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 립 / 김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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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74회 작성일 18-12-17 05:18본문
튤 립 / 김영남
아이들이 울고 있다
난 그 아이들을 달랜다
빨갛게 울고 있는 것들을
아니 노랗게 우는 것들을
그러나 내 노력 효험 없어
꽃밭 더 시끄러워지고
자전거 세우고 소녀 한 명이 내린다
여기저기 기웃기웃 하더니
튤립 한 송이 꺾는다
아이들 울음이 뚝 그친다
그러고 보면 이 세상 애증은
저 꽃밭에서부터 출발한 것이고
내 사춘긴 그 소녀 자전거에서 내린 것
소녀가 다시 자전거에 오른다
아이들도 다시 울기 시작한다
* 김영남 : 1957년 전남 장흥 출생, 199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정동진 역> 당선, 시집 <정동진 역> 등
< 감 상 >
빨갛고 노랗게 곱게 피어있는 튤립을 화자는 울며 보채는 아이들로 비유해서
달래 보려 하나 더 시끄럽기만하다
자전거에서 내린 소녀가 튤립 한 송이 꺾으니 그 아이들이 울음을 그친다는
서사는 비유(比喩)의 범위를 초월한 어떤 미지의 세계인 듯 한데,
독자의 마음 속에는 詩의 독특한 아우라가 빛을 발하며 유영(游泳)하고 있다
화자는 시 정동진 역을 발표해서 독자의 심상을 뒤흔들어 놓은 바 있는데 본 시
역시 독자를 즐겁게 하고 있다
- 내 사춘기는 그 소녀 자전거에서 내린다
- 소녀가 다시 자전거에 오른다
- 아이들도 다시 울기 시작한다
자전거 탄 소녀가 부리는 요술과 그 요술 속에 화자의 사춘기가 놀고있다는 기막힌
발상은 가히 충격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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