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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의 연대기 / 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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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20회 작성일 18-12-30 00:05

본문

.

     머리맡 자명종은 음흉하게도 전부를 알고 있다. 오늘의 첫 소식은 가끔 가곤 하던 직장 앞 식당에 불이 났다는 것. 믿어지지 않아 빠른 걸음으로 찾아가본다. 전소다. 단단했던 문틀만이 괜찮았던 지나간 만찬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역시 무엇인가의 잔해는 단칼에 쓰여진 연대기다. 살면서 한 3천 번쯤 저주한 월요일. 불탄 식당 앞에서 소멸의 마지막 장을 들춰봤다.

     그날 밤늦게까지 빙하 사진을 찾아보다 잠들었다. 꿈을 꿨다. 영혼은 팔리지 않았고 화를 내다가 서식지로 돌아왔다. 거의 견딜 수가 없었다.

 

                                                                                                       -빙하의 연대기, 허연 詩 全文-

                                                                                                       -전쟁보다 전쟁의 성격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

 

                                                                                                          *조지 오웰

 

     鵲巢感想文

     詩人의 한 特性을 살려 이 를 쓴 셈이다. 固有性質 중 하나를 꼽자면 굳은 물질이라는 점이다. 를 이해하고 읽는 이 외는 도저히 부러뜨리거나 깨뜨릴 수 없는 철性質을 가졌다는데 있다. 그 한 예로 詩人은 빙하라는 어떤 한 세계를 가져와 끌어다 놓았다. 그러면 이 빙하와 극은 무엇인가? 이 방하를 녹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불이다. 빙하와 불은 상극相剋이자 의 극성極性을 잘 살릴 수 있는 素材.

     詩人은 이 굳은 특성을 가진 를 빙하에다가 은유하면서 불을 얘기한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의 시간관념인 자명종自鳴鐘을 가져다 놓았다. 모두를 꿰뚫어 보는 또 하나의 존재다. 자명종은 언제 어느 때든 시작을 알려주는 시계時計. 이 책을 언제 펼쳐 보든 펼친 그 시간은 자명종이 울린 셈이다.

     詩의 내용을 보면 어느 한 식당이 나온다. 그 식당은 우리에게 밥을 주는 영혼의 식당이다. 전소라는 것은 이미 나에게 혼을 다 넘겨주었다는 뜻이다. 단칼의 쓰여진 연대기 즉 일기는 참 소중하게 다루어야겠다. 언제 어느 때 쓸 수 있는 素材이기 때문이다. 그날 밤 빙하 사진을 찾아보는 이 능청스러운 詩人, 詩集을 보고 있었다는 말이겠다. 영혼은 버릴 수 없었고 도로 화만 잔뜩 얹어 서식지로 돌아온 백곰을 보았다. 거의 견딜 수 없었던 그 마음을 십분 이해하게 되었다.

     여기서 빙하라는 말에 하나 짚고 넘어간다. 詩人 송찬호 先生은 얼음의 문장으로 몇 작품을 남긴 적 있었다. 이 중 한 편을 아래에 필사해본다.

 

 

    얼음의 문장 1 / 송찬호

 

     누가 밟았기에 계단이 저렇게 꺾였을까, 악마가?

     꺾였다 다시 일어나는 저 완강한 악마의 계단들

     난 계단과 싸운다

 

     치유할 수 없다 탁발승의 굳은 발바닥아 수도승의 돌대가리야

     더러운 성병에 걸린 그 여자를 놓아다오

     냄새 나는 음부야 썩어가는 다리야, 와서 이 결혼식을 즐겨다오

     이 끔찍한 부재의, 가시 돋히도록, 거칠게나마 나는 그 가시로

     밤을 둘러칠 것이다 그 가시로 밝힌 붉은 밤들을 서약할 것이다

     오, 不在의 쳐녀지! 난 신부를 끌고 그 밤의 골짜기를 건널 것이다

 

     ......그리고, 결혼식이 끝나고 그렇게 결정된

     매장지에 두 개의 몸을 뉘었다 한없이 낮고 느린 노랫소리,

     장지 사람들에 의해 나는 그녀의 몸 속에 매장되었다

     내 부재가 그토록 무거웠던가, 저 몸서리쳐지는, 부재의 꼭대기,

     난 죽어 있으므로 그 계단을 일으켜세워 보여줄 수 있기까지 하다

 

 

     鵲巢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나를 보았다 거칠게 나를 쏘아보았다 순간 나는 모든 것을 버리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그렇게 두 동강 나고 있었다 20여 년의 굳은 다리가 벌어지면서 펴지기 시작했으니까 죽여줘 어서, 죽여 달라고 계속 애원하듯 눈빛은 점점 타올랐다 무언의 군홧발들이 순차적으로 지나갈 때마다 나는 벚꽃처럼 내 버려졌다 짧은 그 한순간이 긴 이야기처럼 지나갔다 머리가 날아오르고 절단된 다리가 튀어 오를 때 희열은 무참히 내리 꽂혔으니까 아무런 저항 없는 벽돌은 그렇게 부서져갔다 바깥은 더 많은 군중과 이들의 피 터지는 존립과 내각 그리고 퇴각을 반복하는 세계에서 여기서는 존재와 부음을 두고 전쟁을 치르고 있었으니까 소년 학도병처럼 띄운 별빛과 몇 번의 전쟁을 치르고 돌아와 다시 앉은 부상병까지 외국에서 건너온 그 까만 물 한잔을 내리겠다고 앉아 있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영혼은 영원한 것이라고 흰 눈 내리는 저 바깥은 사지가 끊어지고 시체가 썩어 들어가는 지옥이라고 정말 지옥 같은 이 검은 계단만이 잔디밭 위에 누워 태양을 볼 수 있을 거라고 흩어지는 구름을 모으고 있었다

     *커피 강의 / 鵲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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