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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우가 울에게 / 김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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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04회 작성일 18-12-14 23:03

본문

.

     11월에는 잠이 오지 않았고

     11월에는 천장의 별이 모두 켜졌고

     11월에는 가슴이 환해 눈을 감을 수 없었고

     찬 우물이 머리보다 높아 위태로웠고

     우와 울은 주먹 쥐고 푸른 바케쓰 속에 누워 있었네

     충치 앓는 피아노처럼 둘이 앙다물고 있었네

 

     우는 구름을 덮고, 울은 그림자를 덮었네

     우는 바람에 시달리고, 울은 바다에 매달렸네

     우는 살냄새다 하고, 울은 물냄새다 했네

     우는 햇빛을 싫어하고, 울은 발이 찼네

     우는 먹지 않고, 울은 마시지 않았네

     밥을 먹는데도 내가 없고, 물을 마시는데도 내가 없었네

     우는 산산이고, 울은 조각이고

     우는 풍비이고, 울은 박산이고

     내 살갗은 겨우 맞춰놓은 직소퍼즐처럼 금이 갔네

     우는 옛날에 하고, 울은 간날에 울었네

 

                                                                                                         -우가 울에게, 김혜순 詩 부분-

 

     鵲巢感想文

     얄팍하다. 껍질이 얇아서 부들부들 뜬 적 있다. 경기 난조로 울고 있는 갈고리의 비애 무엇 하나 걸 수 없는 것들 오늘은 밤마저 초승달이었다. 여전히 냉기가 스린 바닥은 축축해서 마른 수건이 필요하고 노을의 손잡이가 있으면 어느 것이든 잡고 보았다. 그렇게 하루를 견뎠다. 하루는 너무 암울해서 태양은 떴지만 이해할 수 없었고 구름만 몰려다녔다. 옆집 오리집은 이미 죽었고 근심은 떠났다. 아직 다 읽지 못한 무릎만 시리다.

 

     위 는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눠 볼 수 있겠다. 물론 詩人도 그렇게 구분해 두었다. 전반부를 보면 詩人이 처한 상황을 묘사하였으며 와 더불어 융합한 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면 후반부는 의 개념과 그 개념에서 오는 독자와의 갈등을 묘사한다. 그러니까 는 하나의 우상이다. 현실의 모호한 점을 파헤치며 완벽한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어떤 몸부림이다. 좀 더 자세히 보면 이렇다.

     이 를 쓴 시점은 11월이다. 물론 11월에 쓰지 않았다고 해도 무관하다. 11월이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가 두 사람이 서 있는 형상을 그린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처사다. 물론 11월이라 하지 않아도 많은 詩人은 바늘로 보는 시간관념을 시어로 선택하는 경우가 꽤 많다. 가령 자정이나 정오, 345분의 의미라든가, 여섯 시 더나가 표현의 방법은 좀 기하학적일지는 모르지만 어떤 특수한 느낌만은 충분히 심을 수 있으니까.

     잠이 오지 않았고 천장의 별이 모두 켜졌고 가슴이 환해 눈을 감을 수 없었다. 詩人의 상태다. 물론 詩人의 상태를 우리는 보고 있지만 그 반대를 보면 는 잠을 자지 않은 상태고 별처럼 또롱또롱하며 상대의 눈빛에 그만 넋을 잃은 상태다.

     전반부에서 詩語 사용에 좀 아쉬운 것이 있다면 바케쓰다. 바케쓰는 일본어 아닌가! 이런 작란作亂이 어디 있던가! 물론 詩人의 시적 허용이라고 보기에는 마뜩치 않은 것도 있지만, 구수한 시어도 참 많다는 것을 나열해 본다. 양동이라든가 단지라든가, 좋은 우리말인 장군까지 생각하면 허무하다. 아무래도 이것보다 무슨 의미로 담았음이 틀림없겠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충치 앓는 피아노처럼 둘이 앙다물고 있었다는 표현에 시적 묘사에 이리 아리따운 것이 있을까 싶다. 충치에서 오는 색감과 충치에서 오는 고통은 글쓰기에 비유할 만하고 피아노에서 오는 징검다리와 같은 건반은 글과 흑과 백의 좌우 이념의 차이다. 11에서 오는 느낌과 우와 울, 우울과 더불어 서로가 견주어볼 만한 좋은 표현이다. 그렇게 앙다물다 보면 글은 순간 빛난다.

