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으로 보내는 편지 / 박준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해남으로 보내는 편지 / 박준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103회 작성일 18-12-29 12:52

본문

.

     오랫동안 기별이 없는 당신을 생각하면 낮고 좁은 책꽂이에 꽂혀 있는 울음이 먼저 걸어나오더군요

 

     그러고는 바쁜 걸음으로 어느 네거리를 지나 한 시절 제가 좋아한 여선배의 입속에도 머물다가 마른 저수지와 강을 건너 흙빛 선연한 남쪽 땅으로 가더군요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 땅 황토라 하면 알 굵은 육쪽마늘이며 펀지지처럼 잎이 희고 넓은 겨울 배추를 자라게 하는 곳이지요 아리고 맺고 순하고 여린 것들을 불평 하나 없이 안아주는 곳 말입니다

 

     해서 그쯤 가면 사람의 울음이나 사람의 서러움이나 사람의 분노나 사람의 슬픔 같은 것들을 계속 사람의 가슴에 묻어두기가 무안해졌던 것이었는데요

 

     땅 끝, 당신을 처음 만난 그곳으로 제가 자꾸 무엇들을 보내고 싶은 까닭입니다

 

                                                                                                         -해남으로 보내는 편지, 박준 詩 全文-

 

     鵲巢感想文

     詩가 참 차분하게 읽힌다. 이제 는 진실만을 쓰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도 누구나 잘 안다.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 이야기를 정말 이야기 같은 그러나 詩的 世界觀을 얼마나 잘 들어내느냐에 따라 그 시는 성패가 좌우된다.

     詩는 총 다섯 단락으로 이룬다. 여기서 詩人이 말한 당신은 어떤 상대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自我. 自我의 그림자다. 그 그림자를 찾아내는 방법이자 그 그림자를 통해 자아를 간접적으로 들어내고 있다.

     自我를 들어내는 방법은 역시 낮고 좁은 책꽂이에 꽂혀 있는 울음이 먼저다. 마음은 그냥 나오지 않는다. 여러 권의 책을 읽다 보면 상상이 가며 그 상상은 마치 마중물과 같아서 일단 물을 끌어올리는 役割과 같다. 그러면, 다음은 어떻게 읽어야 할지 대충 느낌이 닿는다.

     詩人이 사용한 詩的 詩句를 잠시 보자. 마른 저수지와 강을 건너 흙빛 선연한 남쪽 땅으로 간다고 했다. 비어 있는 저수지 같은 사고와 시간() 그리고 흙빛() 선연한 남쪽() 땅이다. 지면을 은유한 것으로 육쪽마늘과 희고 넓은 겨울 배추가 그것이다. 육쪽마늘이라는 어감이 참 좋다. 육쪽, 대쪽, 한쪽, 만쪽, 성쪽, 성두가 작두의 기억을 심는다. 그러니까 詩語로서 알맞게 잘 쓴 것 같다. 이러한 종이는 그 어떤 상대자가 아닌 자아와의 대화이므로 그 어떤 이야기를 담아도 무안할 따름이다. 이 무안이라는 표현은 詩人感情이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은 무안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쓸 수도 있다. 가령 뜨겁다거나 냉랭하거나 그 외, 다른 것들이 있으면 더 좋은 詩語와 문장과의 관계를 따져 쓰면 되겠다.

     땅 끝, 당신을 처음 만난 그곳으로 제가 자꾸 무엇을 보내고 싶은 까닭은 詩人이면 늘 갖는 마음이겠다. 오늘도 구석진 어딘가 박혀있는 그 마음 하나를 잘 이끌어서 끄집어낸다면 그 사람 하나 구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소홀疏忽해서는 안 되겠다.

 

 

     鵲巢

     문을 나섰다 검은 아스팔트를 밟고 걸었다 캄캄했다 마트 지나갔다 마트 사장님은 바깥에 나와 담배를 피웠다 막창집도 지나갔다 갓등 홀로 서까래에 덩그러니 매달려 거리를 밝혔다 근래 개업한 중국집 지나, 옥돌이 가득한 입 꾹 다문 콘크리트에 닿았다 문 열었다 추억 속에 그 사람도 그랬다 그 사람은 지나갔다 말 못 하는 이 가슴을 헤아려줘요 그렇지만, 나는 나를 맛볼 수 없었다 나 그대 믿고 따라가리, 이런 건 정말 싫었다 모두 미쳤나 봐 그런가 봐, 우이~ 우이요, 우이~ 우이요, 날 내버려 둬, 마음 아팠다 나빠, 그녀는 나빠, 아빠 이제 나를 가져봐, 아파했으니까! 너도 알고 있잖아! 모두 지워버려, 마지막 순간까지 제로가 될 때까지 꾹 참고 앉아 있자 좋아해서 미안해, 좋아해서 미안해, 나는 그대를 좋아하고 있어요, 거짓말처럼 들렸다 에어컨은 여태껏 틀고 있었다 호상이라고 했다 많은 사람이 다녀갔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60건 2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61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 0 03-14
60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 0 03-01
60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3 0 03-01
60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7 0 02-28
60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 02-28
60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4 0 02-28
604
수잠 =길상호 댓글+ 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 0 01-26
60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8 0 01-26
60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 0 10-26
60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 0 10-15
60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8 0 10-12
59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 0 10-12
59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 0 10-11
59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 0 10-11
59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1 0 10-11
59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9 0 10-08
59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 0 10-05
59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 0 10-02
59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 0 09-29
59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 0 09-29
59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 0 09-29
58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6 0 09-28
58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 0 09-28
58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 0 09-28
58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 09-28
58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 0 09-27
58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0 09-27
58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5 0 09-27
58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6 0 09-27
58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0 09-25
58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 0 09-25
57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 0 09-24
57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4 0 09-24
57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0 09-23
57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 0 09-23
57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 0 09-23
57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5 0 09-22
57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2 0 09-22
57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 0 09-20
57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 0 09-20
57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1 0 09-19
56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 0 09-17
56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2 0 09-17
56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3 0 09-16
56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8 0 09-16
56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 0 09-15
56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1 0 09-15
56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9 0 09-15
56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 0 09-14
56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2 0 09-14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