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 안미옥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가정 / 안미옥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33회 작성일 19-01-16 12:30

본문

.

     도로 위에 버려진 벽돌들을 줍는다. 조각난 사각의 단단함. 집에 가져가본다. 울퉁불퉁한 주먹 모양으로 너의 얼굴이 변해 있었다.

 

     버스는 떠나는 일을 하고 있다. 가장 멀어졌을 때 내리기 위해, 손잡이를 붙잡고 내내 서 있었다. 버스의 문이 옆으로만 열리는 건 정말 무서운 일. 계단이 계속 길어진다면.

 

     벽이 모두 얼어붙어 있었다. 날카롭게 무너질 태세로. 책상 밑은 보이지 않는 곳이라고 우리는 서로 약속했다. 나는 꼿꼿하게 앉아 있다. 옆방은 울퉁불퉁한 곳.

 

     버스가 돌고 있다. 며칠 동안. 흘러내리는 너의 얼굴이 바닥에 떨어지고 있을 때, 나는 딱딱하게 자라고. 기구들은 모두 문이 닫혀 있었다.

 

                                                                                                         -가정, 안미옥 詩 全文-

 

     鵲巢感想文

     이 시를 보면 시 소재로 주위 그 어떤 것도 가능하지 않은 것은 없겠다는 느낌을 준다. 시에서 사용한 단어를 잠시 들여다 보자. 도로가 나온다. 어디든 통하는 길 새카맣다. 쭉 뻗어 있다. 벽돌들, 벽돌은 어떤 파편적인 의미를 갖는다. 완벽한 건물을 짓기 위한 소재다. 조각난 사각의 단단함. 물론 여기서 사각은 무엇을 뜻하는지 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한 주제에 귀결이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미각과 두각을 드러내며 감각을 지우며 교각을 잇기 시작할 것이다. 울퉁불퉁한 주먹 모양은 곧 누구를 공격할 태세다. 누구의 얼굴이라도 가격할 듯 그런 모양을 취한다는 것은 반대로 한 대 얻어맞을 요량으로 들여다보겠다는 말이겠다. 얼굴이 변해 있었다. 곧 찡그린 어떤 사고와 고뇌를 묘사한다.

     버스는 하나의 집합체다. 많은 것을 싣고 다닌다. 앞문을 통해 사람들은 타기도 하지만, 옆문으로 내리기도 한다. 어떤 한 문장에서 그 문장을 이해하는 데는 가변적인 요소가 꽤 많다. 하나를 곁들여 들여놓으면서 상상을 하고 이건 아니다 싶은 것은 또 들어내면서 여러 가지 작용과 반작용을 통해 시를 감상하는 것과 같다. 손잡이를 붙잡고 내내 서 있는 기분, 버스의 옆문으로 열리는 건 무서운 일이라고 시인은 얘기한다. 물론 옆문으로 내려도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이 문장을 살리려면 뒤에 보충적인 언변이 있어야겠다. 역시, 계단이 계속 길어진다는 시적 완충장치를 해두었다. 그러면 앞문으로 내려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상상할 수 있음과 동시에 그 속에 한동안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것도 이해하게 된다.

     벽이 모두 얼어 있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실마리가 남았다. 완벽한 시를 위한 질문과 답은 반드시 있어야겠다. 왜 그 문장을 썼는지 분명한 의미를 심지 못하면 그 시는 완벽한 문장이라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날카롭게 무너질 태세로, 책상 밑은 보이지 않는 곳이라고 우리는 서로 약속하면서까지 시를 쓰는 것이며 생각을 첨예하게 깎는다.

     버스가 돌고 있다. 시적 모티브(동기)인 어떤 한 틀에서 며칠동안 고민하는 시인, 흘러내리는 너의 얼굴이 바닥에 떨어지고 있을 때 나는 딱딱하게 자란다. 즉 굳음은 시의 탄생이다. 이 시 한 편을 쓰기위한 모든 가구들은 더디어 문을 닫게 된다.

