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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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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의 일요일들 / 하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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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70회 작성일 18-12-10 12:11

본문

.

     나하고 상대해서 좋은 점은 여러 가지 치수가 골고루 다 있다는 점 일요일의 나는 당신이 원한다면 날아갈 듯 나비 정장을 입을 수 있지 그대가 원하는 것이 무늬와 무늬가 만나 빚어내는 어지러움이라면, 그 눈, 끝이 보이지 않는 검은 나선형 무늬라면

 

     배추나비는 배추에 앉고 호랑나비는 정처 없다 팔월에는 네 번의 일요일이 있고 한 번의 일요일이 가고 나는 베란다에 무순을 걸어놓고 두 번의 일요일이 오고 무순의 뿌리가 나고 팔월에는 네 번의 일요일

 

     어느 일요일, 티브이에서는 스키마스크를 쓴 남자의 무혈 혁명, 유리창 앞의 의자는 비어 있는 긴 의자 일요일의 나는 빈 의자에 앉지 않는 사람이고 나하고 상대해서 좋은 점은 여러 가지 치수가 골고루 다 있다는 점, 어떤 일요일, 나는 유리창의 햇빛과 얼룩을 남겨둔 채 긴 의자에 앉기도 하고

 

                                                                                                         -팔월의 일요일들, 하재연 詩 全文-

 

     鵲巢感想文

     공자의 말씀이다. 묵이지지默而識之, 학이불염學而不厭, 회인불권誨人不倦, 하유어아재何有於我哉. 묵묵히 외고 배움에 싫증 내지 않고 남을 가르치는데 게을리하지 말 것, 나에게 무엇이 있는가? 아침에 시인의 시를 읽고 나는 너무 편파적이었다는 것을 또 깨달았다. 배움에 또 가르치는 것에 묵묵히 배우고 익히는 것에

     시인은 일요일의 개념을 새롭게 다졌다. 필자는 일요일이 없었다. 부르면 가야 하는 것이 자영업 세계라면 일에 늘 깨어 있었다. 한 번쯤은 세상을 닫고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으련만, 유리창의 햇빛과 얼룩을 남겨둔 채 긴 의자에 앉아서 긴 잠을 취하는 것도 좋으련만,

     여기서 일요일은 어떤 휴식을 떠나 깨어 있지 않는 세계관을 그린다. 언제 열릴지 모르는 동면의 세계와도 같다. 반어적이다. 배추나비는 배추에 앉고 호랑나비는 정처 없다. 배추나비는 편파적인 사고를 호랑나비는 정처가 없으니 아직도 개념 파악도 되지 않았음을 그러니까 인식의 단절이겠다.

     사람이 사람을 찾는 것은 분명 목적이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우리는 꼭 하나의 폭탄처럼 존재한다. 파편처럼 곳곳 그 존재를 뿌렸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일요일처럼 마치 긴 의자에 앉아 긴 잠을 취하는 것은 좋지가 않다. 공자께서는 나이 40을 불혹이라고 했다. 어느 곳에도 미혹되지 않는 나이, 요즘 40을 불혹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묵묵히 외고, 배우는 데 싫어하지 않고, 남을 가르치는데 게을리 하지 말 것. 오늘따라 이 말이 왜 자꾸 되뇌게 되는지 모르겠다.

 

 

     鵲巢

     영안실에 발을 들여놓듯 숲의 몸을 닦았다 다시 세상을 담은 숲이 밑머리를 깎았다 하늘은 맑고 구름 한 점 없었다 나무는 태양을 잃은 듯 벗겨져 있었다 구부린 판자때기가 결국 금이 가고 한때 소실되었던 망치忘置가 구두 한 짝을 던졌다 바퀴는 언덕을 오르고 왼손은 나머지 구두 하나를 들고 있었다 모래 언덕을 지나는 것은 창 닫은 원룸처럼 죽음과 마찬가지, 밤새 세포洗布가 헐었다 옹이의 아랫도리는 까닭 모르게 허공만 자꾸 헤집고, 나무의 그물은 너덜거리다가 후미진 골목에서 길을 잃고 계절은 또 바뀌었다 정말이지 개뿔 같은 사유였다 까다로운 년, 이미 죽은 년을 비문에 싣고 신발로 끌고 갔다 아스팔트가 그렇게 완강할 줄, 누가 알았을까만, 담벼락에 눈을 비비며 어렴풋이 종각을 바라본다 여명이었다 덫은 말없이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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