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 정복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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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77회 작성일 19-01-08 11:44본문
⋁.
강물이라든지 꽃잎이라든지 연애
그렇게 흘러가는 것들을
애써 붙들어보면
앞자락에 단추 같은 것이 보인다
가는 끝을 말아쥐고 부여잡은 둥긂
그 표면장력이 불끈 맺어놓은 설움에
꽁꽁 달아맨 염원의 실밥
바다로나 흙으로나 기억으로 가다
잠깐 여며보는
그냥......지금......뭐......그런 옷자락들
거기 흠뻑 발 젖은
안간힘의 다리가 보인다
-다리, 정복여 詩 全文-
鵲巢感想文
단추를 다른 말로 바꾼다면 옹이가 되지 않을까! 오십 년을 살고 보니 그런 단추 같은 것이 보인다. 시간도 꽃잎도 연애도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한때 애써 매달렸던 그런 기억이 있다. 그렇게 흐른 시간에 이제는 가는 실처럼 매달려 있는 기억의 한 소절, 그 끝은 돌올하게 말아 쥔 단추처럼 삶의 옷자락을 붙잡고 있다.
한 사람이 나고 한 사람이 한 시대를 겪고 그 시대에 푹 젖은 포목(옷감)같은 우리, 진정 옷이 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영혼들, 거기 그 어디쯤에서 허우적거리며 안간힘을 다하는 다리가 보인다. 또 누군가에게 단추로 올곧게 서기 위한 하나의 몸부림이 보인다.
오늘은 날도 맑아서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물의 용솟음을 불러일으키는 무리들이 마을 안쪽을 누비며 뱀처럼 지나는 것이 보인다.
꽃이 소리 없이 우는 이유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鵲巢進日錄
소파가 낮아 작은 베개 하나쯤 놓고 누워 있고 싶었다 문이 자주 열리는 이곳은 마냥 구름도 없고 비도 없는 노출 콘크리트 카페, 바닥과 천정 모두가 일색 거기다가 철재로 이룬 각종 자재까지 단단해서 더 멋있게만 보이는 곳, 자꾸 볼수록 눈만 피곤해서 백혈병 환자처럼 숨쉬기가 어려웠다 함께 온 선생은 아메리카노를 주문했고 나는 거저 바라보았다 불빛에 빨대까지 시커먼, 속 시원히 칠하고 만 이 친목, 포만감은 만끽해도 존재감은 없었다 선생은 흩뜨린 자세까지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쭉쭉 다 빼 올린 염원의 실밥 빈 잔에 덩그러니 놓였다 더는 문 열지 않았다 콩은 다시 볶아야 했고 소파는 더욱 낮아서 베개만 툭 던져 놓았다
*이방인과의 대화 / 鵲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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