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치기의 노래 / 남진우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꿀벌치기의 노래 / 남진우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17회 작성일 19-01-17 00:05

본문

.

     내 가슴의 벌집 속엔 꿀 대신 피가 가득 고여 있지

     귀 기울여봐, 검은 벌들이 잉잉대며

     심장 속에서 날아다니는 소리를

 

     밤이면

     소리 없이 다가온 그림자가 내 가슴을 열고

     벌집 속에 검은 피로 밝힌 등불을 켠다

 

                                                                                                  - 꿀벌치기의 노래, 남진우 詩 全文-

 

     鵲巢感想文

     꿀벌 치기는 양봉업養蜂業의 순 우리말이다. 꿀을 얻기 위해 벌을 기르는 것이다. 여기서 심장은 벌집이고 피는 꿀이다. 벌집 즉 심장을 요동치게 하는 요소가 벌이다. 벌은 동적인 어떤 이상향을 그린다.

     밤이면, 그러니까 낮은 아니라는 말이다. 소리 없이 다가온 그림자가 내 가슴을 열고, 즉 그 벌집을 열고 검은 피로 밝힌 다르게 말하면 꿀을 밝히는 자, 등불을 켠다.

     꿀을 찾는 자는 벌이다. 소리 없이 다가온 그림자다. 그 벌을 위해 어떤 희생이 묻어 나 있다.

     어떤 일에 열정이 없으면 스스로 문을 당길 수가 없다. 문을 당기는 것까지도 한 천리면 꽃을 피우는 것도 한 천리쯤 간다. 어느 한 세계에서 스스로 설 수 있기까지는 단지 열정만으로는 어렵다. 지도력과 통찰 그리고 별을 휘어잡을 수 있는 매력과 카리스마까지 있어야 한다.

     나의 뜨거운 가슴에 불을 지필 수 있는 유일한 장작은 책밖엔 없다. 하루에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고 했듯 한 숟가락의 밥이라도 제대로 먹어야 할 일이 있다면 독서는 기본이다.

     다음 시를 보자.

 

     ≺

     그들의 손은 쉬지 않고 또 다른 움직임을 찾고 있다

     그들의 손은 험악하고 묵직하게

     내버려져 있는 것이다 그들의 손은 무엇인가를 꼭 만져야만 하는데

     만질 수 없는 부재가

     그 앞에 가로 놓여 있다 그들의 손은

     굵다란 실핏줄이 불거져 떠돌고 있는 도심지 우범지대, 검은 피가

     뚝뚝 흘러내릴 것 같은 그 회백색 건물 밑으로 몇 조각

     마른 빵과 우유를 실어 날라야지 절망에 한껏 기울어진, 피투성이 같은

     그들이 보다 자유롭고 더 따뜻하게 심장을 움직일 수 있도록

     그래 조금만 더,

 

                                                        -우범지대, 이수익 詩 全文-

 

 

     아까 남진우 선생의 시에서도 피와 심장을 읽었지만, 이수익 선생의 시에서도 피와 심장을 읽을 수 있다. 두 편의 시에서 우리가 갖는 어감은 조금 다를지는 모르겠지만, 의미는 매우 같다.

     시는 이상향이며 꿈이며 우리가 쉽게 도달할 수 없는 달과도 같다. 정말이지 빠르게 움직이는 손, 쉬지 않고 때로는 험악하고 때로는 묵직하게 파헤쳐 들어가는 과묵한 손만이 우리가 만질 수 없는 벽 같은 부재를 깨뜨릴 수 있지 않을까!

     이 굵다란 실핏줄로 이어져 있는 도심지 우범지대에서 벗어나 나만의 깨끗하고 향긋한 전원주택 단지를 만들더라도 하나의 세계는 타파하여야 이룰 수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조금만 더, 자유롭고 더 따뜻하게 심장을 움직일 수 있도록 마중물은 반드시 부어야겠다.

 

 

     鵲巢進日錄

     논바닥은 물이 흥건했다

     서마지기 땅 한 뙈기에 모를 심는 것은 풍요로운 식구를 위하는 일이겠다

     여남은 명 정도 그 흥건한 논물에 들어가 종일 모를 심었다

     허리 굽혀 심는 아재와 못 줄 긋는 아낙의 장단이 잘 맞았다

     첨벙첨벙 발 빠지는 논바닥을 거닐었던 아이

     소풍 떠난 친구만 자꾸 생각이 나고 비료 포대기에 묶은 끈을 당기며 찐 모를 이곳저곳 던져야 했다

     동네 점빵 막걸리 사러 갔던 동생은 오지 않고 농가 부르는 아재는 목소리가 자꾸 죽어갔다

     해는 서산에서 웃고 있고 비틀거리는 주전자는 돌아와 머리를 숙이곤 했다

     저녁이 오기 전 퍼뜩 일 끝내고 싶은 아낙은 벌써 장화를 벗고 실도랑에 앉아 발을 씻었다

     가지런히 심은 모를 본다. 마치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모내기 / 鵲巢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63건 4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401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1 0 05-17
401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4 0 05-16
401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5 0 05-16
401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3 1 05-16
400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2 0 05-15
400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 0 05-15
400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3 0 05-14
400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0 0 05-14
400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0 0 05-13
400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6 0 05-12
4003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6 0 05-12
400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 0 05-11
400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5 0 05-10
400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9 0 05-10
399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2 0 05-09
399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9 0 05-09
399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9 0 05-08
399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 0 05-08
399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9 0 05-07
399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7 0 05-07
399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9 0 05-06
3992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0 0 05-06
399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0 0 05-04
399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 0 05-03
398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6 0 05-02
3988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2 0 05-01
398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49 0 04-30
398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 0 04-30
3985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37 0 04-29
3984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0 0 04-29
398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 0 04-28
3982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 1 04-28
3981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4 0 04-26
3980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1 0 04-26
397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3 0 04-25
397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0 0 04-25
3977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8 0 04-24
3976 鵲巢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1 0 04-24
397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3 0 04-23
3974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92 0 04-23
3973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7 0 04-23
3972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60 0 04-22
3971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9 0 04-22
3970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77 0 04-21
3969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9 0 04-21
3968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4 0 04-21
3967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2 0 04-20
3966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3 0 04-20
3965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41 0 04-20
3964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86 0 04-20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