     후반부에 들어오면 우와 울의 처참한 상황을 그리고 있다. 우에 비하면 울이 뭔가 하나 더 달렸다. 둘 합치면 우울이 되고 각자 떼어놓으니 우는 오른쪽, 우수한, 어리석음 등 여러 가지 담을 수 있는 한쪽의 세계다. 그러면 울은 울타리, 양털, 우리 등을 대변하는 또 다른 세계를 그린다.

     그러면 우의 세계를 보자. 구름을 덮고 바람에 시달리고 살냄새다 하고 햇빛은 싫고 먹지 않고 산산인데다가 풍비며 옛날에 존재한 것들이다. 그러니까 이미 굳었다. 어쩌면 회상이며 우리가 추구하는 그리움의 대상이다. 그것은 모두 산처럼 높은 이상이었다. 확실한 과거는 확실한 미래라는 문구가 여기서 갑자기 지나간다. 미래를 아득히 생각할 필요가 없다. 과거의 여러 반복적 행위의 연속인 그 결과물이 현재며 미래라는 것을 새삼 느낄 때가 잦다. 어느 현자는 과학문명의 발달로 또 다른 행성을 그리는 이도 있다. 그 행성에 닿기 전에 지구는 혼잡한 세계로 다시 돌아가는 날도 있을 것이다. 마치 주식이 천정부지로 오르면 바닥도 있듯이.

     그러면 울은 어떤가? 그림자로 덮인데다가 바다에 매달렸고 물냄새에다가 발 폭 담근 것까지 기어코 마시지는 않았고 조각이며 박산이었다. 이러한 것은 현실의 어떤 중압감을 대변한다. 그림자처럼 꽉 막은 즉 어둠에 휩싸인 것은 어찌 설명할 겨를이 없다. 처하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다. 바다를 보라 그 형태와 양에 우리의 무게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마시지는 않았지만 먹었다는 것을 어찌 보면 암묵적으로 표현한 것이나 다름없다. 다만 마시지 않았을 뿐이다.

     詩는 역시 우리의 조각들이다. 마음의 파편破片과 같은, 그 하나를 조합할 수 있는 능력자, 詩人. 직소퍼즐처럼 금 간 세력들 정말이지 간 날에 더는 울지 않고 아예 굳혀버리는 그 날까지 는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鵲巢

     안개 자욱하다 당분간 이곳은 스모그보다 더 악한 지역 밑으로 점점 내려가면 불쑥 튀어 오른 빌딩들 계속 걸으면 모서리에 마냥 부딪힐 것 같고 자꾸 작아지는 키에 압독국의 옛 무덤만 솟아난다 촌길 따라 촌집을 돌면 동네 한쪽이 순간 사라졌다가 금호강이 흐르고 그 강물이 휘감아 도는 것도 전에는 없었던 안개의 지느러미. 도화가 피고 살구를 맺고 사과를 따먹는 동네 진시황이 그리던 영원한 검은 황제 천고의 유일한 명약 불로장생도 목간, 죽간, 공문을 매일 잠도 자지 않은 채 옆구리 끼고도는 안개에 개 같은 법률, 개 같은 세수, 개 같은 규제, 개 같은 혁신, 개 같은 적폐에 물고기는 하나로 안개 헤치며 통일만 하겠다고 25년 시력에 툭하면 순행 길 동네에서 제국까지 안개의 바다. 몸 안에 독기를 품고 가게 빚부터 국가의 예산까지 두 팔만 뻗으면 모두 안개 한 치 앞도 지울 수 없는 개 같은 구멍 그 구멍에 폭 빠뜨린 국내문제는 질문하지 말라 기어코 이마에 내려 닿는 잿빛 경제 어느새 사지 다 끊은 소득주도 성장론 눈 다 지우고 바라본 안개 끝 벼랑

     시발 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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