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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오후에 피다 / 권지숙, 생년월일 / 이장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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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28회 작성일 19-01-15 11:19

본문

.

     너를 기다리는 이 시간

     한 아이가 태어나고 한 남자가 임종을 맞고

     한 여자가 결혼식을 하고 그러고도 시간은 남아

     너는 오지 않고

     꽃은 피지 않고

     모래시계를 뒤집어놓고 나는 다시 기다리기 시작하고

     시간은 힐끗거리며 지나가고

     손가락 사이로 새는 모래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소란스런 시간

     첫잔 든 손들은 바삐 오르내리며 의뭉한 눈길을 주고받으며

     그러고도 시간은 남아

     생애가 저무는 더딘 오후에

     탁자 위 소국 한송이

     혼자서 핀다

     

                                                                                                         -오후에 피다, 권지숙 詩 全文-

 

     鵲巢感想文

     무엇을 기다린다는 것은 참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서 무엇을 기대한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만, 무엇을 가지려고 하면 그만한 대가를 지불하여야 한다. 아무것도 읽지 않는 가운데 大魚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무엇을 또 읽는다고 해서 想像力은 풍부한 것만은 아닌 것도 사실이다. 내가 다루는 언어의 기교가 있어야 는 온다. 가령 주위에 눈여겨볼 만한 쉬운 소재 하나를 들어보자. 돌멩이는 단단하다. 이 돌멩이를 던져보기도 하고 망치로 깨뜨려보기도 하면서 또 그 깨뜨린 것을 반창고로 발라보기도 하자. 색감이라는 물감도 가져다 놓고 마음이라는 물감도 꾹 짜 놓아본다. 우유 한 컵 마시는 어머님이 떠오르기도 하고 정말이지 돌멩이 같은 문장을 얻었다면 이 이후는 비만 내렸으면 하는 마음도 들겠다.

     그렇게 기다리는 시간, 한 아이가 태어나고 한 남자가 임종을 맞았다. 그 새, 한 여자가 결혼식을 하고 그러고도 시간은 남았다. 중요한 것은 나는 아직 늙지 않았다는 것과 왜? 죽어야 새로운 세상을 맞을 테니까 하지만 죽지 않는다. 그러므로 너는 오지 않은 것과 같고 꽃은 피지 않는 것과 같고 모래시계는 뒤집어놓고 만다. 시간은 힐끗거리며 지나가고 손가락 사이로 새는 문장, 문장들 아무런 간섭도 없는 소란스러운 시간만 축 내었다.

     詩를 기다리는 건 참 고단한 삶이 아닐 수 없다. 마치 생명을 담보로 바다낚시 놓는 것과 같다. 대물만 기대하는,

     여기서 잠깐, 를 기다리는 마음과 誕生 시점을 논하는 문장을 잠시보자.

 

     ≺,

     이전과 이후가 달랐다. 내가 태어난 건 자동차가 발명되기 이전이었는데,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쾅!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에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더군.

     수평선은 생후 십이년 뒤 내 눈앞에 나타났다. 태어난 지 만 하루였다가, 십이년 전의 그날이 먼 후일의 그날이다가,

     수평선이다가,

     저 바다 너머에서 해일이 마을을 덮쳤다. 바로 그 순간 생일이 찾아오고, 죽어가는 노인이 고개를 떨어뜨리고, 연인들은 처음으로 입을 맞추고,

     케이크를 자르듯이 수평선을 잘랐다. 자동차의 절반이 절벽 밖으로 빠져나온 채 바퀴가 헛돌았다.

                                                                                                          -생년월일 / 이장욱 詩 全文-

 

     여기서 특정 해가 나온다. 십이 년이라는 해는 숫자로 표기하지 않은 점, 그리고 그 특정한 해를 흐르는 시간의 관점으로 보면 좀 곤란하다는 것을 먼저 말해둔다. 십이 년은 하나의 특정 명사다. 십이라는 숫자에 의미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올 수도 있겠다. 범부로서 한 인간의 생존을 두고 벌인 열두 가지의 번뇌와 상관관계를 또는 십이 년十爾撚으로 어떤 조합한 뜻으로 읽을 수도 있다. 사거리라는 상형의 의미로 십을 너라는 지시대명사의 이와 비틀고 꼬고 뒤틀면서도 혹은 뭉개면서 까지도 그 년을 취한다면 어떤가! 그래도 여기서는 그냥 하나의 특정 명사로 보는 것이 읽기에는 편하다. 그냥 뭉뚱그려 로 보는 것이 맞다.

     자동차가 발명되기 이전이었는데,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쾅! 가드레일은 들이받은 뒤, 이 묘사는 교통사고의 상황을 얘기한다. 이 정도 사고면 사망에 이른다. 시에서 사망은 하나의 출생과 연관되기도 해서 뒤 문장을 보면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다고 했다. 그러니까 자동차라는 하나의 매개체를 삽입한 건 뇌의 정신적 교란과 활동을 묘사함과 동시에 해안도로와 그 가드레일은 어떤 한 선 즉 경계를 치고 나가는 시적 활동을 대신한다.

     해일과 생일의 어감과 죽어가는 노인이 고개를 떨어뜨리고 더디어 연인들은 처음으로 입을 맞춘다. 시적 교감이다. 케이크를 자르듯이 수평선을 잘랐고 자동차는 절반이 절벽 밖으로 빠져나온 채 바퀴만 헛돌고 있다. 자동차가 가드레일을 받고 완전히 빠져나가는 것보다 걸쳐 있는 것과 바퀴가 헛돌고 있듯 그 여운이 오래 남는 를 쓰는 건 詩人이 갖는 희망이겠다.

 

     하나가 를 부르는 轉移的 행위묘사를 이루었다면 하나는 가 튀어나온 어떤 상황묘사를 이루고 있다.

 

 

     鵲巢進日錄

     돌멩이가 날아들 때에 귀는 죽어간다

     바람이 몹시 부는 날,

     누가 던진 돌멩이에 창문이 깨지면

     안에서 박수를 칠 것 같고

     우유만 드셨던 어머니가 구태여 일어서서

     깨진 유리조각을 모아 반창고를 바르시겠다

     차돌박이 같은 그 돌멩이 하나가

     내 머리 위로 지나갈 때

     자리에 일어나 입은 옷 한 장씩

     벗어 놓겠다 그리고

     시원한 물 한 잔 마시겠다 그리고 자리에 누워

     하늘을 보면


     오늘은 비가 왔고

     내일도 모레도 죽죽 비만 내렸으면 좋겠다

     *돌멩이 / 鵲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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