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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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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방 / 이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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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24회 작성일 19-01-12 00:1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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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문이 시작되는 곳에 두 개의 원이 있었다. 테를 두르며 퍼져나가는 동그라미 동그라미들. 너와 나는 끊임없이 태어나는 중인 것 같아, 물속에 오후를 담그고 우리의 방()은 빛나는 모서리를 여럿 매달았다. 수면을 향해 아무리 불러도 충분하지 않은 노래였고, 그저 유영하기 위해 한껏 열어둔 아가미였지. 그래 우리는 만져줄수록 흐려지고 미천해지는 병에 걸렸어. 투명한 벽에 이마를 짓찧으며 여러 날을 낭비했었다. 단단한 눈물을 흘렸고, 얼굴이 사라지는 대신 아름답게 구부러진 다리를 얻었다. 유리 너머로 흐르던 색들이 우리 몸에서 묻어난다. 짧고, 하얀 소리가 났다.

 

                                                                                                        -물의 방, 이혜미 詩 全文-

 

     鵲巢感想文

     참 우스운 얘기지만, 연인도 아니고 사회도 아니고 가족이나 사업은 더욱 아닌, 오로지 시를 사랑할 때 언어의 독은 농도가 짙고 짙은 독사의 눈빛은 검게 변할 것이다.

     시제가 물의 방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욕조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 욕조는 현실의 눈으로 볼 수 없는 허공에 자리한다. 그 허공의 한 욕조에서 詩人와 결탁結託하며 문장을 조탁彫琢한다. 그러니까 파문波文은 원래 있지는 않았지만, 詩人이 들어가 있기에 이는 것이다. 굳이 詩人이 아니라도 좋다. 를 읽는 독자는 벌써 파문을 겪게 되는 것과 같다. 를 읽는 나도 흔들리는 것이며 그 반대쪽 시측에서도 흔들리는 것을 감지할 수 있겠다. 그 파문의 시작은 테에서부터 시작하며 형식은 동그라미로 그려나간다. 물속에 오후 즉 나 이후의 모든 것을 담아보고 빛나는 모서리 그러니까 이미 발표된 완벽한 세계를 빗대어 현실의 나와 비교와 분석에 들어간다. 이는 거울을 보는 것과 같다. 실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보는 것이므로 없는 공간에 공간을 맞추어가는 파문을 우리는 보게 된 셈이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은 굉장한 고난도의 숙련된 기술이 없으면 사실 어렵다. 그러므로 시인은 수면을 향해 아무리 불러도 충분하지 않은 노래라고 묘사한 것이다. 단지 아가미였다. 아기미 수준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은 끝이 없고 여러 날을 낭비하기까지 한다. 결국, 단단한 눈물을 흘렸고 기어코 얼굴이 사라지는 대신 아름답게 구부러진 다리를 얻는다. 즉 무릎으로서 완벽한 문장을 구사했다는 말이겠다. 유리 너머로 흐르던 색들이 우리 몸에서 묻어난다. 완벽한 변이다. 짧고 하얀 소리가 났다. 필자는 들었다.

     이제 이 는 안면 몰수顔面沒收하듯 사장하며 깨끗이 덮는다. 장례를 치르고 무덤에 고이 묻어놓는다.

 

 

     鵲巢進日錄

     지금 이 순간만큼 가장 센티멘털한 곳 나를 비집고 들어와 휘감았으니까 가속기에 발을 얹고 어디든 쭉쭉 뻗어가는 도로망이 그리울 뿐, 한 마리 물고기처럼 요동하는 손맛과 산과 바다가 결탁한 길 위에서 삐쳐 들어서는 여러 미세한 감정의 차가 큰 바위 하나 뚫고 지나는 저 신경망 속에 다 태우지 못한 이물질을 버리고 세찬 바람에 머리카락 휘날리며 창문 밖으로 손을 내저으며 흰 골을 몽땅 떼어서 흔드는 저 병신들 결국, 빈 바가지로 서서 시동을 끄고 잠시 제자리 서 있는 것 같다가도 제 열기 속에 새까맣게 타들어가며 앓는 광속의 팔랑개비들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햇살은 내린 창문을 통해 작은 종지에 담은 그 흰 골을 다시 받아먹는 이 이면의 슬픔

     *흰 골을 다시 받아먹는 적막함 / 鵲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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