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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육식의 추억 / 정끝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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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32회 작성일 18-12-16 10:38

본문

.

     죽기 전 더운 피를 뿜어낸 것들의 살은 질기다 피를 쏟아낼 때의 안간힘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피는 살을 뚫고 비명보다 먼저 솟구치고 목숨보다 늦도록 흐른다 단칼에 내리칠 기다란 오리 목을 움켜잡고 솟구치는 피를 받아냈던 아버지, 어린 열병을 앓고 난 내게 오리 피를 들고 왔던 것도 아버지였다 눈 딱 감고 마셔라 슈퍼 노른자가 두둥실 떠 있었다

 

     사는 내내 더운 피를 담고 있던 것들의 살은 연하다 숨을 끓이고 눈물을 끓인 피는 쇳물처럼 비리다 일요일 새벽이면 아버지는 마장동 도축 시장에서 갓 잡은 소의 뜨끈한 핏덩이를 사왔다 사춘기 빈혈을 앓던 내게 생간 생지라를 잘라 소금에 찍어 먹게 했다 씹지 말고 삼켜라 입을 벌릴 때마다 피 꽃이 피었다

 

     죽기 전 더운 피가 살 속에서 터진 것들의 살은 달다 터질 만큼 터진 피가 살에 밴 탓이다 피와 살은 수시로 서로가 된다 어느 여름에 한솥밥 먹던 누렁이를 냇가 오동나무에 매달아 몽둥이로 때려잡았던 아버지, 스무 살 결핵을 앓던 나를 숙이네 보신탕집에 데려가 장국 속 고기만을 골라 건네곤 했다 꼭꼭 씹어라 산초가루에서는 아버지 겨드랑이 냄새가 났다


                                                                                                         -육식의 추억, 정끝별 詩 全文-



     鵲巢感想文

     詩의 전반적 내용은 詩人의 소싯적 아버지에 대한 추억追憶 한 소절이다. 간간이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이것으로 시적 묘사와의 거리를 좀 더 탄탄하게 조인 셈이다.

     이 를 읽으면 아버지의 딸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필자는 소싯적에 아버지에 대한 어떤 따뜻한 그리움이 나지 않는다. 무미건조한 삶이었다. 그러고 보면 가난이 문제였다. 온 동네가 모두 가난했으니까. 고 박정희 대통령께서 구미공단을 조성한 후, 동네는 조금씩 나아져갔다. 봄이면 아버지와 못자리를 만들었던 기억이 나고 못줄 튕기며 못짐도 던졌다. 여름이면 논에 약 치러 갔던 것과 가을이면 빙빙 도는 탈곡기에다가 볏짐을 한 옴큼씩 펼쳐 요리조리 돌려가며 털었던 기억도 있다. 도리깨였던가! 콩 타작도 해보았다. 겨울이면 산에 나무를 했다. 지게도 져 보고 옆집 영화라는 얘가 놓았던 토끼 덫 채로 나무를 했다. 산토끼가 꼬닥꼬닥 얼어 있었다. 아버지는 가죽을 벗기고 잘근잘근 고기를 쓸었다. 냄비에 넣고 끓인 토끼 찌개 국, 고기는 너무 질겼고 국물은 꽤 맛이 있었다. 처음 먹어보았다.

     지금도 우리 아버지는 말씀이 없다. 한 번씩 전화를 드리면 그래 호걸이냐? 별일 없어. , 저녁은? 먹었습니다. 아버지는 드셨어요? 그래 전화비 많이 나온다. 끊어. 그리고는 뚜뚜 뚜뚜다.

     세월이 얼마나 빨리 갔는지 내가 아버지가 되고 아버지를 기억할 수 있는 그때 그 아이보다 훨씬 큰 아이들을 가진 지금, 오로지 카페 생존에만 매여 있다. 어떻게 하면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 집 아이는 언제쯤 이 책을 볼까! 아이를 따로 생각해 보지 않았던 아버지. 그래도 아버지 마음만은 십분 이해하였으면 하는 아버지인지도 모르겠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죽음에 더 가깝다. 점점 굳혀가는 세계를 잘 알고 있다. 사마천은 사기에 수천 명의 등장인물을 올렸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4천여 명의 인원과 이중 290여 명은 제후와 군주였다. 인물의 성격과 특성은 각기 달랐지만, 사마천은 이들을 얘기하면서도 자신을 다루었다. 정말 대단한 명작이 아닐 수 없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사마천은 필자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그는 동양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하여튼, 詩人의 아버지에 대한 따뜻한 그리움 한 장을 읽었다. 나는 정말 따뜻한 아버지였던가! 생각한다.

 

 

     鵲巢

     문신은 백치였다 커피 120년의 역사는 풀밭이었다 고인돌에 묻은 청와대나 다름없었다 커피 한 잔 한 번 오지기 내리려면 이상의 폐결핵은 없어야 한다 그러나 이상도 없고 폐결핵도 없는 아주 맹하다 하루씩 지나면 문신만 더 늘었다 어떤 날은 주방에서 웃통을 벗었다 정말이지 한 마리의 용이 날아오른다 그리고 얼른 웃옷을 입었다 그러고 보면 물고기는 손목에 있었고 거미는 발목에 있었다 동물원이었다 울타리가 없는 영원한 벗으로 점점 쌓여가는 마야문명과 자획이 없는 명문에 쓰러진 황제 아타우알파가 순간 지워졌다 오늘은 왼쪽 볼에다가 송전탑을 세울 것이다 언젠가는 도요새가 이름을 외우고 이국에서 날아온 제비가 앉아 쉴 것이다 나는 다만 소찬휘의 타투를 들으며 태연하게 배달 갈 것이다 여태 깔아놓은 고종의 희멀건 발바닥을 지우며 가볍게 내려 마신 탄자니아가 보리차처럼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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