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의 그 마음을 / 문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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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03회 작성일 18-12-26 11:40본문
⋁.
무덤이 제 앞에 가솔들마냥
비석과 어린 소나무들을 거느리는 그 마음을 내 알겠어요
무덤이 삐죽삐죽 솟은 쑥대머리 위로
민들레나 명아주 풀을 키우는 그 마음을 내 알겠어요
무덤이 달빛 설레는 밤이면
그림자 일렁이는 그 마음을 내 알겠어요
무덤이 승냥이 길게 우는 소리에
흙구멍들을 움찔움찔하는 그 마음을 내 알겠어요
무덤이 긴 세월 동안
조금씩 조금씩 마을로 흘러내리는 그 마음을 내 알겠어요
-무덤의 그 마음을, 문성해 詩 全文-
鵲巢感想文
글쟁이들은 이 얼마나 무덤을 동경하는 것인가! 가솔들마냥 즐비한 시집들, 심지어 내 운전석 옆에도 한둘 정도의 무덤은 싣고 다니니까! 신호등을 보는 가운데에서도 가끔 그 무덤을 휘적대다가 눈꽃이 피어 미소를 머금은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음을,
비석과 어린 소나무들을 거느리는 그 마음은 아마 이 鵲巢 같은 사람을 위해 저렇게 써는가 하면서도 또 우리는 어린 소나무의 마음으로 비석을 향해 질주하는 그 푸름을 소망하는,
머리가 헝클어진 그 쑥대머리 같은 詩를 보고서도 오로지 나는 민들레나 명아주 같은 풀을 키워야겠다는 그 마음을 또 얼마나 가져보았던가!
여기서 한 가지 짚어 볼 詩語가 있다. 민들레와 그 씨앗은 꽃의 색상도 그 씨앗도 어디론가 심어질 수 있는 어떤 희망이 묻어 있으며 명아주에서 나오는 그 지팡이는 참 가볍고 좋다는 것을, 어떤 받침대 역할로 詩에 보조한다.
달빛 같은 곱고 아름다운 詩 한수를 그려 낸다면, 일렁이는 그 마음을 누가 알겠어요.
승냥이 같은 비평가나 또 글을 흠모하는 이로부터 가슴 옴찔옴찔하는 그 마음까지 더나가 긴 세월 동안 조금씩 조금씩 마을로 흘러내리는 그 마음, 그러니까 어린아이들이 몰려드는 시마을에 어떤 안내자로 말이에요.
鵲巢의 辯
겨울은 긴 눈썹처럼 차양을 쳐 놓았다
깊은 눈동자의 건물보다 쫓기는 얼굴로 이미 우그러진 달빛을 담아 마시고 있었다 바깥은 불이 꺼졌고 우리는 불판을 바라보며 불판 속으로 들어갈 수 없는 이유를 기울이고 있었다 저 뜨거움에 익어버리는 삼겹살을 뒤적거리다가 온 몸에 수많은 이름이 초식으로 들어가 앉는 밤, 비틀거리는 유리잔은 따뜻한 불판을 보며 왜 불판이 되지 못하고 흰 담배를 연방 피웠던 것일까 다 핀 담배꽁초를 결국 바닥에 뭉개면서 얼룩은 다만 옷에만 배였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노릇하게 익었던 삼겹살 한 점 씹고서야 눈이 뜨였다 바닥은 침이 튀어 오르고 구두로 문대다가 찢어지는 구름과 사라지는 영혼, 그 영혼들, 이미 지운 그 수족에 나는 슬펐다 바싹 마른 목구멍에 소주성의 영토에 이미 와 있었으니까 지렁이가 스멀스멀 피어나는 자정쯤에 우린 다시 만나었으니까 담뱃재가 천천히 날리며 가라앉은 곳 천 길 낭떠러지에 몸을 벗고 구름이 피는 이 건조한 바닥을
뽑혀 나간 실효 하나가 굳은 입을 다 덮었으니까
*소주성=소득주도성장론 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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