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 이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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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35회 작성일 18-12-22 00:05본문
⋁.
비가 내린다. 한 줄 읽고 있어도 내리고 두 줄 읽고 있어도 내린다. 비는 세게 내리기도 하고 약하게 내리기도 하고 내가 은행에 있을 때나 시장에 있을 때에 내리기도 하고 우산을 펼치거나 우산을 접었을 때 내리기도 하고 내가 이를 닦거나 커피를 마실 때도 내린다. 비는 내린다. 여름비가 내린다. 여름에는 우체통에 책이 꽂히기도 하고 여름비가 내려 바지가 젖기도 한다. 젖은 바지가 더 젖기도 한다. 비가 내린다. 한 줄 읽고 있어도 내리고 두 줄 읽고 있어도 내린다. 나는 고개를 돌린다.
-고개, 이준규 詩 全文-
鵲巢感想文
긴장하라
그리고
시작하라
詩人은 시인만의 가진 글의 특색이 있다. 찬휘면 찬휘 덕배면 덕배다. 그러니까 본인의 특색이 있다는 말이다. 시집 전체가 행 가름이 없는 것도 그의 특색이며 단문으로 누구나 읽기 쉬운 문장이지만, 어 이거 뭐지 하며 되돌아보게끔 한다. 필자도 행 가름은 대개 싫어해서 문장으로 벽돌처럼 찍어내는 경우가 많다. 비유가 허술해서 문제지만, 필자의 글쓰기 지향하는 바이다.
하여튼 위 시를 보면 비가 내리고 있다. 별 달리 설명이 없다. 비가 내리는 것을, 그러나 이 비에 시인만의 감정을 얹었다. 비처럼 수많은 사색과 그 사색이 시인의 몸을 경유해서 돌아가는 현실을 보고 있다. 그 현실은 모두 고개다. 고개는 목 뒷덜미를 말하기도 하지만 산의 오르막과 이를 한층 비유한 고비나 절정을 뜻하기도 해서 비가 내포하는 그 의미를 더 깊게 닿게 한다.
중요한 것은 시문에서 보듯이 시인은 우체통에 책이 꽂히기도 하고 여름비가 내려 바지가 젖기도 한다고 했다. 인생에 수많은 비가 지나간다. 그때마다 사람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인가? 시인은 책이었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역대 왕조국가에서 문과 무를 겸비한 왕들은 모두 살아남았다. 왕의 명성까지 얻게 되었다. 한 손은 칼을 들어도 한 손은 책을 들어야 한다. 생각하는 존재로 우뚝 서야 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선도강심보루지船到江心補漏遲라는 말이 있다. 배가 강 한복판에 다다른 뒤 물이 새는 것을 고치려 하면 늦다는 말이다. 책은 千秋萬古의 보배였다. 내 하는 일에 누구나 현명한 사람은 없다. 궁지는 언제 어느 때나 있을 수 있다. 선인의 지혜가 고스란히 묻은 책은 삶의 지혜를 부른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수습하는 것도 그때그때 처리하는 능력도 평상시 책을 읽지 않고는 명석한 해법은 구하기 어렵다. 여기서 끊고 하여튼,
나는 이 텍스트를 한 줄 읽고 있자니 내 몸 안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두 줄 읽고 있어도 비가 내렸다. 나는 이제 그만 고개를 돌릴까 한다.
鵲巢의 辯
나는 너무 멀리 왔다 네가 바라는 곳에서 멈춰 있었기 때문이다 순종하는 개처럼 앉아 있었으므로, 하얀 잔에 이해할 수 없는 커피만 마시고 있었다 네가 머물다가 간 자리에 흘린 빵조각을 닦으면서 평온하고 광활한 지평선만 그렸다 아무것도 없지만 햇살에 타오르는 눈들을 밟고 따뜻한 얼음이 되고 싶었다 창틀에 낀 먼지를 닦으면서 너는 모르는 말을 뱉고 그렇게 다리를 떨면서 언젠가는 작대기로 땅 짚고 지게를 벗을 수 있을 거라며 하얀 눈밭에 앉아 있었다 들꿩이 날아가고 산비둘기가 날아오르는 이 산길에 시원히 날아가는 저 뒤태를 보면서 따뜻한 햇볕을 쬐고 있었다 입가에 흐르는 침도 잊으면서 아무도 내 얼굴을 보지 않을 이곳에서 오로지 한 사람을 죽이겠다고 내 손목을 다부지게 끊고 있었다 영영 돌아올 수 없는, 영영 돌아오지 않겠다고,
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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