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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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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논 / 최정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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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04회 작성일 18-12-15 00:46

본문

.

     얼어붙은 논바닥에

     벼 베인 그루터기에

     이목구비 다 내주고

 

     찬비 오는데 어쩌려고

     그들은 아직도 들판에 서서

     실려가는 쌀자루를 바라보고 있나

 

     꿈속에 버리고 온 아버지처럼

     발목 얼어붙어서

 

     땅끝으로 가서는 낭떠러지를 만나고

     더 끝으로 가서는 자기 발등을 찍는

 

     꿈속에 버리고 온 아버지처럼

 

                                                                                                         -, 최정례 詩 全文-

 

     鵲巢感想文

     촌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안다. 그루터기가 뭔지를, 고향에서 나고 자란 사람은 안다. 그루터기가 뭔지를, 타지에서 공부하고 타지에서 생활해 본 사람은 안다. 미처 뽑지 못한 그리움이 있다는 것을,

     시제가 논이다. 시 내용을 보고 논만 읽어도 향토적임을 알 수 있다. 논을 좀 더 설명하자니 논이 이 되기도 한다. 놀자 판의 꼭 무슨 명사형 같은 의미도 영 없지는 않아 보이고, 논에서 좀 더 나아가면 놈이겠다. 잡놈, 풍물패를 몰고 다녔던 잡것에 대군까지 지나간다. 한 때를 시원히 놀다간 양반 양녕대군 말이다. 그러고 보면 시인은 말재주 하나는 탁월하다.

     이 시는 총 5연으로 이루었다. 1연은 논바닥과 벼의 관계다. 한때는 바닥에 뿌리를 박고 생을 이었다. 그 생의 결과물을 몽땅 내어주고 그루터기만 남았다. 뿌리에서 조금 남은 삶의 흔적이다.

     2연은 찬비까지 내린다. 어떤 마음의 소요다. 그들은 아직도 들판에 서서 실려가는 쌀자루만 본다. 그러니까 제 삼자의 입장에서 본 상황 묘사다. 이것은 마치 꿈속에 버리고 온 아버지 같다. 아버지의 삶과 벼의 생물학적 기능은 같다. 아버지가 아들을 키우기 위해 헌신한 삶의 희생이 여기서 중첩된다. 그런데 그 아버지를 버렸다. 물론 꿈속이지만, 그것은 발목이 얼어붙어서다. 현실의 어떤 곤경을 묘사하고 조금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까지 겹치는데 그것은 벼 배인 그루터기까지 확장한다. 여기에 찬비까지 내렸으니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땅 끝으로 가서는 낭떠러지를 만난다. 아버지가 딛고 선 땅이자 내가 선 이 땅이다. 그 끝은 낭떠러지다. 시의 인식과 죽음이다. 근데, 더 끝으로 가서는 자기 발등을 찍는다. 반향이다. 훨씬 진보된 세상을 만난 셈이다. 그러니까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세계를 파괴해야 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꿈속에 버리고 온 아버지처럼 그 아버지는 그 아버지의 꿈속에서 이미 버렸던 아버지가 있었고 그 아버지의 아버지는 그 아버지의 아버지의 꿈속에서 이미 버렸던 그 아버지의 아버지의 꿈속이 있었다.

     시의 진화다.

 

     시인 이상의 시 시 제2호와 필자가 쓴 이 시의 패러디를 함 보자.

 

     시 제2/ 이상

     나의아버지가나의곁에서졸적에나는나의아버지가되고또나는나의아버지의아버지가되고그런데도나의아버지는나의아버지대로나의아버지인데어쩌자고나는자꾸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가되느냐나는왜나의아버지를껑충뛰어넘어야하는지나는왜드디어나와나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와나의아버지의아버지의아버지노릇을한꺼번에하면서살아야하는것이냐.

 

     커피 2/ 鵲巢*2

     나의커피가나의곁에서볶을적에나는나의커피가되고또나는나의커피의커피가되고그런데도나의커피는나의커피대로나의커피인데어쩌자고나는자꾸나의커피의커피의커피의…….커피가되니나는왜나의커피를덜덜볶아마셔야하는지나는왜드디어나와나의커피와나의커피의커피와나의커피의커피의커피맛을한꺼번에맞추면서살아야하는것이냐

 

 

     어쩌면 어떤 관례나 정통을 파괴하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창조의 길이 아닐까 필자는 생각한다.

 

     鵲巢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고 했어. 돌을 보지 않으면 돌이 될 수 없다는 말이지. 참 그러고 보니까 돌을 보지 않으면 앞도 제대로 못 보잖아! 돌은 늘 내 옆에 있었어. 돌 속에는 작은 화분이 있고 수많은 개미가 이동하지. 모두 꽃가루를 업고 가지 개미가 기어가는 것을 보면 돌은 절대 말하지 않아 다만 이 놈의 손이 자꾸 가만있지를 않네. 작은 연못이 부들부들 뜨는 걸 느껴.

     일석이조一石二鳥라는 말도 있어. 창밖을 봐봐 저기 공중에 고압선이 지나가잖아 새 두 마리가 앉았데 쟤들은 바람보다는 구름을 좋아하지. 시계탑보다는 조명탑에 부리를 박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개의 침묵에 무릎뼈 상하는 것도 사실 모르지 단지, 조약돌만 탄다는 것 그러다가 죽거나 혹은 잡거나

     견금여석見金如石이라는 말도 있잖아. 아무리 예쁜 꽃이라도 죽은 것은 꺾지 않는다는 것. 혹여나 발을 잘못 담갔다가는 손목과 심지어 목도 달아난다는 것. 그러다가 정말 돌이 되겠다며 거저 바람에 흔드는 분홍 꽃잎에 폭 담근 퉁퉁 부은 손을 잡고 울어 보는 것.

     하나만 더 보자. 금석맹약金石盟約이라고 있어. 유능한 검객은 사과를 희롱하지는 않아. 다만 빛의 꼭지는 남겨둔다는 것. 거문고에 목을 묶어 기린의 얼굴로 벼랑을 삼키면 오므릴 수 없었던 작은 연못도 푸른 악어 하나쯤은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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