 것들, 니네 할머니가 죽었을 때, 그날은 누구의 무릎도 아프지 않은 곳에서 의지 없이 바람이 불었다.

 

                                                                                                         -약대지구의 덧없는 여름, 조연호 詩 全文-

 

     鵲巢感想文

     전에도 한 번 썼던 문구지만, 이상 를 처음 느꼈을 때 그러니까 읽었을 때가 아닌, 느꼈을 때였다. 대학가 어느 복사 집이었다. 땅바닥에 나 뒹구는 복사물 한 장을 우연찮게 주워 읽다가 매료된 적 있었다. 무언가 당기는 흡입력 같은 게 있었다. 숨이 턱 막힐 정도의 뉘앙스, 詩人 조연호의 가 그렇다. 이것 자꾸 감상문 써 올리다가 시인께 몰매 맞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筆者는 어느 곳도 등단한 사람이 아니라 거저 소시민의 자격으로 읽었으니 뭐 알겠는가마는 글을 쓰고 싶을 때 무언가 생각이 잘 안 날 때 가끔은 시집을 펼쳐본다. 물론 일기 수준이야 그냥 막 쓰면 될지 모르겠지만 진정한 마음을 담는 것은 그래도 수준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시제가 약대지구의 덧없는 여름이다. 약대지구가 모호하다. 한자로 표기하지 않아 더욱 이상하게 여길만한 시어다. 약대는 낙타 속의 동물을 일컫기도 하고 그러니까 좀 더 넓게 생각한다면 발굽동물의 총칭이다. 아니면 약대藥大, 약학을 다루는 대학이다. 내가 봤을 때는 전자다. 지구地區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구분한 땅을 말한다. 이렇게 보면 대충 의미가 닿는다. 덧없이 를 읽었던 한 때, 그때에 있었던 일로 화폭에 그림 한 점을 즉 추상화를 그린 셈이다.

      나무는 허공의 발목에 마지막 원호를 그린다. 나무는 불변적이다. 허공의 발목은 유동적이다. 극이 살아 있다. 원호를 그리는 주체는 자아다. 이렇게 를 측정하고 보면 다음 문장은 쉽게 읽힌다. 나무의 다락방, 오래된 철근, 꽃들에게, 연인의 머리핀, 머리칼 몇 개, 우연히 우는 아이의 얼굴은 를 제유한 시구다. 이것들로 인해 詩人은 마음의 동요를 일으켰으며 그리움과 치유와 어떤 때는 손을 자르고 싶은 충동까지 들게 됐다.

     가끔 를 읽을 때면 문장의 비유를 떠나 그 비유에서 2차적 상상을 그려야 할 때도 있다. 가령 위 에서 보면 철근에서 땀이 줄어들 때와 풋과일보다 싱싱한, 가족들이 술빵을 뜯어먹을 때, 저 아래 보면 벽에 튀기는 농구공 소리를 듣는 것도 그렇다. 詩人 김종길 선생의 춘니를 잠깐 들여다보면,

 

     여자 대학교는 크림 빛 건물이었다.

     구두창에 붙는 진흙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알맞게 숨이 차는 언덕길 끝은

     파릇한 보리밭

     어디서 연식정구의 흰 공 퉁기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뻐꾸기가 울기엔 아직 철이 일렀지만

     언덕 위에선,

     신입생들이 노고지리처럼 재잘거리고 있었다.

 

     여자 대학교라는 점, 크림 빛의 색깔과 구두창에 붙는 진흙처럼 잘 떨어지지 않는 어떤 점성과 알맞게 숨이 차는 그 언덕길 같고 파릇하게 핀 보리밭 순에 연식정구의 흰 공 퉁기는 소리 좀 급하면 탁 탁 탁 느긋이 진행되었다면 타악 타악 타악 거기다가 뻐꾸기 숨넘어가는 것까지 노고지리처럼 재잘거리는 그 어떤 것은 춘니로 재격이다 싶다. 정말이지 얼었던 땅이 녹아드는 그 마음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詩人는 춘니春泥가 아니다. 약대지구의 덧없는 여름날에 땀 뻘뻘 흘리며 에 매진하는 마음을 담았다. 볼펜을 탁탁 치며 생각에 골몰하는 것도 모체 그 이상의 할머니를 떠올리는 의 구상은 무릎의 작용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서 무릎은 관절과 관절을 잇는 부분이다. 연골이 있다. 유격이 크지 않게 어떤 충격에도 유순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신체적 작용을 한다. 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詩人에 대한 집착은 문장 곳곳 볼 수 있는데 공깃돌을 엮는 것과 자명한 꿈이 좁은 틈마다 여름이 못처럼 박혀올 때라든가 가족들이 술빵을 뜯어먹는 것처럼 혼미한 世界에서 탈피하고 싶은 의지를 심었다고 할 수 있겠다.

 

     鵲巢

     기린은 긴 목으로 허공의 이파리를 하나씩 따 먹었다 까맣게 이동하는 누 떼가 비틀거리며 악어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순간 물속 열대어에 구정물은 일었지만 이미 죽은 아가미 하나를 허공에 내걸고 긴 이야기로 몰아갔다 잠자는 세렝게티 공원의 사자였다 결코, 모임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관내도 손바닥 말에 따른다 초가지붕에서 기와처럼 반복하는 악어, 그 무리가 뒤엉킨 강물은 피 한 방울 나지 않았다 절뚝거리는 하이에나가 지나간다 하늘은 구름이 피었다가 흩어졌다가 바람이 불었다 꼬리가 뭉텅 잘린 황소의 입김은 흰 굴뚝을 바라보는 절규였다 벌써 우듬지에는 담배연기처럼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와 앉는다 먼지를 일으키며 잽싸게 달려가는 치타와 치타 굴 속 땅을 헤집고 발악하는 악몽들, 악몽은 낮에도 버젓이 일었지만 모든 것을 덮어 줄 것 같은 밤마저 자장면처럼 기어 나왔다 사자의 무리가 누 한 마리를 결국, 때려 눕혔다 아직도 온기가 남은 코에서 공원을 헐떡거리며 뛰었던 흔적이 불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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