     시제가 가정이다. 여기서 가정은 가정家庭이라고 보기에 어렵다. 아마 가정假定이 맞겠다.

 

     83년 전,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 詩人, 이상이 있었다. 그가 쓴 가정이 생각나 아래에 필사해 둔다.

 

     門을암만잡아당겨도안열리는것은안에生活이모자라는까닭이다. 밤이사나운꾸즈람으로나를졸른다. 나는우리집내門牌앞에서여간성가신게아니다. 나는밤속에들어서서제웅처럼자꾸만해간다. 食口窓戶어데라도한구석터노아다고내가收入되어들어가야하지않나. 지붕에서리가내리고뾰족한데는처럼月光이묻었다. 우리집이알나보다그러고누가힘에겨운도장을찍나보다. 壽命을헐어서典當잡히나보다. 나는그냥고리에쇠사슬늘어지듯매어달렷다. 을열려고안열리는을열려고.

                                                    -家庭, 이상 詩 全文-

 

 

     이 는 어두운 밤에 집 안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문밖에서 서성대는 한 남자의 얘기다. 여기서 가정은 바깥과 구별되는 하나의 세계다. 식구들이 모여 있다. 이 식구에서 소외와 갈등 그리고 단절과 간격을 심는다. 이러한 갈등 속에 한 집안의 어려움도 내포한다. 귀가가 순조롭지 못함을 이상은 얘기했다.

 

 

     鵲巢進日錄

     밥에 곁들여 먹는 반찬 중에 그래도 찌개만한 것은 없다 갖가지 재료가 들어간 한국형 식단, 그중에서도 찌개는 얼큰하고 때로는 바특하고 때로는 삼삼해서 숟가락으로 호호 불어가며 떠먹는 것은 정이다 젓가락은 너무 이기적이다 젓가락처럼 무미건조해서 젓가락은 왠지 계산적이다 때로는 국물도 흐르고 때로는 바지에 묻어서 냄새로 서 있는 모습이 나도 모르게 흐르는 찌개, 가끔은 얼룩처럼 완벽하지 않아서 주위 웃음을 자아내는 찌개, 정신없이 숟가락으로 퍼먹다가 아줌마 여기 밥 한 공기 더 주세요 정말 밥 한 공기 생각나는 찌개, 냄비 뚜껑 여는 냄비 받침대처럼 눈알 쏙 빠지게 하는 찌개, 그런 따뜻한 찌개를 젓가락으로 쏙 빼먹고 가는 사람은 싫다 나는 오늘도 숟가락으로 정신없이 남은 국물까지 밥 넣고 석석 비벼 먹고 나왔다 인주 쿡 찍어 놓은 언저리에 묻은 얼룩은 정말 나의 참된 모습이다

     젓가락으로 찌개를 먹는 사람은 싫다 / 鵲巢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660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66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6 0 09-07
65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 0 09-07
65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3 0 06-20
65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6 0 06-18
65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5 0 06-16
65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 0 06-16
65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0 06-13
65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 0 06-13
65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 0 06-09
65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93 0 06-07
65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8 0 06-05
64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7 0 06-05
64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54 0 06-03
64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0 05-31
64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 0 05-31
64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4 0 05-29
64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0 0 05-29
64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 0 05-27
64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 0 05-24
64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 0 05-23
64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0 05-21
63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 0 05-21
63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3 0 05-19
63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 0 05-18
63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 0 05-17
63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 0 05-16
63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9 0 05-15
63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 0 05-14
63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 0 05-12
63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 0 05-12
63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 0 05-10
62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 0 05-10
62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 0 05-08
62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 0 05-08
62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5 0 05-06
62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3 0 05-01
62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4 0 04-29
62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6 0 04-29
62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 0 04-26
62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 0 04-26
62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 0 04-24
619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1 0 04-24
61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4 0 04-13
61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7 0 04-13
61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0 04-13
61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5 0 04-08
61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6 0 04-04
61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 0 04-04
61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7 0 04-02
61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 0 04-0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