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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발된 봄 / 신용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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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54회 작성일 19-01-03 11:21

본문

.

     나는 격발되지 않았다 어느 것도 나의 관자놀이를 때리지 않았으므로

     나는 폭발하지 않았다

     꽁무니에 바람 구멍을 달고

     달아나는 풍선

 

     나의 방향엔 전방이 없다 멀어지는 후방이 있을 뿐

 

     아무 구석에 쓰러져 한때 몸이었던 것들을 바라본다

     한때 화약이었던 것들을 바라본다

 

     봄의 전방엔 방향이 없다 다가오는 허방이 있을 뿐

 

     어느 것도 봄의 관자놀이를 때리지 않았으므로 봄이 볕의 풍선을 뒤집어쓰고 달려가고 있다

 

     살찐 표적들이 웃고 있다

 

                                                                                                         -격발된 봄 / 신용목 詩 全文-

 

     鵲巢感想文

     詩題격발 된 봄이다. 는 독자가 읽음과 동시에 봄은 격발 한 것이다. 즉 독자 스스로 방아쇠를 당긴 셈이다. 시제를 다른 말로 굳이 바꾼다면 다 읽은 시’, 아니면 시시한 시로 써도 무방하겠다. 시를 읽고 이해가 가면 시시해버리니까! 그러나 피어난 봄은 있겠다. 

     詩의 첫 문장은 나는 격발 되지 않았다로 시작한다. 그러니까 시의 출발이다. 이제 계단을 타며 내려갈수록 격발이며 끝에 문장은 살찐 표적들이 웃고 있다고 했다. 이 격발 된 봄을 다 읽으면 두툼한 꿈만 잔뜩 안게 된다. 그것을 퇴고하고 정리하면 이 역시 격발 된 봄의 자세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꽁무니에 바람구멍을 달고 / 달아나는 풍선, 시적 묘사다. 詩人 고은강은 물고기 화법에서 예컨대 내 입술이 / 찢어진 지느러미 같다는 생각이라고 했는데 내나 에서 풍기는 意味는 같은 것이다. 바람구멍을 달고 달아나는 풍선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찢어진 지느러미도 마찬가지다. 물고기가 정교하여야 할 지느러미가 찢어졌다면 원하는 방향대로 갈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詩人은 나의 방향은 전방이 없다고 했고 오로지 후방만 적확히 있는 것이다. ()는 달아나면서 한때 몸이었던 것들을 바라본다. 한때 몸이었던 것을 우리는 초식이라 불러도 좋겠다. 더나가 시문에서 화약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불쏘시개 역할만 했던 그런 시집이나 책이겠다.

     詩는 봄처럼 스프링처럼 전방의 방향이 없고 오로지 허방만 있을 뿐이다. 다음 문장에서 볕의 풍선이라는 표현이 참 좋다. 그냥 풍선이라고 해도 意味는 다한 것이지만, 좀 더 자세한 묘사로 엮은 詩語 즉 볕(독자)을 넣으므로 해서 글발을 새웠다.

     살찐 표적들이 웃고 있다. 를 읽고 있는 筆者 또한 살찐 표적으로 싱긋이 웃어본다.

 

     참고로 고은강 시인의 전문 물고기화법을 옮겨놓자면,



     예컨대 내 입술이

     찢어진 지느러미 같다는 생각

 

     채광을 자주 바꾸었다 채광이 한 번 바뀔 때마다 시선이 조금 틀어졌다 틀어진 시선에서 가장 잘 굴절하는 남자와 놀았다 남자가 한 번 바뀔 때마다 색이 바뀌었다 색이 바뀔 때마다 그 색에 가장 잘 번지는 남자와 놀았다 캄캄하도록 놀았다 캄캄하면 모든 색은 다 비릿하다 비릿함에 내성을 흐느적거리며 놀았다 한번 흐느적거릴 때마다 조류가 뒤바뀌었다 조류가 한 번 뒤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비위 때문에 생존을 장악하는 슬픔 속에서 아래턱을 덜덜 떨며 놀았다 차가운 햇살 속에서 공명하는 이질감을 데리고 놀았다 점점 팽팽해지는 그늘의 부력으로 뻐끔뻐끔 내가 떠올랐다

                                                                                                         -물고기화법, 고은강 詩 全文-

 

 

     鵲巢

     어둠은 잘못된 길을 걸었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바깥에 찬 공기를 쐬며 흰 담배만 자꾸 피워대고 어딘가 전화를 하고 다시 고개 숙이며 카페에 들어오곤 했지요

     자리에 앉자 이내 굴곡진 얼굴을 봅니다

     많은 사람이 앉아 있고 그 사람들과 별별 다를 것 없는 얘기에 싫증을 내시는군요 재주 엄마가 정오 아빠와 얘기를 나누는 모습에도 화내지는 않았지요 콘돔처럼 포장되었거나 비아그라의 힘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부동산 업자가 전망도 없는 나대지에 땅값을 얘기해요 저쪽 나 많은 어른 몇 분 앉아 있네요 벌써 친구 한 분이 어제 죽은 일로 말씀이 많아요 근데 모두 무덤을 그리는 낯빛으로 웃고 있어요 소주가 싫어 소주 성을 얘기하는 사람도 보여요 애인이 있으면서도 다른 연인께 추파를 던지는 사람도 있고요 내일이 시험이라고 허공마다 치렁치렁 엉키는 거미줄도 있고요

     말 못 할 고백을 어둠으로 다진 이곳, 사람들은 어둠으로 이내 앉았다가 사라집니다 어두운 밤길로 다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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