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여행자 / 황학주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겨울 여행자 / 황학주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80회 작성일 19-01-05 12:35

본문

.

     어느 날 야윈 눈송이 날리고

     그 눈송이에 밀리며 오래 걷다

 

     눈송이마다 노란 무 싹처럼 돋은 외로움으로

     주근께 많은 별들이 생겨나

     안으로 별빛 오므린 젖꼭지를 가만히 물고 있다

 

     어둠이 그린 환한 그림 위를 걸으며 돌아보면

     눈이 내려 만삭이 되는 발자국들이 따라온다

 

     두고 온 것이 없는 그곳을 향해 마냥 걸으며

     나는 비로소 나와 멀어질 수 있을 것 같다

     너에게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은 그렇게 걸어 사랑에서 깨어나고

     눈송이에 섞여서 날아온 빛 꺼지다, 켜지다

 

                                                                                                         -겨울 여행자, 황학주 詩 全文-

 

     鵲巢感想文

     이러다가 얼굴 없는 공인, 공인이 아닌 공인이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파도에 휩쓸려 다니는 글들, 어딘가 삐뚠 입으로 수정을 요하는 글까지 표류하고 있었으니까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혀 개의치 말기, 오늘도 겨울처럼 수양하고 있으니까.

     시제 겨울 旅行者를 읽었다. 꼭 필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싶다. 이렇게 가슴에 와 닿는 를 언제 또 읽겠나 싶다. 펄펄 내리는 눈송이와 눈송이 밟으며 걷는 우리를 본다. 무 싹처럼 돋는 외로움과 별빛에 한 옴큼 뭉근하게 물고 있는 젖꼭지까지, 詩人 이상국 先生산그늘이 생각나는 한 대목이다. 장에서 돌아온 어머니가 나에게 젖을 물리고 산그늘을 바라본다.요 한 문장, (世界觀), 어머니의 젖()과 산그늘(시인의 깊은 어떤 생각들), 정말이지 통통 젖꼭지 한 입 뭉근하게 물고 싶다.

     어둠이라는 詩語가 참 좋다. 내 마음은 환하지가 않으니, 명암을 굳이 낮과 밤의 실제로 보지 않더라도 어두운 것과 밝은 것은 표가 난다. 그것을 환하게 드러내 놓고 보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있다. 알고 보면 다 욕심이다. 그 욕심을 영 없애지는 못해도 근신의 자세는 있어야겠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두문불출은 말아야지. 시마을에 글 한 편씩 올리며 사는 맛 가져보는 것도 좋고. 그렇게 하루 버티며 살아야지.

     이리하여 만삭滿朔이 되면 그 발자국 모조리 모아서 두고 온 곳이 없는 그곳을 향해 마냥 걸으며 어딘가 받아 줄 수 있다면 미련 없이 던지고 나는 비로소 나와 멀어질 수 있으니까

     너에게로 가는 길은 다름없는 이 길밖에 없으니까 사랑은 그렇게 걸어 사랑에서 깨어나고 눈송이 같은 흰 종이 밟으며 또 조심스럽게 밀어내면서 빛이 되기도 하고 또 그 빛이 꺼지기도 하면서, 그렇게 하루 버텨나가야지.

 

 

     鵲巢進日錄

     멍하니 앉았다 성좌의 국자처럼

     엉덩이 하얗게 까놓고 천정만 바라보았다 연필은 축 널어진 채 허공을 저었고 지갑은 왼쪽에 무게를 잡고 있었다 균형과 불균형을 놓고 옹립한 이 다리를 끊을 순 없었다

     부패한 폐허의 덩어리가 통 채 떨어질 때 물의 정보는 튀어 오르고 아무런 생각 없이 마을 안쪽을 뱀처럼 걸으며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저 검은 연기를 밀살한 적 있었다

     저것은 빗물에 씻겨 나간 고샅,

     산발적으로 퍼붓는 풍경의 분화구에도 절대 놓칠 수 없는 약봉지에

     비질도 하지 않은 채 눈곱 낀 감나무 잎만 녹아들었다

     바글거리는 쓰레기 더미와 무너지는 바벨탑에 완강히 거부하는 저 몸짓은 암흑과 소용돌이에서 더 헤어나지 못한 터널임을

     과거를 시원히 버리고 간, 별의 조각들

     이지러진 자국을 국자로 담아

     한동안 다물지 못한 뒷물만 개처럼 먹었다

     *변기 / 鵲巢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63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공지 조경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054 1 07-07
4162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 0 04-23
416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4 0 04-18
416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 1 04-17
415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1 0 04-12
4158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4 0 04-07
415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5 0 04-04
415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7 0 03-29
415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 0 03-22
415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7 0 03-18
415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 0 03-15
415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 0 03-14
415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0 0 03-08
415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0 0 03-03
414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3 1 02-18
414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9 0 02-16
414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 0 02-11
4146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1 02-04
4145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5 0 02-03
414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1 0 01-29
4143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3 01-28
414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3 0 01-26
414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8 0 01-25
4140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6 1 01-22
4139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3 2 01-20
413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6 0 01-19
4137 김상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 1 01-14
413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 0 01-08
413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 0 01-03
4134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5 0 12-24
4133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5 0 12-22
413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6 0 12-21
413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6 0 12-07
413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6 0 12-03
412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 0 11-30
412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4 0 11-23
412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9 1 11-18
412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8 0 11-17
412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 0 11-16
4124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0 0 11-15
412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8 0 11-15
412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 0 11-14
4121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6 1 11-11
412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 0 11-10
4119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7 0 11-06
411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0 0 11-03
4117 선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9 2 10-31
411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3 2 10-28
411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1 0 10-23
411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7 0 10-19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