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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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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밤의 공벌레 / 이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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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31회 작성일 19-01-14 00:02

본문

.

     온 힘을 다해 살아내지 않기로 했다. 꽃이 지는 것을 보고 알았다. 기절하지 않으려고 눈동자를 깜빡였다. 한번으로 부족해 두 번 깜빡였다. 너는 긴 인생을 틀린 맞춤법으로 살았고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었다. 이 삶이 시계라면 나는 바늘을 부러뜨릴 테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하염없이 얼음을 지칠 테다. 지칠 때까지 지치고 밥을 먹을 테다. 한 그릇이 부족하면 두 그릇을 먹는다. 해가 떠오른다. 꽃이 핀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 울고 싶은 기분이 든다.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주기도문을 외우는 음독의 시간. 지금이 몇 시일까. 왕만두 찐빵이 먹고 싶다. 나발을 불며 지나가는 밤의 공벌레야. 여전히 너도 그늘이구나. 온 힘을 다해 살아내지 않기로 했다. 죽었던 나무가 살아나는 것을 보고 알았다. 틀린 맞춤법을 호주머니에서 꺼냈다. 부끄러움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밤의 공벌레, 이제니 詩 全文-

 

     鵲巢感想文

     하루살이에게는 내일이 없고 매미는 내년이 없다. 우리는 내세가 있다고 믿는가! 하루를 맞아 매미처럼 울다가는 세상에 허물도 없이 온 힘을 다해 살았다고 얘기하지 마라! 그러므로 온 힘을 다해 살아내지 않기로 한다. 꽃이 지는 것을 보고 알았다. 매미가 우는 것을 보고 알았다. 알고 보면 벙어리 암놈을 부르기 위한 수놈의 노래였다. 종족번식을 위한 대합창이 여름에 있었다.

     그리고 매미가 남겨놓은 것은 무엇인가? 기절하지 않으려고 눈동자를 깜빡였다. 그러나 기절하고 말았다. 깜빡인 눈동자처럼 긴 그림자 하나를 까놓았다. 너는 긴 인생을 틀린 맞춤법으로 살지 않으려고 무단히 노력했다. 이 삶이 시계라면 나는 그 바늘을 분질러서 하늘을 꿰어볼 테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얼음을 타며 지칠 때까지 시원히 놀다가 한 그릇이고 두 그릇이고 영혼의 밥만 축낼 테다.

     해가 떠오른다. 빙판 위에도 소나무 위에도 흰 국화 위에도 해는 떠서 꽃은 피었고 그 꽃에 한 없이 부끄러움을 못내 이기고 나는 울음을 토했다. 누구에게도 말 못 할 사정으로 주기도문을 외우듯 반복적인 영혼의 부름과 안식, 음독의 시간을 보냈다. 정말이지 왕만두 찐빵처럼 부푼 가슴을 내 보이고 싶었다. 그렇게 나발을 불며 밤을 지나간 공벌레였다.

     그러므로 온 힘을 다해 살아내지 않기로 한다. 펄펄 내리는 눈밭 위에 부끄러움을 진정 그 부끄러움이 부끄러웠는지 나도 모르는 일상을 적어 나가기로 했다. 매미처럼,

     시의 종족 번식을 위해 그러나 말없이, 조용히 그렇게 기록하기 시작했다.

 

 

     鵲巢進日錄

     고여 있는 물이 흐르는 물보다 식탁이 많은 것은 조금씩 썩어 들어가는 고요가 있다는 것,

     바닷가재나 새우를 볼 수 있는 곳에서 산 것이 산 것이 아니고 죽은 것이 죽은 것이 아닌 세계

     꺾은 바다 한 접시가 바퀴가 되어가고 있었다

     물의 한 점 그 살점을 떼어주는 오후의 태양을 영 가릴 수는 없듯이

     거친 관로를 벗기자

     두 동강이 난 바다를 미친 듯이 바라보는 날개의 그늘이 내 파리한 바지를 붙잡고 있었으니까

     포만감에 잠시 졸음을 잊으려고 한때 유영한 그림자를 놓은 그 접시를 바닥에 떨어뜨리기도 했다

     깨뜨린 조각에 긴 어둠의 낯을 위해

     소도에 세워놓은 솟대처럼

     출렁거리는 음계보다 물 고인 초원이 더 아름다운 것은 한때 지나간 바퀴가 식탁 위 놓인 접시였다는 것

     *접시와 바퀴 / 鵲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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