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산동 / 장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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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49회 작성일 19-01-10 00:00본문
⋁.
산 위에
눈
산 아래
오는
산수유
평상에 걸터앉아 막걸리 한 잔
-구례 산동, 장철문 詩 全文-
鵲巢感想文
詩가 단출하면서도 깔끔하다. 뭐 어떻게 설명할 게 없다. 산 위에 눈, 눈처럼 하얀 세상이다. 산 위에는 말이다. 그러니까 산은 자아를 제유한다. 산 아래는 어떤가? 오는 산수유다. 붉은 그 열매, 야뇨증에 특히 명약이다. 먹었으면 싸는 게 본질이다. 마지막 연은 더욱 압권이다. 평상에 걸터앉아 막걸리 한 잔, 막걸리 그 색상은 하얗다. 그 한 잔을 마셨으니 시 한 수 거 하게 지은 셈이다. 평상에 앉아 이리 깔끔한 詩를 쓴 것이니 하루 공부 완성이다.
다음 詩를 보자.
≺.
얼마 남지 않은 햇빛을 베고 잠들었다 깨어보니 단단한 껍질 속이었다 빛 하나 새어들지 않는 태고의 어둠이 고여 있는 깜깜한 속에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먼 크로아티아 동굴 900미터 아래에 살고 있다는 투명달팽이처럼, 어둠 속에 살다보니 걸음을 상실한 것일까 길 위에 박혀 있는 돌이 움직이는 것보다 돌이 모래가 되어가는 시간보다 느린 이 달팽이에게 세상은 얼마나 빠른 변화인가 누군가의 가슴으로 스며들지 못한 그저 흔한 안부 인사가 서로를 그리워할 때, 슬쩍 다가와 있는 어둠이 위로가 될 때가 있다 그럴 때 문득 투명해지는 심장은 먼 생을 돌다가 어느 어둠 속에 두고 온 마음의 껍질이 아닐까
-투명달팽이*, 정용화 시 전문-
*투명달팽이 지구상에서 새롭게 발견된 10대 신종 생명체로 앞을 볼 수 없고 일주일 내내 움직여도 2mm 자신의 몸집만큼만 움직이다.
장황하다. 어렵게 쓴 詩는 아니다만, 크로아티아 동굴에 사는 그것도 900미터 아래에 산다는 투명 달팽이까지 들고 나올 필요가 있었나 하는 것이다. 투명 달팽이까지 들고 오지 않아도 충분히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것은 많지 싶은데 그 먼 생을 돌다가 오는 하나의 어둠을 아마, 이색적인 어떤 표현을 하기 위함이겠다. 도저히 그렇게 밖에 볼 수 없다.
世上의 變化는 어찌 설명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빠른데 비해 투명 달팽이는 고작 2mm 밖에 움직이지 않으니 말이다. 어떤 시인은 2mm라고 말하기는 그렇다만, 사실 2m도 나가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얼마 전에 모 시인과 대화를 나누다가 나는 깜짝 놀랐다. 근 10년 동안 방에서 나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말하자면, 거의 시와 다름없는 인간이었는데 그 이유는 뜻밖이었다. 게임 때문이라고 한다. 리니지라든가 또 그 무엇이 있었다고 한다. 아마 시인도 그런 부류가 안 있겠나 싶다. 투명 달팽이처럼 잠적하여 산 사람들 말이다.
하여튼, 두 詩를 읽어보았다. 하나가 자 수가 짧은 반면 비유가 명확하고 선하게 닿는다면 하나는 장황한 글쓰기와 생판 모르는 투명 달팽이를 비롯하여 어두운 마음 한 자락을 끄집어내었다.
개인적으로 황표(黃票)를 찍어야 할 일이 있다면 나는 전자다.
鵲巢進日錄
느슨한 하루를 꽁꽁 묶는 것
하루가 고무줄처럼 기도하며 하얀 구름을 묶는 것
묶은 구름으로 묶을 수 없는 구름을 바라보는 것
한 봉지의 비애를 시원히 묶어 다시는 풀 수 없도록
*고무줄 / 鵲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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